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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실업계고·2~4년제 대학, 내년부터 건축사시험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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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제·대학원 진학해야···여건 안 되면 도전조차 못해

“국제 경쟁력 갖추는 초석” VS "기형적 제도, 평등 박탈“

뉴스1

2017년 포항지진 당시 현장 복구 작업에 투입된 건축사들의 모습./사진제공=국토교통부©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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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건축사 자격시험 응시자격을 대폭 축소하는 건축사법 개정안이 8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직업계고나 2~4년 학사과정을 갖춘 대학들이 외면 받을 위기에 놓였다.

건축사법 개정안은 건축사 자격시험의 응시 자격을 ‘Kaab(한국건축학교육인증원)의 인증을 받은 5년제 건축대학 및 대학원 졸업자 중 실무 경력을 갖춘 자’로만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1년 개정 후 국토부가 8년간 유예기간을 두면서 지금까지는 건축사 예비시험을 통해 직업계고 졸업자나 2~4년제 대학 건축학도, 비전공자 또한 실무 경력을 갖춰 건축사 자격시험에 도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예비시험이 11월을 끝으로 개정안 적용과 함께 사라진다.

이에 당장 내년부터 자격을 잃게 될 당사자들은 납득하기 힘들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 건축학도는 ‘건축사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 달라’며 청와대 국민청원을 하기도 했다. 응시자격의 축소는 기회의 평등을 박탈하는 것은 물론 건축사 시험을 치르는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기형적인 제도라는 것이다.

건축 관련 교육계도 걱정은 마찬가지다. 건축교육 인증을 받아야 해 직업계고나 2~4년 학사 과정을 갖춘 대학은 물론 5년제 학과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증 받은 대학에 입학 후 재학 중 대학이 자격을 상실하면 미인증 대학 졸업자로 취급되고, 미인증 대학에 입학 후 대학이 자격을 획득하면 인증 대학 졸업자가 되는 등 건축사 자격이 Kaab의 인증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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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법 일부 (사진=국가법령정보센터 켑쳐)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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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건축학과 교수는 “국제에서 통용되는 자격을 갖추자는 취지이지만 현장에서 국제적 자격이 필요한 상황은 굉장히 제한적”이라며 “직업계고나 전문대학, 4년제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실무 경력자들이 자격을 제한받는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직업계고 교장은 “앞서 8년의 유예를 뒀던 것은 충분히 문제가 있는 개정안이라는 반증이다. 이런 개정안은 건축계 입문을 줄여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려는 수단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며 “건축의 발전을 위해서는 자격의 규제보다 색다른 시각을 가진 외부 인재를 끌어들여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정안 후 장기적으로 진로의 기회가 막히게 되는 직업계고나 전문대 같은 경우 학생의 발길이 끊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국토교통부는 국내 건축학을 국제적 교육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초석이며 당시 개정안을 즉시 적용하지 않고 올해까지 8년간의 유예기간을 둔만큼 개정안에 대비할 시간을 충분히 줬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2000년 초반 UIA(국제건축가연합)에서 건축학의 국제적 교육 수준 제고를 위해 권고했던 사항을 도입해 2002년부터 5년제가 출범했다. 그때부터 예정됐던 수순이라 유예는 충분했다고 본다”며 “올해는 마지막 예비시험인 만큼 시수를 2회로 늘렸고 내년부터 건축사 자격시험도 연 1회에서 2회로 확장해 기회를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guse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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