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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이슈 [연재] 뉴스1 '통신One'

[통신One]책은 읽는 거? 아니 갖고 노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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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어린이 도서 축제 '킨더북큰웨이크'

뉴스1

도서관에서 자유롭게 책을 읽거나 노는 네덜란드 어린이들 © 차현정 통신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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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트호번=뉴스1) 차현정 통신원 = 네덜란드의 가을은 어린이 도서 축제로 시작된다. 올해로 65주년을 맞이하는 책 읽기 축제 '킨더북큰웨이크'(Kinderboekenweek)는 매년 10월 열흘간 열리는 행사로, 주제를 정해 그와 관련된 도서 목록을 전국적으로 공유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아이들은 자신의 읽기 수준에 맞는 다양한 책을 쉽게 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 다채로운 활동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이 축제를 기다린다.

올해의 주제는 ‘라이즈 메이'(Reis mee·'탈 것에 대하여'의 뜻)였다. 네덜란드 전국의 모든 어린이들은 이 주제에 맞게 여러가지 탈 것에 대해 읽고 느끼고 직접 체험해 보는 활동을 했다.

킨더북큰웨이크는 1955년 아동 도서 판매를 목적으로 시작됐다. 가격도 평소보다 싸게 책정하고 일정량의 책을 읽으면 선물을 증정하는 일종의 도서 프로모션 행사였다. 하지만 해를 거듭하며 학교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참여하면서 규모가 커졌고 매년 주제를 정해 다양한 활동을 하도록 지원한 것이 오늘날에 이르렀다.

탈 것이 주제인 올해는 네덜란드 대표 트럭 회사 DAF가 먼저 팔을 걷어부쳤다. 이 기간 동안 회사는 공장을 개방하고 초등학교 아이들을 초대했다. 아이들은 몸집보다 몇 배나 큰 트럭 운전대를 잡아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트럭 조립 공정도 구경했다.

자율 주행차를 개발하고 공유 차량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회사들은 직접 초등학교로 찾아가 미래의 차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교통 박물관은 여느 때보다 많은 어린이 손님들을 맞이했고, 축제 기간 동안 네덜란드 철도청은 책을 소지한 어린이에게는 무료 기차표를 발급해주었다.

축제 동안 유명 연예인보다 바쁜 사람들은 바로 어린이 동화 작가들이다. 크고 작은 시상식은 물론이고 아이들이 모인 곳에 찾아가 동화책을 직접 읽어주고 아이들의 질문에 응답을 해준다. 동화 작가들은 학교 뿐 아니라 도서관, 서점, 심지어는 슈퍼마켓 한켠에 마련된 작은 공간도 어린이들이 있다면 마다하지 않고 찾아간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책을 학교로 가져와서 친구들과 함께 돌려 읽는 행사도 열렸다. 전과목 수업이 그해 정해진 축제 주제와 연관되어 이루어진다. 각 학년 별로 추천하는 도서 목록은 책의 내용뿐 아니라 어휘 수준과 독해 능력을 상세히 소개하기 때문에 부모들이 아이들을 위해 수준에 맞는 좋은 책을 골라주기 쉽다.

축제의 마지막 날에는 전교생이 상태가 좋은 중고책을 학교로 가지고 와 벼룩시장을 연다.

축제 기간 중 도서관도 붐볐다. 네덜란드의 도서관은 책만 빌려보는 곳이 아닌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아이들을 위한 미니 서커스와 연극 공연이 연일 만석을 자랑하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좋아하는 동화 주인공 얼굴을 본 떠 그려주는 페이스 페인팅도 열린다. 동화 일러스트레이터가 삽화 그리기 시연도 해주었다.

태어난 지 백일도 안된 아기들부터 청소년들까지 구역별로 나뉘어 축제가 벌어진다. 여기저기 풍선이 보이고 음악소리가 끊이지 않아 여기가 도서관인지 놀이터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다.

대도시에는 크고 화려한 도서관들이 많지만 구형 버스를 개조한 도서관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아이들이 책을 고르면 자원봉사자 할머니들이 아이들을 무릎에 앉히고 옛 이야기 하듯 재미나게 책을 읽어준다.

열흘간 신나게 즐기다 보면 어느새 책의 축제가 모두 마무리된다. 어른의 잣대로 책 읽은 내용을 냉정하게 점수 매긴 시험지는 어디에도 없었다. 아이들 스스로 즐기고 만들었던 축제인만큼 아이들은 각자 상상력이 샘솟는 생각 보따리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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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것'을 주제로 열린 올해 킨더북큰웨이크 © 차현정 통신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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