<앵커>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오늘(11일)이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해서 수출규제를 시작한 지 딱 100일째 되는 날인데, 세계무역기구에서는 한일 간 양자협의가 열린다고요?
<기자>
네. 오늘 WTO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한일 두 나라의 통상 고위 관리들이 이번 사태 이후 처음으로 공식 양자협의를 시작합니다.
이번 협의는 WTO에서 이제 막 진행되고 있는 무역 분쟁해결 절차의 첫 번째 단계입니다. 우리나라가 지난달 11일에 일본을 WTO에 정식 제소했죠.
일본이 우리나라에 수출해 온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의 핵심 소재 3가지에 대해서, 지난 7월 4일부터 갑자기 우리를 일종의 개별 관리 지역으로 만들고 수출을 제한하기 시작한 데 대한 제소입니다.
이렇게 제소가 이루어지면 WTO가 본격적으로 이 사건을 들여다볼 재판부를 구성하기 전에 당사자 양국이 먼저 일정한 기한을 두고 협의하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오늘 양자협의는 일단 그 일환입니다.
<앵커>
그동안 외교부 장관들끼리 만난 적은 있어도 어쨌거나 지난 7월에 우리로서는 좀 불쾌했었잖아요. 7월 도쿄 협의 이후에 양국 관리들이 만나는 게 이번이 처음이죠?
<기자>
네. 사실은 지난 7월 12일에도 방금 앵커가 얘기한 것처럼 도쿄에서 양측 관리들이 협의에 나선 적 있습니다. 그런데 이때가 협의냐는 부분만 놓고도 당시에 우리로서는 불쾌한 상황이 빚어졌죠.
일단 일본이 당시 만남은 일본 측이 입장을 설명하는 자리일 뿐이었는데, 한국 관리들이 돌아가서 양자협의였다고 발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얘기를 우리를 일본의 수출우대국에서 제외한 날인 8월 2일에도 일본 장관이 기자회견에서 되풀이 강조하면서 이런 일들을 포함해서 한국과 신뢰감을 갖고 대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상당히 우리로서는 모욕적으로 표현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우리 정부도 양자협의가 아니었다는 거야말로 일본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공식반박하기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협의냐 아니냐 정의하는 것만 놓고도 이번 사태 이후로 계속 고조돼 온 양국 갈등의 한 단계 같은 상황으로 팽팽한 긴장이 오갔던 겁니다.
이런 해프닝 비슷한 일도 있었기 때문에 오늘 제네바에서 열리는 양자협의가 정확하게 얘기하면 이번 사태에 대한 일본도 인정하는 첫 공식 협의 자리로 이목이 쏠립니다. 일종의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가 처음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관심이 더 모이는 거죠.
우리 측이 요청하고 일본도 동의해서 일반적인 WTO 분쟁해결 절차의 양자협의 경우보다 더 고위급 관리들, 국장급이 나서기도 하고요.
그래서 뭔가 새로운 얘기를 들을 수 있을지, 좀 실효성 있는 대화가 오갈지, 또 우리가 일본 논리의 허점을 국제무대에서 얼마나 조목조목 짚어 보여줄 수 있을지 가늠하는 첫 단계로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이달 말에 일왕 즉위식 때 이낙연 국무총리가 갈 거다, 그때도 대화가 이루워질 거다, 이런 얘기도 있는데 어쨌거나 일본 정부는 아직까지 별로 물러설 뜻이 없어 보이기는 하는 것 같아요.
<기자>
네, 당장 그제도 아베 총리가 한국과 타협할 의향이 없음을 재차 공식적인 자리에서 밝히기도 한 상황이라서 방금 얘기한 것 같은 이벤트들도 있기는 하지만, 당장 분위기가 반전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일본 내에서도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에 일본이 받게 되는 피해가 처음보다 좀 더 거론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여행객들이 발길을 끊으면서 한국인들이 지역경제의 큰 원동력이 됐던 일본 소도시들 중에 타격이 굉장히 큰 곳들이 있습니다.
결국 중앙정부에 재정 지원을 요청하거나 지역에 쌓고 있던 기금을 풀어서 손실을 보전 하지 않으면 안되는 곳들도 있습니다.
지금까지만 보면 한일 무역갈등으로 일본이 겪은 생산유발 감소 효과가 3천500억 원 수준이고, 우리는 아직 그 9분의 1 정도에 그친다고 한국경제연구원이 추산하기도 했습니다.
또 일본이 우리에 대한 수출을 까다롭게 만든 핵심소재들에 대해서는 이제 시작단계기는 하지만 우리도 계속 대체선을 열심히 찾고 있죠.
일부 진전이 보이는 품목들도 나옵니다. 일본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조금씩 나왔던 "이러다가 한국이 먼저 일본 기업을 떠날 수도 있다."는 상황이 사실 조금씩 그 기초가 만들어지고 있는 겁니다.
물론 일본 정부가 조성해 놓은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 때문에 우리도 기존에는 필요 없었던 유형무형의 비용들을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 상황이 우리에게 어떤 타격으로 발전할지 여전히 크게 우려되지만, 애초에 일본 정부가 수출제한 조치에 기습적으로 나설 때는 미처 예상 못 했던 걸로 보이는 일들도 분명히 나타나고 있는 거죠.
일본 정부가 이번 사태에 느낄 부담, 압력도 점점 커지고 있는 게 분명해서 앞으로 일본 정부의 대응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문제입니다.
권애리 기자(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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