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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스타링크 위성 3만기 더 발사”…지구 저궤도 ‘교통대란’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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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우주선 안에 스페이스X가 개발한 스타링크 위성이 정렬해 있다. 지구 저궤도에 다수의 위성을 띄워 사각지대 없는 인터넷망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스페이스X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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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10월4일 미국 사회는 당시 소련에서 일어난 사건 하나에 일대 혼란에 빠졌다. 바로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가 발사된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자본주의 진영의 맹주가 된 미국은 기초과학 분야의 성장을 주도하면서 과학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자만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무엇보다 스푸트니크 1호를 우주 공간으로 쏘아올린 기술은 대륙을 넘어 미국으로 미사일을 날릴 수 있는 기술과 다르지 않았던 게 문제였다. 미국도 서둘러 소련을 추격하려 했지만, 최초의 우주 유영과 같은 새로운 기록에서도 늘 소련보다 한 발짝 늦었다. 이런 미국의 당혹스러움을 ‘스푸트니크 쇼크’라고 부른다. 스푸트니크 쇼크는 체제 경쟁을 하던 미국의 분발을 불렀다. 결국 10년 남짓 만에 인간을 달에 데려다 놓는 동력이 됐다. 그 뒤에는 미국과 소련이 개발과 제작을 주도한 수많은 인공위성과 로켓이 우주 공간으로 날아갔다. 1980년대부터는 유럽과 일본까지 뛰어든 우주 개척의 시대가 열렸다.

스푸트니크 1호가 발사되고 지금까지 인류가 우주 공간에 내보낸 인공위성은 모두 8500여기다. 이 중 2000여기만 현재 정상 작동되고 있다. 나머지는 수명이 다했다. 지상으로 추락하며 불타 사라진 것도 있지만 상당수는 지구 궤도를 돌며 우주 쓰레기(Space debris)가 됐다.

지난달 인류의 머리 위에선 이런 우주 쓰레기 때문에 ‘교통사고’가 연속으로 두 건 일어날 뻔했다. 전례 없는 일이다. 지난달 18일 미국 민간기업의 폐기된 우주 실험실이 러시아의 버려진 위성과 515㎞ 고도에서 충돌을 겨우 피한 것이다. 충돌 확률은 대략 20분의 1이었는데, 긴급 회피 기동 기준이 되는 확률은 1만분의 1이다. 숫자상으로는 아슬아슬하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충돌이 우려됐던 것이다.

우주 인터넷망 야심 ‘스페이스X’

승인된 1만2000기 외에 추가 신청

저궤도에서 집중적 운영 시사


앞서 지난달 2일에는 유럽우주국(ESA) 지구관측위성이 ‘스타링크’ 사업의 일환으로 발사된 위성과 부딪칠 뻔했다. 스타링크는 지구 저궤도에 조그마한 위성을 다수 띄워 사막이든, 바다든 사각지대 없는 인터넷 사용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계획인데 지난 5월 60기가 처음 발사됐다. 스페이스X는 이 사업에 모두 1만2000여기의 위성을 쏠 수 있는 허가를 얻었다. 2024년까지 6000기를 띄우겠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지난주 스페이스X가 스타링크 위성을 3만개나 더 발사하기로 했다고 스페이스뉴스 등 외신이 보도했다. 스페이스X의 새로운 계획을 접수한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이 같은 내용의 신청서를 제출한 것이다. 이미 승인된 발사 계획과 합치면 무려 4만2000여기다. 1957년 첫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가 날아간 뒤 전 세계가 60년 넘게 쏜 총량보다 5배나 많다.

우주과학계에선 일단 놀랍다는 반응이다. 동시에 이렇게 많은 위성을 사고 없이 관리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ESA 위성과 충돌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긴급히 궤도를 옮긴 건 스타링크가 아니라 ESA 위성이었다. 같은 형태의 사고가 임박했을 때 스타링크 위성이 적절히 대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나오는 것이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우주 공간에서 인공위성이 노출되는 환경은 각각 다르다”며 “태양 폭풍이나 우주 방사선을 특히 더 쏘이는 위성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타링크 위성 4만2000여기 가운데 운영 중 기계적으로 손상되는 것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스페이스X는 위성을 원격에서 적절히 제어할 기술을 탑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다양한 시각에서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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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10월4일에 소련이 발사한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 복제품. 무게는 83.6㎏이었으며 동그란 공 모양의 본체 크기는 대략 짐볼과 비슷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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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 비행속도는 총알의 10배

‘교통사고’ 땐 연쇄추돌 불가피

위성 총량 관리 필요성 대두


만약 충돌사고가 시작된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스페이스X가 새로 발사 신청서를 낸 위성 3만개가 고도 328~580㎞에 이르는 저궤도에서 집중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위성의 비행 속도는 총알의 10배가량이다. 교통량이 많은 도로에서 차들이 서로 간의 거리를 좁게 유지하며 고속 질주를 하는 상황과 비슷하다. 차 하나가 앞차와 부딪치면 연쇄추돌이 불가피한데, 이런 일이 우주에서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를 막으려면 지구 주변을 도는 인공위성 총량을 일정 수준에서 관리하는 일이 필요하지만 그런 국제 규약은 없다. 김한택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능력껏 발사해 공간을 선점하려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신들은 ITU가 이달 28일부터 다음달 22일까지 이집트에서 열리는 세계전파통신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우주과학계의 한 관계자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사업이 개인 기업의 영역이긴 하지만 뒤에는 우주 패권 강화를 염두에 둔 미국 정부가 버티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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