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5 (토)

'27번 공정' '29번 박수' 그리고 싸늘함...살얼음판 여의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박종진 , 조철희 기자] [the300]임기 반환점에 文 시정연설, 공정·혁신 외쳤지만 야당 '냉소'…공수처부터 격돌]

머니투데이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임기 하프타임 文의 국회연설, 전쟁의 서막 알리는 냉랭함이…

[the300]차분한 시정연설 과정…'X' 등장한 본회의장, 공수처·경제정책 격돌 예고

임기 반환점을 도는 문재인 대통령의 4번째 국회 연설은 '차분한 긴장' 속에 진행됐다. 여야 대표 등과 사전 간담회, 35분간의 연설, 야당과 악수를 나누는 퇴장 등은 매끄럽게 이어졌다.

하지만 공수처(공직자범죄수사처) 추진, 경제 인식 등에서는 입장 차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예산,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전쟁의 서막을 알리는 냉랭함이 흘렀다.

문 대통령은 22일 오전 9시35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도착했다. 짙은 남색 양복에 초록색과 파랑색, 흰색이 사선으로 교차하는 스트라이프(줄무늬) 넥타이 차림이었다. 국회의장 접견실로 이동한 대통령은 문희상 국회의장, 김명수 대법원장 등을 비롯해 여야 당 대표, 원내대표들과 20여분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인사말을 나누는 자리지만 날 선 여야대립 국면에서 가시 돋친 말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민생을 살리는 것이 가장 절박한 과제"라며 "국회에서 예산안 법안 심사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제1야당 당수인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 관련해서는 잘 해주셨다"며 "조 전 장관을 임명한 이후부터 국민의 마음이 분노한 듯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에 대통령이 직접 국민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시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황 대표의 말에 문 대통령은 즉답을 피하며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법원 개혁과 관련한 말을 건넸다. 김 대법원장은 "정기국회 내에 저희들이 낸 개정안이라든지 제도 개선과 관련된 것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 주시고, 입안이 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오전 10시 국회 본회의장 중앙 통로로 입장했다. 여당 의원들은 일어서서 박수로 환영했지만 한국당 의원들은 좌석 모니터를 쳐다보며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이날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공정'이라는 단어를 27회, '혁신'이라는 단어를 20회, '포용'이라는 단어를 14회, '평화'라는 단어를 11회 언급했다. 지난해 정기국회 시정연설에서 '공정' 10회, '혁신'을 12회, '포용'을 18회, '평화'를 8회 언급한 것과 비교하면 조국 사태, 경제 불안 상황 속에서 공정과 혁신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박수는 모두 29차례(입장, 퇴장 포함)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바른미래당·정의당 일부 의원들이 박수를 보냈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자주국방을 언급하며 "병사 월급을 54만원으로 33% 인상해 국방 의무를 보상하겠다"고 말하자 한국당 측에서 먼저 박수를 유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100페이지 분량의 대형 슬라이드 자료를 본회의장 스크린에 띄웠다.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나경원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을 들으며 메모를 하고 있다. 2019.10.2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싸늘함과 냉소도 흘렀다. 문 대통령이 "일자리도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라며 고용률이 역대 최고라는 점을 말하자 야당 의원들 쪽에서는 "무슨 말이냐"라는 성토가 터져나왔다. 대통령이 "공정과 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고 말할 때도 "공정을 이야기하지 말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공수처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대목에서는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들이 두 팔을 교차해 엑스(X)자를 그리는 행동을 보였다. "안돼요 공수처"라는 외침도 나왔다.

이날 본회의장에는 현역 국회의원이 아닌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자리하지 않았다.

오전 10시35분쯤 연설을 마친 문 대통령은 연단에서 내려와 한국당 의원들 자리로 다가갔다. 연설 종료 직후 자리를 빠져나가려던 한국당 의원들은 자리에 서서 문 대통령과 악수를 나눴다.

연설 처음부터 끝까지 메모를 하며 지켜보던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해 강효상, 홍일표, 박덕흠, 이철규, 김성태, 윤상현, 이만희, 김세연, 이주영 , 정우택 의원 등이 서서 차례로 문 대통령과 인사를 나눴다. 문 대통령을 지켜보던 민주당 의원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文대통령 시정연설…이인영 "입법 뒷받침" vs 나경원 "공수처 보채기"

[the300] "내년 예산, 경제 활력 마중물" vs 野 "무한정 재정확대, 경제 망쳐"

고용이 회복되고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22일 시정연설에 여당은 적극적인 입법 뒷받침을 약속한 반면 보수야당은 반성 없는 자화자찬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처리 등 검찰개혁 추진을 국회에 당부한데 대해선 여야간의 반응이 극명히 엇갈렸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문 대통령 시정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편성한 예산을 국회에서 신속하게 심의해 필요한 입법을 뒷받침하겠다"며 "경기침체 및 하방 위험을 극복하는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올해 9월까지의 평균고용률이 66.7%로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한 연설 대목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야유를 던진데 대해 "실제로 일자리·고용지표가 개선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좋아지는 것 자체도 비난한다면 고용이 나빠지는 것을 바라는 옹졸한 입장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의 공수처 설치 법안 처리 강조에 한국당이 야유한데 대해서도 "한국당이 여당 시절 주장했던 공수처법에 묻지마 반대를 해야 할 사안인지 천천히 되돌아보길 바란다"며 "마음을 열고 진지하게 접근하면 좋겠다"고 한국당에 촉구했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대외충격의 큰 파고가 밀려오는 현 상황에서 내년 예산이 민생경제의 방파제 역할을 하고 경제활력을 살리는 마중물 역할을 하는 재정임을 거듭 강조했다"며 "우리 경제 혁신 분야를 위한 마중물 역할로 경제의 자생력을 높이고 촘촘해진 사회안전망이 국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시정연설을 평가했다.

머니투데이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반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국민들이 투쟁해도 대통령은 하나도 안변했고 고집이 그대로라는 것을 확인한 연설"이라며 "국민들에게 암울한 연설, 좌절감을 안겨준 연설이었다"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예산안을 혁신, 포용, 공정, 평화로 포장했지만 여전히 구태, 배제, 불공정, 굴종이 남아 있었다"며 "혁신의 주체는 기업인데 정작 기업들을 옥죄는 반기업, 친노조 환경은 말하지 않고,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고용한파를 계속 '세금 착시 일자리'로 가리는데 급급했다"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 촉구를 '공수처 보채기'라고 일축했다. 나 원내대표는 "조국 국면을 공수처 국면으로 전환하려는 조급증이 일을 오히려 그르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이번 시정연설로 문재인정권이 기댈 것은 세금뿐이란 것이 분명해졌다"며 "한국당은 적자국채까지 발행해 세금 퍼쓰자는 초수퍼예산, 미래세대에 빚더미만 떠넘기게 될 정부예산을 꼼꼼히 심사해 나라살림 건전성을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자화자찬만 있고 반성은 없는 연설"이라며 "검찰개혁 문제는 차라리 대통령이 입을 다무는 게 국회에서 법안 처리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길"이라고 밝혔다.

그는 문 대통령의 경제 관련 연설 부분에 대해 "재정확대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기에 앞서 지난 2년간 잘못된 정책에 대한 반성과 불필요한 예산들을 정리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며 "그런 조치 없이 무한정 재정확대만 하겠다는 것은 경제를 계속 망치겠다는 선언"이라고 말했다.

박종진 , 조철희 기자 free21@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