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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온실가스 감축목표 제시한 정부...전기차 보조금 등은 축소 따로따로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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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공장 굴뚝에서 수증기가 나오고 있다.


[스포츠서울 이상훈·김민규 기자] 정부가 22일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13년에 걸쳐 32% 감축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제2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온실가스를 줄이고 환경을 생각하자는 데는 동의할 수 있는 정책이다. 하지만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한 비용이 추가되는 이번 계획을 두고 현실적이지 않다는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전기차와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이번 온실가스 감축목표로 인해 친환경 차량의 확대가 필요하지만 정작 지원은 줄어들고 있어 정책 방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 결정으로 비상이 걸린 제조업 못잖게 친환경 사업을 장려해온 중소기업·스타트업들도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관련 업체들에 비상등이 켜졌다.

◇ 국내 감축 목표 대폭 상향에 제조업체 비용 고심
정부의 로드맵 발표에 국내 재계는 비상이 걸렸다. 현재 계획대로면 경영 부담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정유화학업계에선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공장을 증설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온실가스가 나오게 되는데, 정부 계획대로면 설비를 추가로 만들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화학업체들은 공장 하나 돌리려면 대기환경 관련 법안만 4개에 달해 이미 4중 규제를 받고 있는 상황인데,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높이게 되면 그만큼 제약이 더 커진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추진한 친환경 탈원전 정책에서 나온 부담을 만만한 산업계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2017년 국내 온실가스 연간 배출량은 7억914만t으로 전년 대비 1657만t 증가했다. 탈원전 정책 여파로 석탄 부문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난 게 주된 이유였다. 이 때문에 이번 계획에서 2016년 발표된 제1차 기본계획보다 국내 감축 목표가 5750만t 상향됐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비용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정부의 계획에 따르면 산업계에서 사용하던 중유는 LNG로 교체하고 시멘트와 유연탄은 폐합성수지로 대체하는 등 석탄 관련 자재 활용을 줄여야 하는데 이게 모두 비용이 훨씬 늘어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와 LNG 등 비싼 발전이 늘어나서 힘든데 온실가스 배출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고 말했다.

◇ 중소기업은 온실가스 감축 계획 영향 덜 받아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발표로 가장 힘든 기업은 제조업, 특히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에너지 관련 기업들이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설비투자 비용이 상당한데, 이것이 결국 제품 단가를 상승시키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기존대로 운영하다가는 탄소배출권을 구입해야 한다. 그런데 탄소배출권은 해마다 가격이 오르고 있어 역시 기업에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탄수배출권 구매 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만 중소기업들은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소형 소비자가전제품을 제조, 출시하는 한 구미의 중소기업의 경우 중국의 하청업체로부터 1차 조립된 제품이 수입되면 국내에서 최종 조립을 거쳐 제품화한다. 그러다 보니 탄소배출 관련해서는 별 문제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규모가 큰 제조업 관련업체가 아니라면 사실 규제가 크게 와 닿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아예 생산 라인을 해외로 이전한 기업도 있다. 본사가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한 대형 센서/부품 납품업체도 “이미 수 년 전 공장을 해외(베트남)로 옮겨 큰 어려움은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업체는 탄소배출보다는 인건비 등에서 발생하는 비용 차이가 더 커 수 년 전 공장을 해외로 완전히 이전했다.

◇ 친환경 차 지원은 감소...전기차 300만대 목표달성 불투명
자동차와 함께 모빌리티 기업들도 어려움에 처할 전망이다. 정부가 2030년까지 전기차 300만대, 수소차 85만대를 보급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정작 전기차 보조금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한국전력공사가 2020년부터 전기차충전용 전기에 대한 특례요금 해지를 결정해 현행 kWh 당 80~100원 수준인 전기차 충전요금이 최소 2~3배 가까이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연비가 낮고 충전시간이 긴 전기차의 요금이 인상되면 사실상 디젤차와 유지비용 면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게다가 전기차 보조금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어 사실상 전기차량 보급에 빨간불이 켜지게 됐다. 정부의 정책이 서로 따로따로인 것이다.

모빌리티 기업인 타다는 3년 내 타다 디젤차량을 전량 가솔린 모델로 전환하고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도 확대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정부 정책대로라면 차량구입비와 운영비가 오르는 등 과도한 친환경 강제로 스타트업의 비용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음식 배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라이더들의 엔진이륜차 배기가스 배출도 논란이 되고 있다. 배달에 주로 사용되는 엔진이륜차의 배기가스는 소형 승용차보다 미세먼지 오염원인 질소산화물(NOx)을 약 6배 이상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내 배달 앱 업체들은 정부의 탄소저감 정책 등에 발맞춰 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 중이다.

지난 4월에는 서울시와 프랜차이즈·배달 업체인 배민라이더스, 바로고, 부릉, 맥도날드, 피자헛, 교촌치킨 등 6개 업체가 배달용 엔진이륜차를 친환경 전기이륜차로 바꾸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들 6개사는 올해 전기이륜차 1050대를 보급키로 했다.

하지만 정작 전기차에 대한 정부의 보조금이 줄어들고 충전시간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사실상 전기 이륜차 보급도 난항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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