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7 (일)

경찰이 압수수색하는데… 친북단체 "깡패·양아치", 경찰 "욕은 하지 맙시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오늘의 세상]

- 美대사관저 무단침입 '대진연' 관련 압수수색… 쩔쩔맨 경찰

압수수색 방해하며 페북에 생중계

경찰, 격렬한 저항에 속수무책 "책임자와 대화 뒤 결정하겠습니다"

전문가 "미국 같으면 현행범 체포

경찰, 인권 강조하는 정권 눈치봐"

"야! 아까 내 멱살 잡은 ×× 와서 사과해." "용역 깡패만도 못한 ××들아." "양아치 ×× 아냐 이거."

친북(親北) 단체 회원들이 압수수색 나온 경찰을 향해 이런 말을 퍼부었다. 그러자 경찰관은 "욕은 하지 맙시다"라고 했다. 친북 회원들이 힘으로 압수수색을 막아서자 "대화하자"며 동료들을 뒤로 물리고 한참을 기다렸다. 주한 미국 대사관저 집단 난입 사건 관련 압수수색 현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조선일보

경찰 가로막는 친북단체 - 22일 서울 성동구 '평화이음' 사무실에서 압수 수색에 나선 경찰(왼쪽)을 친북 단체 관계자가 팔을 뻗어 가로막고 있다. 이들은 "이 용역 깡패만도 못한 XX들아" 등의 욕설과 고성을 쏟아내며 압수 수색에 저항했다. 대진연은 인터넷으로 과정을 내내 생중계했다. /페이스북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2일 오전 서울 남대문경찰서 소속 경찰관과 기동대원 등 200명이 서울시 성동구 행당동 '평화이음'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평화이음은 '종북(從北)콘서트' 논란을 빚은 황선씨가 공동이사로 재직 중인 단체로, 경찰은 최근 미 대사관저 집단 난입 농성을 벌인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이 이 단체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보고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

압수수색은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다. 친북 단체 회원들은 사무실 문을 걸어 잠그고 경찰 출입을 막았다. 경찰은 소방 당국에 연락해 잠금장치를 해체했다. 여기에만 25분이 걸렸다. 사무실 안에는 20명 이상이 모여 있었다. 경찰이 사무실에 들어선 뒤에는 "이게 무슨 경찰이야" "어디라고 큰 소리를 쳐?" "반말하지 마라" 등 고성 섞인 항의가 이어졌다. 몸으로 경찰 앞을 막는 친북 회원도 있었다. 한 친북 단체 회원은 "우리가 범죄자냐. 어이없다"고도 했다. 이 단체는 회원 19명이 공동주거침입과 공무집행방해 등 현행범으로 체포됐고 그중 4명에 대해서는 법원이 구속영장까지 발부했음에도, 범죄자가 아니라는 주장을 편 것이다.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 친북 회원이 경찰관 앞에 얼굴을 들이밀며 "야, 너 이씨~ 이름 뭐야"라고 말했다. 경찰관은 "경찰 폭행하면 검거하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한 친북 회원은 경찰관 얼굴 바로 앞에서 손을 흔들었다. 옆에선 "깐죽거리지 마세요"라고 했다. 앉아 있던 경찰관에게 "놀러 왔느냐, 소풍 왔느냐"는 비아냥도 터져 나왔다.

친북 회원들이 "이 용역 깡패만도 못한 ××들아. 경찰관, 경찰관 뒤로 빠지라"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경찰이 "빠지겠습니다"라며 동료들을 뒤로 물렸다. 한 경찰관이 A4 용지에 압수수색 대상인 컴퓨터 위치 등을 메모했다. 그러자 친북 회원 한 명이 "왜 영장 집행 전에 몰래 메모하느냐"며 메모지를 촬영했다. 경찰은 지켜만 봤다.

저항이 계속되자 경찰 간부는 압수수색을 강행하는 대신 동료들에게 "아직 (압수수색) 진행하지 마요. 가만히 있어요"라고 했다. 그러더니 친북 단체를 향해 "(단체 측) 책임자와 방에서 대화하기로 했으니 대화하고 (압수수색을) 결정하겠습니다"라고 했다. 대진연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장면을 40분 넘게 생중계했다.

양측 간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사무실에 있던 대진연 회원 일부가 "시험을 보러 가야 한다"며 나가려 했다. 경찰이 "증거물을 가지고 나가는지 점검받아야 한다"고 하자, 회원들은 "12시 시험이다" "택시비 줄 거냐" "내 인생 책임져줄 것도 아니면서 ××이야" 등 고성을 지르며 방해했다. 이런 친북 회원들을 향해 경찰은 "주택가이니까 목소리를 낮춰달라"고 부탁했다. 부탁은 묵살당했다.

이날 압수수색은 8시간 만인 오후 6시쯤 마무리됐다. 경찰은 큰 상자 2개 분량의 압수품을 들고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디지털 자료가 많아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설명했다.

'친북 단체가 법 위에 군림하고, 법 집행 기관인 경찰이 오히려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경찰 안팎에서 나왔다. 이창배 울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압수수색은 법원 명령에 따른 정당한 공무집행인데, 이를 방해하는 행위는 미국 같은 국가였으면 예외 없이 공무집행방해죄로 현행범으로 체포했을 것"이라며 "경찰이 인권을 강조하는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 간부는 이 장면을 영상으로 본 뒤 "압수수색은 강제수사 절차인데 동의를 구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며 "경찰이 법 집행 대상자들에게 쩔쩔맸다고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진연 회원들은 지난 18일 서울 중구 미국 대사관저의 담벼락을 넘어 무단 침입한 뒤 점거 농성을 벌였다. 당시 경찰은 시위대가 철제 사다리 2개 들고서 대사관저 담벼락으로 향하는데도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았고, 무단 침입이 이뤄진 이후에도 시위대에 여성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여성 경찰관이 도착할 때까지 상황을 방치한 바 있다.

[안상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