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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사설] 文대통령의 ‘공정 위한 개혁’ 메시지, 와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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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엔 사과 한마디 없어 / 국민통합 언급도 기대 못 미쳐 / 임기 전반 국정 자화자찬 일관

세계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면서 집권 후반기 국정 청사진을 제시했다. 혁신·포용·공정·평화를 4대 국정운영 방향으로 꼽았다. “공정이 바탕이 되어야 혁신도 있고 포용도 있고 평화도 있을 수 있다”며 ‘공정을 위한 개혁’을 역설했다. 공정사회를 위한 반부패정책협의회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공정 가치에 정면으로 상충돼 빚어진 ‘조국 사태’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았다. 공정과 관련해 “국민의 요구는 제도에 내재된 합법적인 불공정과 특권까지 근본적으로 바꿔내자는 것”이라고도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리를 ‘합법적인 불공정’이라고 두둔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공정을 위한 개혁’ 메시지가 공허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조국 사태로 나라가 두 동강 난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과제인 국민통합에 관한 언급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연설 말미에 “보수적인 생각과 진보적인 생각이 실용적으로 조화를 이뤄야 한다”며 “저 자신부터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과 함께 스스로를 성찰하겠다”고 말한 게 전부다. 국정 쇄신 구상도 밝히지 않았다. 조국 사태로 상처 입은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검찰 개혁은 지나치게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뜻이 하나로 수렴되는 부분은 검찰 개혁이 시급하다는 점”이라고 진단했지만, 이는 국민·정치권의 인식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도입에 대한 찬반 의견이 51% 대 41% 정도로 나뉜다. 공수처 도입 등 검찰 개혁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또 다른 정쟁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지난 2년반 동안의 국정에 대한 평가는 자화자찬이 주조를 이뤘다. 문 대통령은 “(경제에) 혁신의 힘이 살아나고 있다” “(정책에 따른) 포용의 힘이 곳곳에 닿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생산·소비·투자 등 거의 모든 경제지표가 곤두박질하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대통령 연설에서는 이처럼 엄혹한 경제 현실에 대한 인식이 보이지 않는다. 513조5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슈퍼 예산안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재정의 과감한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면서도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애써 외면했다. 이번 시정연설은 여러모로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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