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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명수 기자] 홍콩의 민주화 요구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 시위대의 일부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을 제시해 주목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시위 과정에서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캐리 람 행정장관은 지난 4일 경찰 감시 기구인 IPCC를 통해 경찰 진압 과정을 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시위대는 IPCC에 의한 조사를 믿을 수 없다며 독립 조사위원회를 설치해 경찰의 강경 진압을 조사할 것을 요구해 왔다.
전날 방송 인터뷰에서 캐리 람 행정장관은 경찰민원처리위원회(IPCC)의 조사가 7월 21일 위안랑 백색테러, 8월 31일 프린스에드워드역 시위 진압, 산욱링 구치소의 실태 조사 등에 집중될 것이라고 밝혔다.
캐리 람 장관은 “우리는 이번 사건들에 대한 진실을 알기를 바라지만, 만약 IPCC 보고서가 논쟁을 종식할 수 없다면 독립 조사위원회를 포함해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껏 캐리 람 장관은 독립 조사위원회 설치 요구를 일축해 왔으며, 그 가능성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시위 과정에서 체포된 사람들에 대한 사면 주장에 대해서도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
캐리 람 장관은 “죄를 묻지 않고 석방하는 것은 법치주의에 어긋나는 것으로,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체포된 미성년자에 대한 지원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수감자의 건강 문제로 인한 형 감면 등 홍콩 기본법은 행정장관의 사면 권한을 명시하고 있다”며 “다만 위법 행위를 저지르고도 사면을 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경찰 조직을 개혁해야 한다는 시위대의 주장에 대해서는 “경찰에 대한 신뢰도가 수직 낙하한 것을 알고 있으며, 사태가 진정된 후 경찰 개혁 필요성을 객관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유화 제스처로 읽히는 캐리 람 장관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홍콩 야당은 구의원 선거 참패를 두려워하는 친중파 진영을 위해 ‘립서비스’를 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송환법 반대 시위 영향으로 11월 24일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승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홍콩 야당은 “캐리 람 장관이 진심으로 시위 사태를 진정시키길 원한다면 지금 당장 제도 개혁에 착수하고 과감한 개각을 단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홍콩 시위가 갈수록 격화하는 가운데 캐리 람 행정장관이 자리를 비우고 일본을 방문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캐리 람 장관은 이날 일본으로 떠나 22일 나루히토(德仁·59) 일왕의 즉위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지난 6월 초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후 20번째 주말 시위였던 전날 시위에는 주최 측 추산 35만 명이 참여했으며,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이 최고조에 달하고 극심한 반중 정서가 표출됐다.
시위대는 중국 휴대전화 브랜드 ‘샤오미’ 점포와 전통 중의약 업체 ‘동인당’(同仁堂) 점포, 중국 본토인 소유의 기업으로 알려진‘베스트마트 360’, 유니소(Uniso) 점포 등에 불을 지르거나 기물을 파손했다.
중국은행·중국초상은행·중국공상은행(ICBC) 등 중국계 은행 점포 등도 집중적인 공격 대상이 됐으며, 이들 점포 벽에는 중국과 나치를 결합한 'CHINAZI'(차이나치)라는 낙서가 적혔다.
한편 이날 캐리 람 행정장관과 홍콩 경찰 총수인 스테판 로 경무처장은 홍콩 내 이슬람 조직인 '이슬라믹 트러스트' 지도부를 만나 전날 물대포 발사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전날 시위 진압 과정에서 경찰은 파란색 염료를 섞은 물대포를 홍콩 최대 이슬람 사원인 ‘카오룽 모스크’ 정문에 발사해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파란색 염료는 이에 맞은 시위대를 식별하기 위한 것이다.
캐리 람 행정장관과 로 처장은 “전날 사고는 실수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며 사과의 뜻을 나타냈고, 이슬람 지도자들은 이를 받아들였다.
husn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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