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특히 ‘교육 불공정’을 언급하며 대학입시에서 정시 비중을 높이는 입시제도 개편을 제시했다. 조국 전 장관 자녀의 입시부정 의혹이 불거진 지난달 1일 대입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주문한 데서 더 나아가 수능 위주 정시 확대 방침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간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토대로 한 수시 전형은 다양한 잠재력을 가진 학생을 선발한다는 취지로 그 비중이 내년 대입에서 75%에 달할 정도로 급격히 확대되어 왔다. 근본 취지는 좋지만 부실한 공교육 아래서 학종이 부모의 재력과 인맥에 따라 자녀 스펙이 달라지는 불공정한 제도로 변질돼 사회적 불신을 키워왔다. 학생들의 비교과 활동을 지원할 학교와 교사의 역량부터 키우고, 고교와 대학 간 신뢰가 쌓일 때까지 정시 비율과의 균형을 맞춰 대입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이 과정에서 대학 고교 학생 교사 등 교육 주체 간 갈등이 불가피한데 이를 피하려고만 해선 교육 개혁은 요원할 것이다.
다만 진보교육 진영의 압력에 밀려 ‘정시 확대 불가’ 방침을 고수하던 교육당국이 대통령 지시에 갑자기 방향타를 꺾는 모습은 교육정책의 신뢰를 더욱 떨어뜨린다. 백년대계여야 할 교육 정책이 수시로 바뀔 때마다 그 혼란을 감당하는 것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이다. 조국 사태에 대한 여론을 잠재우거나 총선용으로 급조된 것이 아니라면 정시·수시 비율 조정에 매달리는 졸속 개혁이 아닌 공교육 정상화라는 큰 그림을 함께 그려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대학의 학생 선발까지 일일이 개입하는 대신 대학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근본적 대안까지 모색해야 한다. 대학마다 원하는 인재를 뽑아 기를 수 있을 때 다양한 미래 인재 육성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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