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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중앙회 성과 때문에…회원사 성장 막는 저축은행중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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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진경진 기자] [독자 전산망 구축하려던 OK저축은행, 중앙회 설득에 난감, 통합전산망 잔류 선회?]

머니투데이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이 9일 열린 '저축은행 디지털뱅킹 오픈'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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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저축은행의 독자적인 전산망 구축을 저축은행중앙회가 가로막고 나섰다.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의 역점 사업인 ‘디지털 서비스 강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OK저축은행은 최근 개인신용평가관리 시스템 업그레이드 주기에 맞춰 자체적인 전산망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오는 12월까지 자체 전산망을 도입할 경우 발생하는 비용과 효율성 등을 따져 본 뒤 중앙회에 보고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중앙회는 즉시 설득에 나섰다. 연초 취임한 박 회장의 방침과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박 회장은 중앙회의 중장기 과제로 ‘온라인과 모바일 추세에 맞춘 디지털 뱅킹’을 선포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중앙회는 IT(정보기술) 인력을 보강하고 지난 9월 저축은행 통합 모바일앱인 ‘SB톡톡플러스’를 출시하는 등 디지털 서비스 개편 작업을 해 왔다.

그런데 업계 2위인 OK저축은행이 통합 전산망에서 빠지면 이런 작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가뜩이나 통합 모바일앱의 경우 자체 전산망을 보유한 대형 저축은행이나 지주계열 등 13곳은 참여하지 않아 반쪽짜리 통합앱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으로부터 거둬들이는 전산 비용이나 분담비 등은 둘째 문제고 업계 1~10위사가 중앙회 전산망에서 다 빠지면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중앙회가 OK저축은행을 잡아 둘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업계 상위권 저축은행 중 자체 전산망을 보유하지 않은 곳은 한국투자와 OK, 페퍼, JT친애, 유진저축은행 등이다. SBI·웰컴·OSB·애큐온 저축은행 등은 이미 독자적인 전산망을 쓰고 있다.

독자 전산망은 필요한 상품을 개발해 적기에 출시할 수 있어 대형 저축은행들의 숙원 사업으로 여겨진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 단순하게 예·적금이나 대출로 시장에서 살아 남을 수 없으므로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아야 하므로 독자적인 전산망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SBI저축은행의 ‘사이다’를 비롯해 △웰컴저축은행 ‘웰뱅’ 등 저축은행들은 자사만의 독자적인 플랫폼에서 신상품을 선보인 게 성장의 기폭제가 됐다.

게다가 중앙회 전산망을 사용할 경우 자체 상품 개발 시 속도나 보안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저축은행들은 지적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앙회 전산망은 플랫폼이 동일하기 때문에 한 저축은행이 오랜 기간 기획·개발한 상품이 대박 났을 때 다른 저축은행이 비슷한 상품을 내는데 채 한 달도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정 저축은행이 상품 개발을 위해 중앙회에 전산 개발을 요구하면 특정 회사만을 위해 인력을 투입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공통 이슈가 아닌 한 개발이 쉽지 않고 중앙회 나름대로 우선순위가 있기 때문에 상품 개발이 상대적으로 느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진경진 기자 jk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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