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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초저금리의 늪…퇴직연금 수익률 2% 넘은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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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은행 퇴직연금 수익률 살펴보니

원리금 보장형이 전체 상품의 90%

금리 낮아지면 수익 내기 힘들어

가장 높은 제주은행 1.83% 그쳐

"수익률 높일 상품 개발 서둘러야"

이데일리

(그래픽=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쥐꼬리’ 오명을 듣는 퇴직연금 수익률이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각 금융사의 수익률 올리기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해 3분기 기준 직전 1년 수익률이 2%를 넘는 시중은행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퇴직연금은 예·적금과 보험상품이 대다수 포함된 원리금 보장형이 전체의 90%에 달한다. 금리가 하락할수록 수익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초저금리 시대 들어 금융 소비자의 노후를 책임질 최후의 보루가 흔들리는 것이어서, 수익률을 높일 상품 개발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가상승률 등 빼면 사실상 남는 게 없는 셈

20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신한은행의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 수익률(직전 1년간 운용수익률)은 1.80%로 나타났다. DC형은 사용자가 부담금을 정기적으로 납입하며 근로자의 운용 성과에 따라 퇴직급여가 결정되는 식이다. 신한은행의 수익률은 같은 신한금융 그룹사인 제주은행(1.83%)과 함께 가장 높은 축에 든다. 그럼에도 2%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올해 3분기 KB국민은행의 경우 1.56%를 기록했다. 우리은행(1.50%), KEB하나은행(1.60%), IBK기업은행(1.67%), NH농협은행(1.45%)도 1% 중반대에 그쳤다. BNK경남은행(1.69%), BNK부산은행(1.64%), DGB대구은행(1.54%), 광주은행(1.69%) 등 지방은행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물가상승률 등을 빼면 적립금 운용 후 사실상 남는 게 없는 것이다. DC형 외에 시중은행의 3분기 확정금여형(DB형) 퇴직연금 수익률도 1.3~1.6%대로 나왔다.

쥐꼬리 퇴직연금은 초저금리 시대의 방증이다. 신한은행의 최근 7년 DC형 평균 수익률(2012~2018년 기하평균 산출)은 2.59%로 파악됐다. 10년(2009~2018년)으로 기간을 늘리면 3.45%다. 지금 수준보다 현저히 높다. KB국민은행의 7년, 10년 수익률도 각각 2.57%, 3.44%로 나왔다. 시중은행 한 인사는 “원리금 보장형 퇴직연금은 시중은행 예·적금과 금리 연동형 보험상품이 90% 가까이 포함된다”며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수익률도 낮아진다”고 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원리금 보장형의 비중은 87.0%다. 실적 배당형의 경우 9.7% 정도다. 실적 배당형은 주식혼합형, 채권혼합형, 부동산 등의 펀드가 대다수 담긴 상품이다.

개인형IRP의 수익률은 더 낮았다. 개인형IRP는 근로자가 이직 혹은 퇴직할 때 받은 퇴직급여를 본인 명의의 계좌에 적립해 향후 연금화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3분기 신한은행(1.85%)을 제외하면 1% 안팎 수익률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의 경우 1.08%를 기록했으며, 우리은행(1.14%), KEB하나은행(1.39%), IBK기업은행(1.22%), NH농협은행(1.11%)도 1% 남짓에 그쳤다. BNK부산은행(0.83%), DGB대구은행(0.52%)은 0%대를 보였다.

◇“실적배당형, 초저성장·초저금리에 직격탄”

개인형IRP는 실적 배당형의 비중이 20%대로 상대적으로 높다. 이 역시 초저성장·초저금리의 직격탄을 맞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병덕 한국연금학회장(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구조적인 저성장으로) 시장금리가 낮아져 낮은 퇴직연금 수익률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높아질 것”이라며 “한국은 법정 퇴직금이 퇴직연금으로 바뀐 역사적인 배경 때문에 준공공연금적인 시각이 있는데, 현재 안정성 위주인 소비자의 운용 인식과 금융당국의 규제 체계는 바뀔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금융사의 운용 실력도 더 키워야 한다는 게 김 회장의 조언이다.

그나마 시중은행 중 수익률이 가장 높은 곳은 신한은행으로 나타났다. 2분기 DB형, DC형, 개인형IRP 모두 1위에 오른데 이어 3분기에도 DC형만 같은 신한금융 계열인 제주은행에 뒤졌을 뿐 나머지는 모두 수위를 차지했다. 이는 조용병 회장 특유의 ‘고객론’과 무관하지 않다. 신한금융은 올해 4월 금융권 최초로 그룹 차원의 퇴직연금 전사 조직을 만들어 주목받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점차 낮아지다 보니 어려움은 있다”면서도 “모바일뱅킹을 통해 언제든 고객에게 퇴직연금 내 상품 비중 조정을 제안해 위험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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