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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학종 실태조사, 13개大 '일반고 부당 차별' 여부 집중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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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13개大에 고교 정보 활용처·단계별 평가 결과 등 제출받아

정성평가에서 점수 뒤집힌 사례 분석하는 듯…'고교등급제 의심' 대학엔 특정감사

연합뉴스

학종 실태조사 (CG)
[연합뉴스TV 제공]



(세종=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정부가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실태조사를 통해 주요 대학 13곳이 쌓아둔 '고교 프로파일'과 최근 입시의 단계별 합격 현황 등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율형사립고·특수목적고 및 강남 8학군 고교 등 소위 '명문고' 출신이 학종 등 정성평가가 있는 전형에서 일반고 출신보다 유리하다는 의혹이 객관적으로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고교등급제'의 실체까지 가려질지 주목된다.

20일 정의당 여영국 의원실에 따르면, 교육부는 학종 실태조사 대상이 된 13개 대학으로부터 19개 영역 32개 항목의 입시 자료를 제출받았다.

항목을 보면, 교육부가 각 대학에게 '고등학교 프로파일 활용 지침'을 제출받았다는 사실이 먼저 눈에 띈다.

고교 프로파일이란 말 그대로 각 고등학교가 스스로 정리한 학교 소개 정보다.

학교 위치·규모 등 기본적인 정보부터 교육 목표 및 운영 방침, 교과별 수업·평가 방법, 교육과정의 특징, 동아리 운영 및 교내 시상 현황 등 매우 구체적인 정보가 담긴다.

이런 프로파일을 각 대학이 알아서 정보로 수집하기도 했는데, 대학 측의 자료 요청으로 인해 교사 업무 부담이 과중하다는 불만이 많았다. 이 때문에 지금은 대교협에서 '공통 고교정보 시스템'으로 일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교육부는 각 대학이 고교 프로파일을 고교등급제의 근거로 악용하지는 않는지 들여다볼 방침이다.

고교등급제란 개별 학생의 능력이 아니라 학생이 나온 고등학교의 설립 유형이나 소재 지역, 학교의 과거 입시 성적 등으로 학교에 모종의 등급을 매겨서 이에 따라 학생을 평가하는 것이다.

가령 자사고나 특목고의 내신 5∼6등급을 일반고 내신 1등급 수준으로 쳐준다거나, 강남8학군 일반고 내신 2∼3등급은 지방 일반고 1등급과 동급으로 쳐주는 식의 행위를 고교등급제로 볼 수 있다.

고교등급제는 본고사·기여입학제와 함께 김대중 정부 때인 1999년부터 이른바 '3불(不) 정책'으로 금지돼 있다. 20년 동안 법제화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매년 대입전형 기본사항에 명시되며 기본적인 '룰'로 여겨진다.

서울의 주요 대학들은 매년 수시 모집에서 자사고·특목고 출신과 서울 강남 등의 '명문 일반고' 출신을 많이 뽑기 때문에 고교등급제를 시행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항상 받아왔다.

고려대·연세대·이화여대는 2005학년도 입시 때 고교등급제를 적용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기도 했다. 고대는 2009학년도에 자체 내신등급 산출식을 적용한 것이 고교등급제인지를 두고 탈락생들과 5년에 걸친 소송전을 벌이기도 했다. 소송은 2013년 대법원에서 고려대 승소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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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학종 실태조사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서울대를 위시한 대학들은 2007년 아예 '3불 정책' 전면 폐기를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로 입학사정관제가 대폭 확대되는 등 대입에서 대학의 자율권이 커지자 대학가의 요구가 잦아들었고 고교등급제 논란도 가라앉았다.

이번 학종 실태조사를 통해 각 대학이 고교 프로파일을 입시에 어떻게 활용하는지 규명되면, 실제로 고교등급제를 시행한 대학이 적발될 가능성이 있다.

교육부가 학종 실태조사를 위해 제출받은 자료 항목에는 고교 프로파일과 더불어 구체적인 평가 절차에 관한 자료들이 눈에 띈다.

교육부는 각 대학에 '전형 단계별 평가계획', '평가항목별 단계별 평가 결과 및 평가위원별 평가점수', '서류평가 통과자 순위별 대장', '전형별 지원자 및 합격자 현황', '전형별 최종 등록자 명부', '최종 등록자 학교생활기록부 자료(학생 개인정보는 익명 처리)' 등을 요구했다.

한 입시 전문가는 이를 두고 "정성평가를 통한 점수 역전 현상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객관적인 근거가 뒷받침되는지 등을 잡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내신 등급이 더 높은 일반고생이 면접에서 자사고·특목고생에 밀려 탈락한 경우가 있다면, 그 결과에 합당한 근거가 있었는지를 교육부가 들여다본다는 것이다.

특히 '서류 통과자 순위별 대장'과 '단계별 평가 결과 및 평가위원별 점수', '전형별 지원자·합격자 현황' 등을 겹쳐 보면, 일반고 출신이 서류를 통과해도 면접에서 대거 탈락하지는 않는지, 일반고 출신 합격생이 강남 등 특정 지역에 쏠려있지는 않은지 등의 전반적인 경향이 드러날 전망이다.

'서류·면접 평가위원 명단', '입학사정관 명단', '교직원 자녀 지원 및 회피·제척 현황', '최종 등록자 명부' 등을 통해서는 인맥을 통한 입시 부정이 있었는지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학종 실태조사를 통해 고교등급제 등 입시 부정행위 정황이 보이는 대학에는 특정감사를 벌여 더 세부적인 자료까지 들여다볼 계획이다.

반면 자사고·특목고 출신이나 서울 특정 지역의 일반고 출신이 더 많이 합격하는 경향이 수치상으로만 재차 확인될 뿐 고교등급제라는 명확한 증거까지 잡아내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관측도 있다.

이미 고려대 판결을 통해 대학 측은 법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상태다. 고대는 2009학년도 수시 교과 중심 전형에서 일반고 내신 1∼2등급을 다수 떨어트리고 외고 출신은 5∼7등급까지 합격시켜 논란이 됐다. 1심 재판부는 고대가 재량권을 벗어났다고 판단했지만, 2·3심은 고교별 차이를 반영해 '보정'했다는 고대 쪽의 손을 들어줬다.

한 교육계 인사는 "제출 목록을 보면 교육부가 학종의 문제를 잡아내려는 의지는 보이는데, 그럴수록 대학 측은 더 거세게 항변할 것"이라면서 "국민 관심이 높은 이번에 교육부가 강한 의지로 문제를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 자료 제출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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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 여영국 의원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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