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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1 (화)

이슈 만화와 웹툰

만화시장 성공법칙 깨뜨린 웃긴 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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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생각] 홍순철의 이래서 베스트셀러



흔한 남매
원작 흔한 남매, 백난도 글, 유난희 그림/아이세움(2019)

2019년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하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어디를 둘러봐도 분위기가 썩 좋아 보이지 않고, 내 편과 네 편으로 갈려 서로를 향한 분노와 혐오를 마구 쏟아내고 있다. 정치 지도자들의 입에서는 듣기에 민망할 정도의 욕설이 난무한다. 소리 지르고 싸우는 게 일상인 정치인들과 근심과 걱정이 가득한 어른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있다. 화제의 어린이 만화책 <흔한 남매>(아이세움)다. 서점에 ‘어린이 도서/만화’로 분류되어 있는 이 책이 요즘 화제인 이유는 어른들의 입소문 때문이다. 온라인 서점의 독자평을 살펴보면, 처음에는 아이들이 사달라고 졸라서 책을 구입했는데 정작 자신들이 키득거리면서 읽게 되더라는 부모들의 댓글이 많이 올라와 있다. 좀처럼 웃을 일이 없었던 어른들이 어린이 만화책 <흔한 남매>를 읽으며 모처럼 웃고 있는 모양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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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남매>의 성공은 ‘유튜브와 책의 결합’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흔한 남매>는 원래 유튜브에서 시작된 ‘병맛’(맥락 없고 형편없으며 어이없음을 뜻하는 신조어) 코미디 콘텐츠다. 공중파 유명 개그 프로그램 출신 크리에이터 장다운, 한으뜸 씨가 초등학생 남매의 일상을 연기하는 코믹 채널로 140만 명이 넘는 구독자 수에 조회 수가 100만이 넘는 영상들이 즐비하다. 유튜브 콘텐츠가 책으로 만들어지는 경우들이 종종 있지만, <흔한 남매>는 유튜브 코미디 콘텐츠를 어린이들이 즐기기 좋은 만화책으로 각색한 기획이 돋보인다.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들이 책을 구입하거나 책을 먼저 접하고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는 등, 유튜브와 책이 서로 분명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흔한 남매>는 단순하고 소박한 웃음을 선사한다. 복잡하고 어지러운 상황에서 벗어나 그저 잠깐이라도 웃고 싶은 사람들의 심리를 저격하고 있다. 치고받고 서로 싸울 때는 원수 같지만, 뭔가 목적이 있을 때는 의기투합하는 남매의 아웅다웅하는 일상을 만화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린이 웃음 코드에 맞췄다지만 남매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어른들의 과거 시간을 떠올리게 하며, 한창 젊었을 때 즐겼던 개그 프로그램의 추억까지 소환한다. 유튜브 채널 <흔한 남매>에는 계속해서 재미있는 새로운 영상들이 올라오고 있고, 서점에서는 <흔한 남매 1>에 이어 <흔한 남매 2>도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고공행진 중이다. 독자들은 벌써 출판사로 연락해 <흔한 남매 3>의 출간 일정을 문의할 정도라고 하니, 당분간 그 인기가 식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흔한 남매>는 우리나라 만화 시장의 성공 법칙을 깨트렸다. 그동안 ‘학습 만화’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아이들에게 다른 학습 스트레스를 안겨줬던 만화 시장에 유의미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에게도 가끔은 넋을 놓고 웃을 수 있는 여유와 뭔가에 몰입해 혼자 낄낄거리면서 즐길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분노와 혐오로 가득 찬 갈등 최고조의 대한민국. <흔한 남매>의 인기는 웃음이 사라진 대한민국 사회의 서글픈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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