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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서울 집값에 두손 든 80년대생 "저희는 수도권으로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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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 59㎡ 구축 아파트도 9억
'로또'된 청약 기다리느니
경기·인천 가면 3억대 가능
교통망 확충에 서울 접근 쉽고
LTV도 60%까지 가능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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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1980년대생이더라도 2015년에 집을 산 30대는 벌써 서울에 살면서 4억~5억원을 벌었지만 이제 막 집을 사기 시작한 30대는 3억~4억원 빚을 지고 서울이 아닌 수도권에서부터 시작합니다."(대기업에 다니는 37세 K씨)

최근 급등하는 서울 집값에 부담을 느낀 30대를 중심으로 탈(脫)서울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들은 주변에 집을 산 또래 30대들이 높은 시세차익을 얻는 것을 보고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막상 가점이 낮아 청약은 힘들고, 서울은 집값이 너무 비싸 구입이 힘들자 상대적으로 대출규제도 적고 가격도 저렴한 수도권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20일 통계청의 지난해 '연령별 서울 순이동 자료'를 보면 서울을 떠난 10만230명 가운데 30대(30~39세)가 42%를 차지했다. 30대 4만2521명이 서울을 탈출했고, 4만9579명이 경기로 유입됐다. 지난 5년간 탈서울한 30대는 19만2979명에 달한다.

■폭등한 서울 집값, 감당 힘들어

30대가 서울을 벗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서울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아예 내집 마련을 포기하거나 결혼을 안하는 30대도 늘고 있지만 반대로 어느 정도 자산이 쌓이거나 결혼 후 자녀가 생기는 경우 오히려 주택 매수에 적극적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30대 유부남 문모씨도 "주식이나 펀드 등 다른 투자는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고 주변에 부동산으로 돈을 번 사람이 많다보니 부동산으로 눈길이 간다"고 말했다.

그나마 부모에게 자산을 물려받은 30대들은 서울에 집을 마련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30대들은 수도권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전용 59㎡ 기준 강북 구축은 8억~9억원, 신축은 10억원 이상, 강남은 구축 12억원, 신축 15억원대라 대출에 부모님 자금지원이 있더라도 서울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최근 30대는 생애 첫 구입주택으로 새 아파트를 희망하는 경우가 늘면서 서울 진입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의 분양가 규제로 '로또 분양'이 양산되면서 가점이 최소 60점은 넘어야 당첨이 가능하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2배로 늘렸지만 맞벌이가 많은 30대들은 30대 중반만 넘어가더라도 소득이 높아 자격제한에 걸린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서울 집값이 많이 올라 젊은층의 소득 수준으로는 내 집 장만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청약가점이 낮은 젊은 층도 분양을 통해 비교적 저렴한 새 아파트에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투자여력 있고 규제 덜한 수도권

반면 수도권은 아직까지 서울에 비해 가격대가 저렴한 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4억4007만원인 반면 수도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3억1093만원에 그쳤다. 8월 KB부동산 기준 경기와 인천의 평균 아파트 가격도 각각 3억5872만원, 2억7136만원으로 서울 평균 아파트 매매가 8억3173만원에 비해 2~3배 저렴하다.

대출규제도 서울에 비해 덜하다. 서울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40%로 제한됐지만 여전히 수도권은 60%까지 대출이 나온다.

안양이나 수원, 성남, 광명 등 최근 노후 주택가 주변으로 재개발·재건축이 빠르게 진행되는 지역의 경우 투자가치도 높다. 최근에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신안산선, 월곶~판교선, 인덕원 동탄 복선철, 동북선 경전철 등 교통망 확충으로 지리적인 격차를 좁히고 있어 비싼 주거비용을 지불하고 서울에서 거주할 필요성도 줄고 있다. 안양 동안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는 "서울 집값을 감당하지 못하는 30대나 신혼부부들이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겠다는 생각에 수도권으로 많이 넘어온다"면서 "수도권에서 자산을 불리고 집을 2~3번 갈아타서 서울로 가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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