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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교사들이 反日구호 강요… 반대하자 일베냐고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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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공립고 학생들 "학교가 反日 이벤트 열어 정치 선동" 반발

한 명이 "경제침략 반대" "倍로 갚자" 선창하면 학생들 따라 외쳐

일부 학생 "수업중 선생님이 조국 뉴스는 모두 가짜라고 주장도"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공립고등학교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반일(反日) 구호를 외치도록 강요하고, 이에 동의하지 않는 학생은 반(反)사회적 인물이란 의미로 '일베회원' '수구' 등으로 매도했다는 주장이 이 학교 학생들로부터 제기됐다. 조국 전 법무장관 관련 뉴스는 모두 '가짜 뉴스'라고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18일 A고등학교 1~3학년 학생 20여 명이 페이스북에 'A고등학교 학생수호연합'이란 계정을 열고, "A고등학교 학생들은 정치노리개가 아닙니다"로 시작하는 200자 원고지 9장 분량의 성명문을 올렸다. 학생들은 성명서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이 전부 보는 공적인 석상 위에서 매우 적나라하게 정치 선동을 하며 교육의 중립을 깨트리는 행동을 자행하게 했다"며 "반일파시즘 사건에 대해 부조리함을 느끼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고 편향된 발언을 하는 선생들의 만행을 고발하고자 조직을 만들었다"고 했다.

조선일보

지난 17일 서울 A고의 ‘달리기 걷기 어울림 한마당’ 행사에서 단상에 오른 학생들이 ‘일본은 사죄하라’는 구호를 적은 종이와 태극기를 펼쳐보이고 있다. A고 일부 교사는 행사 1주일 전부터 학생들에게 이 같은 그림을 만들도록 했다. /A고 학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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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고 학생연합에 따르면, 지난 17일 이 학교 운동장에선 'A고 달리기 걷기 어울림 한마당' 행사가 있었다. 1년에 한 차례 열리는 연례행사로, 전교생 500명 중 1~2학년 학생 3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들은 반일 및 불매운동 구호가 적혀 있는 가로 50㎝, 세로 15㎝ 흰색 포스터를 한 장씩 들고 참가했다. 행사 일주일 전부터 각반 담임교사들이 자신의 수업시간에 반일 불매 구호를 담은 포스터를 제작하도록 했다고 한다. '49 싶어도 45지 말자' 'NO 아베' '일본은 사죄하라' 같은 구호가 적혀 있었다. "이에 동의하지 않는 한 학생이 항의의 뜻으로 '대북 송금 종북 좌파'라고 적었다가 교사와 개별면담을 했다"는 학생들의 증언도 나왔다.

학생들이 본지에 제공한 당시 현장 영상에 따르면, 대회 시작에 앞서 교사들이 일부 학생을 무대 위로 불러냈다. 포스터를 든 학생들은 마이크를 들고 "배(倍)로 갚자 배로 갚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아베 자민당 망한다" "아이러브 코리아" 같은 구호를 외쳤다. 파란색 체육복을 입은 한 교사가 "구호를 외칠 때 뒷부분을 크게 두 번씩 반복하라"며 '일본 경제침략 반대한다 반대한다'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 축하한다 축하한다' 같은 구호를 선창(先唱)했다. 이 모습을 A고 나모 교장은 무대 오른편에서 서서 지켜봤다. 영상에는 교사 2명이 이런 일을 한 것으로 나온다. 학생들은 "교장 선생님도 웃으면서 이 모습을 지켜봤다"고 했다.

A고 학생수호연합은 이날 행사에 대해 "학생들의 의지가 죽어버린 정치적 시체가 말한 목소리였다"고 했다. 운동장 뒤편에 있던 일부 학생 사이에선 "사상주입 그만하라" "이건 좀 아닌 거 같다"는 얘기들이 나왔다고 한다. 학생들은 교사들이 나누어준 옷핀을 사용해 반일 포스터를 상의에 고정한 채 코스를 완주했다. 한 재학생은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학생들을 시켜 말도 안 되는 교육을 한 것"이라고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와 관련해 "교사들이 '조국에 대한 혐의들은 모두 가짜 뉴스니 믿지 말라'는 선동을 했다"는 학생들의 증언도 나왔다. 한 학생은 "국어 시간에 '조국 거짓말쟁이'라고 했더니 교사가 '너 일베냐'고 했다"고 본지에 밝혔다. 학생들은 "뻔히 드러나 있는 사실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반하면 또다시 '너 일베니' '그런 가짜 뉴스를 왜 믿니' 같은 폭언(暴言)을 교사들로부터 들었다"고 주장했다.

일부 학생은 18일 이런 내용을 소셜미디어에 폭로하고 "많은 분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후 이 학교 교무실과 행정실로 수십 통의 항의 전화가 쇄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A고 학생연합은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들은 시키는 대로 했고, 정치파시즘의 노리개가 됐다"고 주장했다. 본지는 학교 측 반론을 들으려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은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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