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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재발·전이한 중증 암, 다학제 협진으로 완치율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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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성모병원과 함께하는 암 극복 캠페인 ①고형암

전문 과별 첨단 의술·장비

적재적소 투입해 암 치료

환자 생존율 향상 큰 성과

중앙일보

은평성모병원 폐암 협진팀이 통합진료실에서 치료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폐암 다학제는 모든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며 주 1회 열린다. 김동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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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전만 해도 숨 쉬기 힘들었던 데다 폐암 진단까지 받으니 아주 절망스러웠죠. 그런데 지금은 러닝머신을 뛸 만큼 건강해져서 믿어지지 않아요.”

김모(52)씨는 지난 5월 호흡곤란과 피 섞인 가래, 발열 증세로 은평성모병원을 찾았다. 영상 촬영 결과 3.2㎝의 종양이 기관지를 막고 있는 폐암 3기였고, 기관지 폐쇄로 폐렴까지 있었다. 은평성모병원 흉부외과·방사선종양학과·영상의학과·호흡기내과·종양내과 교수진이 김씨의 치료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호흡기내과 여창동 교수는 “김씨의 경우 동반 질환으로 폐렴이 있어 폐 기능이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며 “폐를 절제하거나 항암 치료를 바로 시행하기에는 위험이 컸다”고 말했다.

우선 의료진은 수술 대신 내시경을 이용해 기관지를 막고 있는 암세포를 뚫었다. 기관지가 열리자 호흡곤란 증상이 나아졌고 폐렴을 치료할 수 있었다. 환자의 폐 상태가 좋아진 뒤 바로 항암·방사선을 동시에 적용해 폐암을 치료했다. 호흡기내과 이상학(호흡기센터장) 교수는 “기관지경으로 기관지의 종양을 제거하고 기도를 확보하는 시술은 난도 높은 의료 기술”이라며 “일반적으로는 종양이 막은 기관지를 뚫을 길이 없어 폐렴 치료를 먼저 하다 환자 상태가 나빠지고 적절한 암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10년 새 다양한 치료법 나와



병기가 높고 전이·재발한 중증 고형암(일정하게 단단한 모양을 한 악성 종양)은 환자에게 여전히 두려운 대상이다. 폐암·간암이 대표적이다. 각각 암으로 인한 사망률 1, 2위를 차지한다. 조기 발견이 어렵고 효과적인 조기 검진법이 없는 탓이다. 게다가 폐렴·간경변 같은 동반 질환 탓에 삶의 질도 떨어져 있는 경우가 적잖다. 하지만 절망하기엔 이르다. 이 교수는 “중증 암이더라도 환자의 생존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 최근 10년 사이에 다양하게 개발됐다”며 “암의 유전자 특징에 따른 맞춤 치료와 최첨단 방사선 기기, 시술 등 다양한 치료법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 과가 협진하는 다학제는 첨단 치료법을 효과적으로 조합해 최선의 치료 결과를 내놓는 방법이다. 소화기내과 배시현(소화기센터장) 교수는 “전문화된 과별로 첨단 장비 등 각기 다른 최신 무기를 갖고 있다”며 “하지만 서로 소통하지 않으면 아무리 강력한 무기라도 효율적으로 쓸 수가 없다”고 말했다. 협진은 특히 전이·재발암 환자의 생존 여부를 가르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지난 4월, 은평성모병원에서 간암 4기 진단을 받은 뒤 폐·후복강으로 암이 전이 된 박모(63)씨의 사례가 그렇다. 박씨는 기존의 표준화된 치료법을 적용할 수 없을 만큼 진행한 말기 간암이었다. 은평성모병원 간담췌 협진팀은 박씨에게 3일 동안 서서히 항암제를 주입하는 진일보한 치료법인 ‘간동맥 항암 주입요법’을 적용했다. 간암의 90% 이상이 치료됐고 간 문맥(입구)의 암도 나아졌다. 그런데 치료를 마칠 시점에 폐와 후복강에 전이가 왔다. 협진팀은 박씨에게 면역 치료를 시행한 뒤 ‘트루빔’이라는 방사선 수술로 남은 폐암을 치료했다. 이 교수는 “트루빔은 폐와 같이 호흡에 따라 움직이는 부위라도 정확히 종양만 표적화해 치료하는 방사선 치료 기기”라고 설명했다.

박씨의 후복강에 전이한 암은 수술로 절제해 도려냈다. 현재 박씨는 간암 수치와 영상 검사에서 간암이 깨끗하게 사라져 완치 판정을 받았다. 배 교수는 “간 문맥까지 암이 퍼지고 전신으로 전이된 환자여서 치료가 굉장히 어려운 경우였다”며 “표준화된 치료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진행성 암의 경우 경험 많은 의료진이 다학제로 첨단 기술을 잘 조합하는 치료 계획을 내놔야 좋은 치료 결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동반 질환 관리해 삶의 질도 높여



위암·대장암도 다학제에서 예외가 아니다. 1·2기의 비교적 초기 암도 치료 방법과 순서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대장항문외과 김형진 교수는 “초기 대장암·위암이라도 용종을 제거한 뒤 항암·수술이 추가로 필요한 경우가 있다”며 “대장암에서 장폐색이 오면 인공항문을 만들거나 스텐트로 뚫은 뒤 수술하는 등 대안이 많아서 이런 것들을 다학제에서 논의한다”고 말했다.

협진이 치료 결과를 끌어올리는 데는 환자의 상태를 다각적으로 분석해 삶의 질도 고려하기 때문이다. 중증 암 환자는 다양한 동반 질환을 갖는 경우가 많다. 이상학 교수는 “암 진단을 받으면 대개 암만 신경 쓰고 나머지는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며 “생명은 암과 직결되지만 환자는 동반 질환에 따른 호흡곤란·불안감 등으로 힘들어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함께 관리하는 치료 계획을 장기적으로 세우는 것이 삶의 질도 훨씬 좋게 만든다”고 말했다. 김형진 교수는 “예컨대 직장암 환자에서는 암 완치와 항문 보존뿐 아니라 수술 후 환자의 배변 기능을 포함한 삶의 질에도 더 관심을 갖는 추세”라며 “방귀를 참지 못하는 증상, 변실금, 급박변 등 다양한 증상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방안도 치료 계획에서 논의한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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