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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류민자 개인전, 그리고 남편 하인두 작고 30주기 기념전…작품은 씨줄, 부부의 삶은 날줄이 되어 엮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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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뜨거운 추상미술’ 운동…“남편 작품 제대로 조명받길”

류 작가, 자연·삶의 생명력

오방색 중심 색채로 화폭에

경향신문

류민자의 ‘피안의 세계’, 캔버스에 아크릴, 162×130.3㎝(왼쪽 그림). 하인두의 ‘만다라’(1982), 캔버스에 유채, 129×158㎝(오른쪽). 가나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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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전시장의 주인공은 당연히 작품이다. 작가의 예술철학이 오롯이 응축된 작품을 통해 관람객은 여러 미적 체험을 하고 감흥을 받는다. 감동 요소는 또 하나 있다. 작품을 빚어낸 작가의 삶이다. 작품이란 씨줄, 작가의 삶이란 날줄이 어우러지면서 전시장은 독특한 예술공간이 된다. 류민자 작가(77)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전시장(서울 가나아트센터)이 그렇다.

류 작가는 작품전에 ‘하인두 작고 30주기 기념’이란 부제를 달았다. 독재의 엄혹한 시절에 뜨거운 예술혼을 마음껏 펼치지 못하고 타계한 남편 하인두 작가(1930~1989)를 기리기 위해서다. 한국전쟁 이후 현대미술가협회 결성, 이른바 ‘뜨거운 추상미술’운동 등에 나섰던 그는 촉망받는 예술가였다. 하지만 1960년 북한에서 온 친구를 하룻밤 재워주면서 신고하지 않아 투옥됐다. 이후 그의 삶은 온갖 핍박을 견디며 붓을 들어야 한 힘겨운 삶이었다.

류 작가는 “고생하다 가신 분, 작품세계가 제대로 조명받으면 좋겠다”며 “지금도 외출해 돌아오면 문득문득 (그분이)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래서 전시장 1층은 스승이자 동반자였던 ‘그분’의 작품을, 2층에는 자신의 작품을 걸었다.

두 작가의 작품세계가 애틋한 삶과 어우러진다. 하 작가의 작품 ‘만다라’ ‘혼불-빛의 회오리’ ‘발아’ 등은 한국 1세대 추상화가의 색면추상을 잘 보여준다. 단청·민화 같은 전통예술과 불교 사상 등을 기반으로 한 한국적 추상화들이다.

류 작가는 자연 속에서, 일상 삶에서 느끼고 길어올린 생명력을 오방색 중심의 색채로 화폭에 담고 있다. 오방색은 명도·채도가 높고 장식성이 강하지만 50여년 화력의 그의 색채는 정갈하게 다가온다. 류 작가는 “자연은 무한한 창조의 원천을 제공한다”며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풍경 속에서, 온갖 풍상의 삶을 견뎌낸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경이로움마저 느끼곤 한다”고 밝혔다. 그래서인지 삶을 닮은 듯한 간결한 그의 작품 앞에 서면 ‘피안’ ‘정토’ 등 작품명처럼 복잡다단한 일상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일흔이 훌쩍 넘은 작가의 신작들도 만날 수 있다. 경기 양평군립미술관 관장이기도 한 작가는 “작업 열정, 힘은 어디서 나오느냐”는 물음에 “작업이야말로 예술가에게 삶의 버팀목, 제 존재의 이유”라며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강조한다. 이어 “사실 아들딸도 든든한 힘”이라고 덧붙인다. 슬하의 세 자녀는 모두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며 주목받는 작가들이다. 드론 사진·영상작가 하태웅, 색띠작업으로 유명한 추상화가 하태임, 2015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인 설치작가 하태범이 그들이다.

이번 전시회와 더불어 류 작가의 삶과 작품세계를 다룬 책 <류민자-한국여성미술작가>(조은정 지음)가 최근 출간됐고, 다음달 초에는 하인두 작가의 삶과 예술세계를 담은 책이 나올 예정이다. 전시는 이번달 27일까지. (02)720-1020.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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