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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1회용 마스크 다시 써도 될까?… 발명반 수업 듣다 ‘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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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시대 '메이커교육' 현장을 가다 / ‘사용 여부 확인 가능한 마스크 개발’ 초교 4학년 신채린 양 / 포장지 뜯으면 사용여부 메시지 표시 / 염화코발트 종이 활용 사용 빈도 확인 / 전국경진대회서 대통령상 수상 눈길 / “일반인도 새로운 것 만들어내면 발명” / 환경사랑 각별… 유엔 사무총장 꿈꿔

세계일보

“1회용 마스크긴 하지만 얼마 안 썼는데…. 또 써도 괜찮지 않을까?” “잠깐, 내가 이 마스크를 썼었나?”

미세먼지로 1회용 마스크 사용이 증가하면서 부쩍 늘어난 고민이다. 한 초등학생의 발명품으로 조만간 이런 고민들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서울 한남초등학교 중부교육지원청 발명교육센터에서 만난 서울사대부설초등학교 4학년 신채린양은 지난달 말 제41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서 쟁쟁한 중·고교 오빠, 언니들을 제치고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는 1979년부터 개최된 명실상부 전국 최고의 발명품경진대회로,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초등학생이 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15번째다.

신양이 출품한 발명품은 ‘사용 여부를 알 수 있는 마스크’다. 총 세 가지 유형으로 △포장을 뜯으면서 붙어 있던 빨간색 스티거가 뜯어져 사용 여부 메시지(used)가 표시되고 △스티커 아래 물(수증기)에 닿으면 붉은색으로 변하는 푸른색 염화코발트 종이를 깔아 마스크 사용 빈도를 확인하고 △수분을 머금은 일명 ‘개구리알’(수정토)이 외부 노출로 크기가 줄어든 것을 보며 마스크 사용 시간을 알 수 있다. 세 유형의 마스크를 토대로 현재 관련 특허출원이 두 건 진행 중이다.

신양이 이 같은 마스크를 만든 배경엔 신양의 가족사가 녹아 있다. 신양은 다리가 불편해 병원을 다니고 있다. 신양의 아버지는 호흡기 질환으로 오랜 시간 병원 신세를 졌다. 잦은 병원 출입으로 일회용 마스크 사용이 늘었고, 자연스레 ‘깨끗한 마스크’를 향한 고민도 늘어났다.

주변을 둘러봐도 마스크는 일상의 문제였다. 학교 친구들은 가방에 서너 개의 마스크를 넣고 다녔다. 사용된 마스크는 모두 쓰레기가 돼 환경오염의 원인이 됐다. 신양은 “마스크 하나라도 제대로 써야 한다”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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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서울 한남초등학교에서 만난 제41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서울사대부설초등학교 신채린양과 어머니 이정희씨가 신양이 직접 발명한 ‘사용 여부를 알 수 있는 마스크’를 손에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근 신양은 마스크 관련 특허출원 두 건을 진행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사용 여부를 알 수 있는 마스크가 탄생하기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신양이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열에 반응해 색이 변하는 물감이었다. 체온에 의해 마스크 색이 변하면 사용 여부를 쉽게 알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마스크를 벗어놓자 1분도 안 돼 색이 원상태로 돌아왔다. 두 번째 아이디어는 사과 갈변 현상에서 착안해 마스크에 사과즙을 발라봤다. 그러나 즙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미 색이 변해 사용할 수 없었다. 이어 적색양배추 지시약이 탄산음료에 닿으면 색이 변하는 것을 떠올려, 사람이 내뿜는 이산화탄소에도 반응할까 실험해봤지만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들숨, 날숨으로 마스크 색이 차차 변하는 아이디어는 마스크에 기체 검지관을 부착하는 것으로 이어졌지만, 유리용기로 된 검지관은 마스크가 피부에 밀착되는 데 방해가 됐다.

4번의 실패 끝에 탄생한 것이 ‘스티커형’이다. 마스크를 쓰면 안에 수증기가 차는 것에 주목한 신양은 학교 과학시간에 배운 염화코발트 종이를 떠올렸다. 염화코발트 종이는 수증기에 닿으면 색이 변했다. 열 반응 물감처럼 색이 원상태로 돌아오는 것을 방지하고, 마스크 사용 여부를 확실하게 알아볼 수 있도록 종이 위에 스티커를 부착했다. 개별 포장된 마스크의 포장지를 뜯으면 스티커가 떨어져나가면서 종이가 노출되고, 수증기에 종이색이 서서히 변해 마스크를 얼마나 사용했는지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개선사항을 찾던 신양은 마스크 포장이 낱개와 단체로 나뉜다는 것에 주목했다. 낱개포장의 경우 포장을 뜯으며 바로 사용 여부를 알 수 있지만, 단체 포장된 마스크는 좀 더 확실한 확인 수단이 필요했다. 신양은 타고 다니던 휠체어 배터리에 부착된 ‘잔류형 라벨지’를 보고 해결책을 마련했다. 잔류형 라벨지를 뜯으면 특정 문구가 여전히 남아 있어 사용 여부를 확인하기 쉬웠다.

아이디어는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학교에서 식물을 키울 때 흙 대신 수정토를 사용하는 것을 본 신양은 이를 마스크에 적용했다. 수정토를 담을 용기로 인형 눈알을 선택했다. 눈알에 물을 가득 머금은 수정토를 넣은 뒤 눈알 표면에 구멍을 내면, 상온에서 수분이 증발해 수정토 크기가 줄어들었다. 수정토 크기에 따라 마스크 최초 착용 이후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수정토는 반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해 부착식 ‘수정토 눈알’을 만들면 이 또한 재활용이 가능했다.

신양은 실패부터 성공 사례까지 모두 학교에서 받은 과학·메이커교육 덕을 톡톡히 봤고, 일상생활에서 참신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방과 후 수업으로 서울중부교육지원청 발명교육센터에서 기초발명반 수업을 들은 신양은 “수업을 들으면서 발명은 엄청난 지식을 가진 과학자나 하는 일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별 거 아니라는 걸 느꼈어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면 발명이었어요”라며 “그렇게 생각하면 요리도 발명의 일종이에요. 재료를 섞으면 새로운 맛이 탄생하니까요”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발명인 요리에 푹 빠진 신양 덕(?)에 어머니 이정희(47)씨는 “요즘 집에 남아나는 게 없다”며 ‘환한 한숨’을 쉬었다.

초등학생 때 이미 특허출원을 시작한 신양의 꿈은 역시 발명가일까. 신양은 “유엔 사무총장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는 “채린이가 워낙 동물, 환경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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