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록색이면 세균·박테리아 감염
비누 푼 듯 거품 생기면 단백뇨
악취 심하면 방광 염증일 수도
매일 마주하는 노란빛 소변은 내 몸 상태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우리 몸속 혈액은 온몸 구석구석을 순환한 다음 콩팥에서 포도당·아미노산 등 필요한 것은 걸러내 재흡수하고, 크레아티닌·요산 같은 노폐물은 소변으로 배출한다. 몸에 이상이 생기면 소변의 색·냄새·상태·성상 등이 평소와 달라진다. 건강검진에서 소변 검사를 필수적으로 시행하는 이유다. 소변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건강 정보에 대해 알아봤다.
소변은 콩팥에서 만들어진다. 온몸을 돌고 난 혈액이 원료다. 가느다란 모세혈관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콩팥을 통과해 소변으로 배출된다. 콩팥에서 여과되는 혈액의 양은 하루 120~180L 정도다. 하지만 소변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그중 1%에 불과하다. 작은 양이지만 혈액 속 과다하게 존재하는 어떤 물질이 콩팥에 걸러지는 과정에서 소변에 흔적을 남긴다. 서울아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이우창 교수는 “소변은 요로계 이상뿐 아니라 전신적인 내분비·대사 상태를 가늠하는 중요한 단서”라고 말했다. 반면 대변은 같은 노폐물이지만 소화기관에만 주로 머물러 있다 배출돼 추출할 수 있는 건강 정보가 소변보다 제한적이다.
고혈압·당뇨병 환자는 매년 소변 검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소변 검사는 일종의 간이 검사다. 소변 속에 당·잠혈 등이 섞여 있는지 살피고 결석·염증·암 등과 관련된 생체 지표를 분석해 질병 진단을 돕는 역할을 한다. 빠르게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 진단 효율성이 높다. 검사에 필요한 재료도 간편하게 확보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시행하는 소변 검사는 크게 ▶소변의 색·혼탁도·냄새 등을 살피는 물리적 검사 ▶플라스틱 시험지 등을 활용해 소변 속 산도(pH)·질량·대사물질(단백질·포도당·케톤 등) 등의 반응을 확인하는 화학적 검사 ▶원심분리한 소변을 현미경으로 적혈구·백혈구·세균 등을 정밀하게 관찰하는 요침사 검사 등 3단계로 이뤄진다. 이를 통해 간·혈관·콩팥·방광의 상태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고혈압·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의 치료 효과를 감시하는 데도 유용하다. 혈압·혈당이 높은 상태로 지내면 콩팥을 이루는 혈관도 공격을 받는다. 결국 콩팥 기능이 서서히 약해지면 소변 검사에서 미세 단백뇨가 더 많이 검출된다. 이렇게 소변에서 미세 단백뇨가 검출되면 콩팥뿐 아니라 심혈관 질환 위험도 커진다.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신장내과 윤종우 교수는 “소변으로 미세 단백뇨가 나왔다는 것은 혈관의 내피가 손상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혈관이 약한 고혈압·당뇨병 환자는 일반인보다 미세 단백뇨 검출 가능성이 크다. 미세 단백뇨가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혈관 질환 위험으로 사망할 위험이 1.84배 높다는 연구도 있다. 이런 이유로 관련 학회에서도 고혈압·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연 1회 소변 검사를 통해 미세 단백뇨를 점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인천성모병원 심장내과 전두수 교수는 “정기적인 소변 검사로 치명적인 고혈압 합병증 발병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 충분히 마셔도 주홍색이면 간 이상
집에서도 소변의 색·혼탁도·냄새 등 물리적 상태를 꾸준히 관찰하면 도움이 된다. 강동경희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강소영 교수는 “소변 관찰은 매일 스스로 하는 작은 건강검진”이라고 말했다.
먼저 소변의 색이다. 건강한 사람의 소변은 맥주를 물에 탄 것처럼 맑고 투명하면서 약간 노란빛을 띤다. 소변의 색은 몸의 수분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물을 많이 마시면 색이 옅어지고, 땀을 많이 흘리거나 몸속 수분이 부족하면 소변이 농축돼 노란빛이 진해진다. 이 정도는 건강에 문제가 없다. 다만 물을 충분히 마셔도 색이 노랗다 못해 주황색으로 짙다면 간 이상을 의심해야 한다.
소변을 봤을 때 색이 평소와 확연히 다르다면 긴장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혈뇨다. 소변에 혈액이 섞이면 색이 옅은 분홍빛으로 변한다. 김빠진 콜라처럼 흑갈색이나 커피색인 경우도 있다. 혈뇨라면 피가 나는 위치와 원인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 콩팥의 사구체→요관→방광→요도를 거치는 과정에서 소변에 혈액이 섞여 색이 변한 것이다. 요로결석·방광염·신우신염·사구체신염·신장암 등 의심할 수 있는 질환이 다양하다. 색이 붉을수록 바깥쪽인 방광·요도 이상을, 흑갈색·커피색으로 짙다면 더 내부에 위치한 콩팥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드물게 청록색 소변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비뇨기계가 녹농균 등 세균·박테리아에 감염됐을 수 있다. 소변의 색 이상이 일주일 정도 지속한다면 병·의원에 들러 검진을 받아야 한다.
거품 여부도 살펴야 한다. 고기를 많이 먹으면 소변에 단백질이 섞여 비누를 풀어놓은 듯 거품이 심하게 난다. 하루에 본 소변 중 단백질이 30㎎ 이하라면 정상이다. 하지만 수치가 30~300㎎이면 미세 단백뇨, 300㎎ 이상이면 단백뇨다. 본래 단백질은 사구체에서 걸러져야 한다. 단백뇨가 반복적으로 관찰되면 사구체신염이나 고혈압·당뇨병 등의 신호일 수 있다.
냄새도 중요하다. 이제 막 배출된 소변은 별다른 냄새가 나지 않는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세균이 소변을 분해하면 특유의 썩은 암모니아 냄새가 난다. 소변을 보자마자 악취가 심하다면 방광에 염증이 심하다는 의미다. 은은한 과일향도 경계해야 한다. 당뇨병으로 인해 몸이 지방을 에너지로 사용하면서 향긋한 냄새가 만들어진다.
소변 검사의 정확도를 높이고 싶다면 약국에서 소변 검사 키트를 구입해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소변 컵에 검사지를 충분히 적힌 후 밝은 곳에서 색 변화를 살피면 된다. 소변 검사는 결과를 해석하는 데 주의해야 한다. 비정상적인 결과라도 특정 질병으로 확진하지는 못한다. 예컨대 소변 검사에서 당이 검출됐다고 가정하자. 당뇨병으로 의심되지만 단정할 순 없다. 소변 속 당은 콩팥이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때도 나온다. 증상에 맞는 정밀 검사를 추가로 실시해야 한다.
글=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인성욱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