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김정은 "금강산 南시설 싹 들어내라"…남북경협 모델 폐기 초강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남한 배제한 독자 관광 개발노선 시사

"개성공단 독자개발로까지 나아갈 수"

"남북협력사업 설자리 사라진다" 우려

아시아경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지구를 현지 지도하고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시설 폐기 지시는 남북 경제협력 모델의 일방적 폐기로 간주될 수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풍부한 북한의 관광자원과 남한의 자본과 경험을 조합한 남북 관광 경협은 남북의 호혜적 경제효과뿐만 아니라 민족간 이질성 극복, 평화 분위기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받아왔다. 23일 김 위원장의 금강산 독자개발 선포는 이를 전례없는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김 위원장은 금강산 일대 관광시설을 둘러보면서 '대남의존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남측 시설의 철거하고 새롭게 지을 것을 지시했다. 이는 올해 신년사에서 김 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을 조건없이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육성으로 밝혔음에도, 남한이 한미공조에 얽매여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에 대한 불만으로 읽힌다.


북한은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남측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의 우선 정상화'에 합의한 이후 남측에 '미국 눈치 보지 말라'며 조건 없는 금강산관광 재개를 촉구해왔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의 이번 행보에 대해 "남북 경협을 떠들면서도 실제로는 일체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남측에 대한 불만이 강하게 녹아있다"면서 "한국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들이 독자적으로 원산갈마관광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 개발을 주도·개발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고 말했다.


남측에 대한 불만은 끝내 '남측 시설 철거'라는 극단적인 조치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기본적으로 남한에 의존한 경제개발을 하지 않겠다는 중요한 원칙을 밝혔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면서 "막연히 남북경협이 재개되기를 기다리지 않고 자신들이 주도해서 금강산 등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김 위원장의 아버지 시절부터 이어져온 수십년 남북 경협의 역사를 부정하는 셈이다. 심지어 이날 김 위원장은 금강산의 실패가 선임자들의 잘못된 결정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금강산관광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시절 남측의 현대그룹과 함께 추진한 대표적인 남북 경제협력사업으로, 김 국방위원장의 결단으로 가능했다. 사실상 김 위원장이 직접 공개적으로 아버지의 정책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아시아경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지구를 현지 지도하고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관광협력사업을 철회하고 독자적 문화관광지구를 만들겠다는 것"이라면서 "선대의 협력사업을 계승발전시켜야 하는 현재의 지도자 임무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대의 유훈이기도 한 남북협력사업의 상징을 일방적으로 철회하는 것은 민족대단결과 우리민족끼리, 그리고 남북정상선언 정신에 위배된다"며 "북한은 금강산협력사업 폐기를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금강산 독자노선화는 개성공단의 폐기·독자 재가동으로 이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양 교수는 "김 위원장의 지나친 자신감이 개성공단의 독자개발로까지 나아간다면 남북협력사업은 설 땅이 없어진다"고 했다.


남북 경협의 역사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의 업적도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강산 남측시설 철거와 독자 가동은, 9.19 평양공동선언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다. 두 정상은 평양공동선언 2조2항에서 "남과 북은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고, 서해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공동특구를 조성하는 문제를 협의해나가기로 하였다"고 했다. 아울러 남북경협을 통해 평화경제를 실현, 일본을 따라잡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경제론도 앞날을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다만 독자적으로 관광지구를 완성하더라도, 오겠다는 남한 관광객은 환영하겠다고 김 위원장은 밝혔다. 남북 교류의 여지는 남겨뒀다는 평가다. 조 연구위원은 "설사 북한이 남한을 배제하고 단독으로 관광지구를 완성한다고한들, 한국 관광객을 배제하고 성공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혼자서라도 관광 산업을 개시하겠다는 것, '큰손' 남한 관광객은 받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은 그만큼 김 위원장이 경제개발·발전에 대한 의지가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조 연구위원은 분석했다.


아시아경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고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금강산관광지구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날 금강산관광지구총개발계획을 새로 수립하고 고성항해안관광지구, 비로봉등산관광지구, 해금강해안공원지구, 체육문화지구 등으로 구성된 관광지구를 3∼4단계 별로 건설할 것을 지시했다. 또 지구마다 현대적인 호텔과 여관, 파넬숙소(고급별장식 숙소), 골프장 등 시설을 짓고 인접군에 비행장과 관광지구까지 연결되는 철도를 건설할 것을 주문했다.


현지지도에는 장금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김여정·조용원·리정남·유진·홍영성·현송월·장성호를 비롯한 당 간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마원춘 국무위원회 설계국장 등이 수행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