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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메멘토 모리" 송아리 '낙하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운동이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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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송아리, ‘낙하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운동이다’전. 제공|룬트갤러리


[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검은 사각 공간에 화려한 꽃들이 가득 놓여있다. 형광 컬러의 꽃들은, 그러나 어쩐지 향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스산한 느낌까지 전해준다.

룬트갤러리에서 전시 중인 송아리 작가의 ‘낙하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운동이다’전이다.

미술사에서 꽃은 주로 바니타스의 의미로 사용돼왔다. 17세기 네델란드 정물화에서 꽃은 인생의 헛됨을 상징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즉,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의미다.

송아리 작가의 전시 ‘낙하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운동이다’에서 사용된 꽃 역시 바니타스의 맥락으로 읽힌다. 검은 배경과 대비돼 더욱 그렇다. 작은 전시장은 관을 떠올리게 한다.

송아리 작가는 “전시 제목에서도 내용에서도 죽음과 관련된 단어는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관람객들은 대부분 죽음에 관한 이미지를 느낀다. 예쁘기보다 기괴한 느낌이 드는 꽃 때문인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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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리, ‘낙하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운동이다’전. 제공|룬트갤러


주변인의 죽음에 관한 기억이 작품의 배경이 됐다고 송아리 작가는 밝혔다.

“A의 죽음을 목격했다. 그가 스스로의 생을 마감하기로 결정한 장소에는 그가 가꾼 화려한 정원이 있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함께 존재했던 꽃과 식물들은 지나치게 아름다워서 인위적으로 가공된 오브제처럼 보였다. 불완전한 세계 안에서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순간, 감각의 착오로 생기는 허위의 현상 혹은 지각에 대한 관심 등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바니타스에서 한걸음 더 들어간 작가는 전시공간에 가짜꽃과 진짜꽃을 뒤섞어 정원을 꾸몄다. 사물이나 환경을 바라보는 인지자의 감각오류를 시각적으로 제시하기 위한 목적이다. 강렬한 형광색 컬러 때문에 관람객들은 가짜꽃 사이에 섞인 진짜꽃도 가짜라고 인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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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리, ‘낙하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운동이다’전. 제공|룬트갤러


오브제에 형광색 물감을 칠한 이유는 진짜와 가짜를 더욱 모호하게 만들려는 장치다. 컬러 배치를 보면 맨 뒤에는 빨강, 주황, 노랑 등 화려한 색을 놓았고, 가운데는 파랑, 맨앞은 초록색이다.

송아리 작가는 “컬러 배치에는 저의 심경 변화가 담겨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이 작업을 처음 전시했을 때는 진짜와 가짜에만 초점을 맞췄다. 이번에는 죽음과 더 많은 연관을 이끌기 위해 빨간색은 맨뒤, 가운데는 파란색, 맨앞에는 초록색을 놓았다. 초록색은 생명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전시장이 이태원 이슬람사원 인근에 위치해 있어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오간다. 미국 뉴욕에서 유학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송아리 작가는 전시장 주변 분위기가 뉴욕과 비슷하게 느껴진다고 고백했다. 송아리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대 조소과와 동대학교 대학원 조소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 SVA(School of Visual Arts)를 졸업했다.

송아리 작가는 “전시장 주변이 외국인들이 많이 오가는 거리다. 전시장까지 걸어오는 동안 마주치는 사람들, 주변의 상점, 맞은편의 세탁소까지 모두 전시의 일부같이 느껴진다. 미술로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는 기분이 들어 기쁘다”고 말했다.

전시는 10월 2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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