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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자투리 돈으로 저축·투자·보험까지… ‘잔돈금융’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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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게티이미지뱅크


대학생 A씨는 요즘 잔돈으로 돈을 모으는 재미에 빠져 있다. 신용카드로 물건을 결제하면 몇 백원씩 자동으로 적금 통장으로 들어가거나, 펀드에 적립하도록 설정해놨다. 예금 계좌의 1000원 미만 잔돈을 자동으로 저축하는 저축은행의 적금에도 가입했다.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쌓인 돈을 확인하다 보면 한 푼이라도 절약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이다.

1000원 안팎의 자투리 돈을 활용한 ‘잔돈금융’이 주목받고 있다. 소액으로 적금부터 생활 밀착형 보험, 해외 주식투자까지 부담없이 시작할 수 있어 목돈이 없는 학생과 푼돈도 아끼려는 직장인 등 짠테크(짠돌이+재테크)족을 끌어들이고 있다.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핀테크 업체를 중심으로 잔돈을 이용한 저축·보험·투자상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토스는 물건을 구매한 뒤 1000원 미만 잔돈을 토스머니 계좌에 저축하는 서비스를 내놨다. 토스카드로 커피값 4500원을 결제하면 500원은 자동으로 저축되는 방식이다.

핀크도 주로 소비하는 분야를 미리 지정해두면 결제금액의 일정 비율을 자동으로 저금해주는 ‘습관 저금’ 서비스를 출시했다. 카페, 쇼핑, 편의점, 치킨집, 빵집, 패스트푸드점 등 6가지 분야에서 결제금액의 5~50%까지 정해 저축할 수 있다.

여행 후 남은 외화 잔돈을 포인트로 바꿔주는 곳도 있다. 우디의 ‘버디코인’ 서비스는 키오스크에 외화 잔돈을 넣고 QR코드가 찍힌 영수증을 받은 뒤 모바일 앱으로 스캔하면 포인트를 쌓아주고, 모바일 상품권으로 바꿀 수 있게 해준다.

금융기관들은 신용·체크카드와 적금통장을 연계해 잔돈을 모으는 재미를 가미한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KB국민은행의 ‘KB굿플랜적금’은 굿플랜 신용·체크카드 이용금액의 20%를 카드 결제 계좌에서 적금 계좌로 저축하는 상품이다. ‘KB라떼 연금저축펀드’로는 커피 한 잔 정도의 값인 5000원을 수시로 적립할 수 있다.

IBK기업은행의 ‘평생설계저금통’도 카드 결제 때 설정해둔 금액이나 1만원 미만 잔돈을 결제 계좌에서 적금·펀드로 자동 이체해주는 상품이다. KDB산업은행의 ‘데일리플러스 자유적금’을 이용하면 체크카드 결제 시 설정한 단위 미만 자투리 금액을 적금 계좌에 자동으로 적립할 수 있다.

보험과 투자 분야에서도 잔돈을 이용한 금융상품이 주목받고 있다.

보맵은 하루 700원으로 교통상해, 강력범죄 등을 100만원까지 보장하는 ‘귀가안심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보험 선물하기’ 기능도 있어 20대와 30대를 중심으로 판매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사고와 상해에 대비하는 하루 660원짜리 운전자보험, 1290원짜리 자전거보험도 있다.

삼성생명의 ‘s교통상해보험’은 3년 만기 일시납 보험료 1090원으로 대중교통재해 사망보험금 1000만원, 대중교통사고 장해보험금 1000만원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신한카드와 신한금융투자는 조만간 신용카드 고객 카드 결제 자투리 돈을 모아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 서비스는 7월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다. 카드 결제 시 남은 돈이 생기면 고객에게 맞춤형 해외 주식을 추천해주고, 고객은 0.01주 단위로 해외 주식에 투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투리 투자금액을 1000원 미만으로 정하면 4100원짜리 커피를 마시고 남는 돈 900원으로 스타벅스 주식을 살 수 있다.

금융사들이 판매수수료 등의 수익이 없다시피 한 잔돈금융 상품을 내놓는 것은 경기 불황에 지갑을 닫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서다. 특히 현재는 고정 수입이 없더라도 앞으로 수입이 늘어날 미래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사들이 이들을 끌어당기는 상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맵 관계자는 “최근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는 소액 ‘미니보험’들은 필요한 보장만 골라서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 내용을 세분화한 것인데, 이는 합리적 소비를 중요시하는 2030세대를 겨냥한 것”이라고 밝혔다.

수년 전부터 잔돈금융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 핀테크업체들도 금융위기 이후 경제활동을 시작해 이전 세대보다 소득이 낮고 학자금대출 상환 부담이 큰 젊은 층을 파고들었다.

2012년 설립된 미국 스타트업 에이콘스(Acorns)는 신용카드 구매금액의 잔돈을 상장지수펀드(ETF) 포트폴리오에 투자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올해 초 기준 450만명의 사용자를 모았다. 미국의 코인스는 잔돈이나 기간별 자동 적립으로 모은 금액으로 고객 신용·학자금 대출 등 빚을 갚아준다.

장명현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원은 ‘해외 주요 잔돈금융 서비스의 현황과 특징’ 보고서를 통해 “잔돈금융 서비스는 저축 및 투자를 할 여유가 없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저렴하고 간편한 소액저축 및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며 “국내 금융회사들도 해외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참고해 국내 금융소비자의 수요를 충족할 서비스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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