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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일왕 상징 교목·친일인사 교가…학교 내 친일잔재 청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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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학부모회 전수조사 결과 발표, "성차별·구시대적 교훈도 확인"

연합뉴스

교육희망경남학부모회 기자회견
[촬영 김선경]



(창원=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진보 성향 학부모 단체인 교육희망경남학부모회는 23일 경남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내 일제잔재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학부모회는 지난달 말부터 최근까지 한 달간 도내 전 초·중·고등학교 1천656곳을 대상으로 인터넷을 통해 교화·교목·교훈·교가 등 현황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일제잔재로 지적되는 꽃과 나무를 교화·교목으로 지정한 학교는 모두 143곳이었다.

학부모회는 일본 철쭉을 개량해서 만든 연산홍(68곳), 일본 왕실을 상징하는 국화(27곳), 이토 히로부미가 식민통치를 기념하며 우리나라에 처음 심었다고 알려진 가이즈카 향나무(3곳)를 일제잔재로 꼽았다.

또 일제강점기 국내에 퍼진 히말라야시다(설송·42곳), 사무라이 상징인 벚꽃·벚나무(1곳), 일왕을 상징하는 금송(2곳)도 친일잔재로 판단했다.

조두남·이흥렬·현제명·김동진·최남선 등 친일인사가 작사·작곡한 교가를 쓰는 학교도 20곳이나 됐다.

친일·친독재 행적으로 논란을 빚은 유치환·이은상의 곡을 교가로 지정한 학교도 22곳에 달했다.

학교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각종 명칭·언어 등에도 친일잔재가 여전했다.

일제시대 때 성적이 우수하고 담임교사를 돕던 학생을 일컫는 반장·부반장 용어는 아직도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다고 학부모회는 지적했다.

담임·교감·상장·표창장·개근상·수학여행 등 표현도 일제강점기 잔재라고 덧붙였다.

학부모회의 이번 전수조사 과정에서는 성차별적이거나 구시대적 교훈·교가 등도 대거 확인됐다.

여학생에 대해서는 수동적·헌신적 이미지, 여성성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았다.

문제로 지적된 교가 가사로는 "살찐 벌판의 젖가슴 한복판에 ○○○고", "정숙의 참된 삶으로 (중략) 소녀들", "곧은 기개 현모양처" 등이 있었다.

반면 남학생에 대해서는 씩씩하고 용맹스러움을 강조하는 가사가 주를 이뤘다.

"비바람이 몰아쳐도 줄곧 싸워라", "젊은 건아들 조국과 겨레 위한 기둥" 등이 그 예다.

이 밖에 "우리는 갈고 닦는 건설의 역군", "민족의 혼, 새역사의 창조자, 새일꾼, 조국과 인류 위해", "번영의 대행진에 역군 되리라", "불멸의 횃불은 참일꾼일세" 등 개발시대 교육철학이 반영된 교가도 개선해야 한다고 학부모회는 지적했다.

학부모회 관계자는 "학부모들의 이번 전수조사 작업이 학교 내 친일의 그늘을 거둬내는 출발이 됐으면 한다"며 "도교육청도 보다 더 친일잔재 청산에 힘을 쏟고 결실을 이뤄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k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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