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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2011년 ‘펀치볼 마을’에 정착, 6000그루 심은 노재길씨 “맛 좋은 사과 재배 위해…충북서 양구로 터전 옮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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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펀치볼 마을’에 정착

경향신문

충북 청주 출신인 노재길씨는 사과재배를 위해 양구군 해안면 펀치볼마을로 생활터전을 옮긴 이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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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온난화의 영향으로 과수농가들이 재배 적지를 찾아 삶의 터전을 바꾸는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지난달 18일 오후 강원 양구군 해안면 오유저수길 일대의 과수원엔 조생종 사과인 ‘홍로’가 붉은빛을 발하며 탐스럽게 열려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노재길씨(68)는 “북한과 가까운 곳이지만 워낙 사과농사가 잘되다 보니 이 마을을 떠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고향은 충북 청주시다. 40대 후반까지 동갑내기인 부인 송재덕씨와 함께 청주에서 사과, 배, 복숭아, 자두 등을 재배하던 노씨는 1999년 사과농사를 포기했다.

기온이 상승한 탓에 착색이 제대로 안되고, 당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후 사과 재배 적지를 찾아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던 노씨는 2011년 양구군 해안면 ‘펀치볼 마을’ 산기슭에 자리 잡고 있는 4만9500㎡의 밭에 홍로, 부사, 아오리 등 사과나무 6000그루를 심고 정착했다. 펀치볼 마을은 한국전쟁 당시 유명한 격전지였다. 제4땅굴과 을지전망대에서 불과 4~5㎞ 떨어져 있는 최전방 지역이다.

노씨는 “사과나무를 심은 지 4년 만인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수확을 하고 있는데 색깔이 곱고 당도가 높아 잘 팔리고 있다”며 “지난해 추석 10일 전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열린 경매에 내놓은 5㎏짜리 최상품 사과가 최고가인 11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5㎏짜리 1박스에 13개의 사과가 들어가는 점을 고려하면 1개당 경매가가 8462원에 달하는 셈이다.

그는 “일교차가 15도 이상 나는 해발 500~600m의 고지대인 펀치볼 마을에서 생산되는 사과의 당도는 16브릭스(brix) 이상인데 기온이 높은 남쪽지역의 사과는 보통 12~14브릭스 정도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과재배를 위해 펀치볼 마을로 이주해 오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노씨는 “이 마을 사과작목반원 30여명 중 20여명이 최근 경상도 지역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이라며 “지인 등의 투자를 받아 4만~5만평 규모의 사과농사를 지어 연간 수억원대의 수익을 올리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이밖에 정선군 임계면 지역에도 사과농사를 지으려는 경북지역 농민들의 토지매입 문의가 이어지면서 땅값이 5~6년 전에 비해 2배가량 상승하기도 했다.

글·사진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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