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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산불로 전재산 날려도···태풍 피해자에 손길 건넨 강원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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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뉴스]

올 4월 대형 산불 때 56가구 전소한

강원도 고성군 성천리 마을 주민들

희망브리지에 태풍 성금 100만원 기부

탁창석 이장 “애타는 심정 잘 알아”

중앙일보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성천마을 주민들이 지난 5월 공동 경작지에서 밭갈이를 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탁창석 성천리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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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타는 심정, 저희가 알지요.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이 1만원이든, 2만원이든 성의를 모아 (기부)한 거죠. 이웃들이 희망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뜻입니다.”

지난 4월 대형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성천리 마을 주민들이 최근 태풍 피해를 겪은 주민을 위해 써달라며 20일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100만원을 기탁했다. 탁창석(61) 성천리 이장은 이날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생색내려고 한 게 아니다. 우리도 갑작스럽게 사고를 당했고,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조금이나마 빚을 갚으려는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중앙일보

탁창석 성천리 이장.


최근 한 달 새 ‘링링’ ‘타파’ ‘미탁’ 등 가을 태풍이 연이어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사망 10명, 실종 4명 등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이재민과 대피 인원도 1800여 명에 이른다. 피해 소식을 듣자 성천리 마을주민 50여 명이 기부에 동참한 것이다.

성천리 마을은 지난 강원도 산불 때 가장 피해가 심했던 지역 중 한 곳이다. 전체 100가구 중 56가구가 전소(全燒)했고, 123명의 이재민이 생겼다. 지금도 주민 상당수가 컨테이너나 목조주택 등 임시 거주지에 살고 있다.

산불이 발생하자 탁 이장은 30여 분간 안내 방송을 하고, 일일이 이웃집을 확인하면서 모든 주민을 안전하게 대피시켰다. 덕분에 성천리에서는 인명 피해가 없었다. 탁 이장은 “워낙 위급한 상황이라 옷 한 벌, 신발 한 켤레 걸치고 나온 게 전부”라며 “전 재산인 집과 하우스, 창고가 모두 불에 탔다”고 전했다.

“(피해를 본 56가구 중) 이제 겨우 집 한 채 공사를 했어요. 복구 작업이 그렇게 더딥니다. 여전히 큰비가 오면 산사태가 날까 불안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살다 보니 큰 도움을 받게 되네요. 주민 대부분이 비슷한 처지라, 태풍 피해가 크다는 뉴스를 보면서 십시일반으로 기부에 동참하게 됐습니다.”

성천마을에는 공동 경작을 통해 어려운 이웃을 통해 돕는 전통도 있다. 공동으로 메밀과 깻잎 등 농작물을 수확해 마을 초등학교에 장학금을 내놓고,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김장을 해준다. 탁 이장은 “이번 기부도 마을 공동체 사업에서 먼저 제안한 얘기”라며 “하룻밤에 빈털터리가 됐지만, 마음은 여전히 넉넉하다는 뜻 아니겠냐”고 웃었다.

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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