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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北, 미사일·대남 비난·깜깜이 축구… 곤혹스러운 文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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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15일 평양에서 열린 한국과 북한의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예선전. 경기 전 국가연주(왼쪽) 모습과 경기 중 한국과 북한 선수들이 잠시 충돌하는 영상. 요아힘 베리스트룀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 트위터


“생방송과 한국 팬, 외국 미디어도 없는 이상한 축구 더비”

15일 평양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북한 축구대표팀의 2022년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경기를 두고 영국 BBC 방송은 이렇게 규정했다. BBC 방송은 이날 ‘세계에서 가장 이상한 더비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생방송은 물론, 한국 팬들과 외국 미디어도 전혀 없이 경기가 진행된다”고 지적했다. 친선 경기도 아닌 월드컵 예선전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징계 등의 사유를 제외하고 무중계·관중으로 경기가 치러지는 것은 이례적이다. 축구팬들은 경기 종료 후 0:0이란 결과만 받았다.

‘해외토픽 감’이 될 만한 이번 북한 당국의 조치로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에 불똥이 튀는 모양새다. 당장 야당이 “문재인정부 대북정책의 현주소”라며 비판하고 나섰고, 국내 축구팬 중에서도 “정부가 북한에 공들인 결과가 이 정도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북한 당국이 북미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어떻게든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애쓰는 문재인 대통령의 선의를 무시한 채 잇단 미사일 발사와 대남 비난 성명에 이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홀대와 사상 초유의 ‘깜깜이 축구’까지 불사하면서 문재인정부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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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2일 강원도 원산 앞바다에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3형을 발사했다. 조선중앙통신


◆야권 “생중계도 못 하고…대북 정책 현주소 보여줘” 비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축구 경기를 보지 못하는 국민은 문재인정부 대북정책의 현주소를 확실히 보고 있다”며 “이 정권의 무능함을 생생히 보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에서 일어나는 이 모든 잘못된 일들에 정부는 속수무책”이라며 “문재인정부에게 진영을 위해 국민은 정치 도구에 불과할 뿐이듯 북한을 위해 스포츠는 정치 도구에 불과할 뿐인가”라고 지적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당 국정감사 중간점검 회의에서 “입에 침이 마르게 내세우던 남북관계가 월드컵 예선전 생중계 하나 못 받아오는 수준”이라며 “잘못된 대북정책부터 백지화하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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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 회의실에서 열린 北 SLBM 도발 관련 핵 대응 전략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북한의 폐쇄적이고 안하무인적 태도를 개탄하고, 깜깜이 경기만은 막아야겠다는 우리 정부의 의지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점도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고상진 ‘변화와 희망을 위한 대안정치연대’대변인도 “생중계 무산은 (북한의) ‘코리아 패싱’의 바로미터”라며 “여권 인사들은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 위원장이 참석할 것처럼 애드벌룬만 띄우는데, 화려한 쇼를 연출해 선거에 활용하려는 얄팍한 수는 버려야 한다”고 밀했다.

남북 축구대표팀 간 경기를 생중계로 보지 못 한 국내 축구팬들도 성토에 나섰다. 한 베트남 언론이 평양 시민들 사이에서 암표가 쌀 10kg로 거래된다고 보도하자 축구팬들은 “한국은 북한에 쌀 5만t을 냈는데도 못 들어간다”며 정부의 대북정책을 에둘러 비판했다.

실제 정부는 지난 6월 약 9년 만에 북한에 쌀 5만t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6월 북한의 식량 상황을 고려해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국내산 쌀 5만t을 북한에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정부가 목표한 쌀 지원 시기는 춘궁기(5∼9월)를 고려한 9월 이내였다. 이를 위한 예산 1277억원의 심의·의결도 신속하게 처리했다. 하지만 북한의 거부로 무산됐다.

이처럼 문재인정부의 성의에도 북한이 몽니를 부린 것은 한두번이 아니다. 지난 2일 신형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인 북극성-3형 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한 게 대표적이다. 이 SLBM의 사거리는 약 2000km 내외로 미국의 괌 기지가 사정권 안에 들어온다.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북한을 규탄하자 북한은 되레 격한 반응을 드러냈다. 김성 북한 유엔대표부 대사는 지난 11일 유엔 총회 제1위원회 연설을 통해 “미국도 올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Ⅲ’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트라이덴트Ⅱ’, 순항미사일 ‘토마호크’를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미국과 합동군사훈련을 재개하고 최첨단 공격무기인 F-35A 전투기를 도입했다”며 “이 같은 폭력적 도발 행위가 대화와 화해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미국이 자신들의 체제보장을 약속하지 않을 경우, 자기방어 목적으로 미사일 실험을 계속하겠다고 주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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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 북한 유엔대표부 대사가 14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제1위원회 군축·국가안보 회의에서 "중단하기로 했던 연합훈련 재개와 첨단무기인 F-35 도입 등 폭력적인 도발 행위가 대화와 화해 분위기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UN 영상화면


지난 8일에도 북한의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남조선 집권자가 미국산 무기 구매를 강박하는 상전의 요구를 받아 무는 비굴한 추태를 부렸다”며 문 대통령을 비난했다. 13일엔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을 두고 “미국과 남조선(남한) 군부 호전광들은 북남, 조미 수뇌회담이 진행된 후 우리와의 합의를 이행하는 듯이 말장난을 피워왔다”고 지적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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