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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수능 정시 확대로 대입제도 개편” 파장…교육단체들 “다시 부작용·혼란 부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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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정상화 근간 흔드는 것” 전교조 등 우려 표명

교육부 “2022학년도부터 정시 30% 이상” 우왕좌왕

경향신문

문 대통령 외면하고 퇴장하는 한국당 의원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마친 후 자유한국당 의원들 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대다수 한국당 의원들은 문 대통령을 외면하며 본회의장에서 먼저 퇴장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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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시정연설을 통해 수능 정시(비중) 상향을 언급한 것을 두고 교육계 내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초 대입개편 논의가 재점화된 이후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기회가 날 때마다 “수능 정시 확대는 없을 것”이라고 수차례 밝혔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교육부의 입장을 정면으로 뒤엎는 것이다. 공교육 정상화, 고교 서열화 해소 등을 요구해온 교육단체들도 “깊은 고민이 결여된 발언”이라며 반발했다.

■ 정시 선호하는 여론 손들어줘

교육계에서는 문 대통령이 여론을 의식해 수능 정시 상향을 들고나온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달 5일 리얼미터가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501명 중 63.2%가 “수능 정시가 대입제도로 바람직하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정부가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을 위해 꾸린 국가교육회의 공론화위에서도 수능 정시 비중을 45% 이상으로 확대하는 ‘1안’이 시민참여단의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수능 정시 확대를 당론으로 정한 자유한국당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정시 확대에 대한 요구가 꾸준히 있었다. 김해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21일 “많은 국민들이 수능 위주의 정시가 더 공정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시 비중을 50% 이상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 교육단체 “부작용 고민해봤나”

정시 확대에 대해 줄곧 반대해온 교육단체들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일제히 우려를 나타냈다. 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은 “수능 정시 확대 결정은 공교육 정상화를 기반으로 한 대입정책의 기조와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지난해 공론화위를 통해 30%선으로 합의한 정시 비중을 대통령 말 한마디로 올리는 게 합당한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교사노동조합연맹도 성명을 내고 “정시 확대는 ‘공정성’이라는 가치를 실현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사교육 열풍, 강제 자율학습, 문제풀이 교육을 불러와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혁신교육의 방향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대통령의 오늘 발언은 또다시 수시-정시 비율 논쟁으로 교육계를 혼란에 빠트리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고소득 계층일수록 정시를 선호한다는 사실이 이미 통계나 논문을 통해 증명이 됐다”며 “정시 확대는 2025년 전면 시행 예정인 고교학점제 안착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밝혔다. 일선 고등학교의 한 교사는 “다시 예전처럼 수능 대비 EBS 문제풀이식으로 돌아가자는 얘기인지 모르겠다”며 “학생과 학부모만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교육부도 ‘멘붕’

유 장관의 일관된 입장을 뒤엎는 문 대통령 발언에 교육부도 당혹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시정연설 직후 교육부는 별도의 입장문을 배포해 “그간 서울 주요 대학의 수능 정시 비중 상향 등을 논의해왔다”며 “정시 상향을 포함해 11월 중 대입개편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부가 논의해온 것은 지난해 공론화위를 통해 도출된 ‘정시 30%’라는 비중을 주요 대학이 지키도록 하는 차원이었지 대입 전체에서 수능 정시 비중을 확대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부 입장문 자체가 앞뒤가 안 맞는다”며 “문 대통령의 발언에 교육부가 억지춘향격으로 해명을 갖다 붙인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공론화위에서는 ‘정시 30% 이상’으로 결론이 났기 때문에 30%가 넘는 쪽으로도 검토해왔다는 뜻”이라며 “유 장관도 시정연설 전에 미리 정시 확대 방침을 공유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이날 오후 열린 행사에 참석해 “2022학년도부터 정시모집 비율이 30% 이상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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