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3 (월)

[연합시론] 대입정시 확대 추진, 文정부 초심과 맞나 살펴봐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대학입시의 정시모집 비중 확대 방침을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언명, 정시 확대가 대입 개편의 핵심이 될 것임을 내비쳤다. 교육열이 높기로 유명한 한국에서 입시는 사회적으로 관심이 가장 뜨거운 문제 중 하나다. 입시 당사자인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교사, 교육전문가, 정책 담당자, 입시업계에 이르기까지 진단과 처방이 크게 갈린다.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의 교육정책 관련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그만큼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당장 이번 발언을 두고 교육계를 중심으로 혼선 조짐을 보인다. 정시 확대는 교육부가 개편 초점을 학교생활기록부 종합전형(학종)에 맞추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해 온 것에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문 대통령의 정시 확대 언급은 사회 전반의 공정성 강화를 강조하는 맥락에서 나왔다. 이른바 '조국 사태'를 둘러싼 논란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지난 9월 초 대입제도 개선 전반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문 대통령이 이번에는 정시 확대를 콕 집어 거론함으로써 구체적인 지침까지 제시한 셈이 됐다. 그러나 정시 확대는 교육부가 그간 밝혀온 개편과는 방향성과 결이 전혀 다른 얘기다. 교육부는 '정시 확대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학종의 투명성과 공정성 강화가 대입 개편의 기조임을 분명히 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시와 수시 비율 조정으로 불평등과 특권의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소신을 밝히기까지 했다. 대통령의 정시 확대 언급은 청와대와 주무 부처 간 엇박자를 고스란히 드러낼 뿐 아니라 어렵게 일궈낸 사회적 합의도 빛이 바래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낳는다. 지난해 국가교육회의는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과 관련해 오랜 공론화 작업을 거쳐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 전형(정시)을 늘리라고 권고했다. 교육부는 이를 반영해 수능 전형을 30%로 높이는 내용의 대입 개편 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 방향을 마련해 놓은 터였다.

수시모집을 선호하는 대학들이 내심 불만을 억누르면서 '정시 30%' 기준을 맞추려는 상황에서 정시 추가 확대 요구를 받는다면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정시·수시 비중은 대학뿐 아니라 교육계에서 끊임없이 논란이 돼 온 사안이다. 일부에서는 정시모집이 더 공정하다고 주장하지만, 교육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공정성도, 객관적인 실력 평가도 담보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예전의 '암기식 문제풀이'로 돌아가자는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또 정시 비중을 높이면 혜택은 강남 중심의 '상류층'에 돌아가며, 실제로 고소득층일수록 정시를 선호한다는 사실이 여러 통계나 논문을 통해 검증됐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진정한 교육 불평등 해소를 위해서는 입시 공정성이라는 미시적 문제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 대학·고교 서열화 해소 등 특권적 교육의 대물림을 구조적으로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문재인 정부는 대대적인 교육개혁을 내걸고 출범했다. 하지만 수능 절대평가는 사실상 무산됐고, 고교학점제와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제) 일정도 미뤄지는 등 공약이 잇따라 후퇴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정책이 여론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추진되어서도 안 되지만 상황에 따라 눈치를 살피며 조변석개하는 것도 금물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을 곱씹어볼 때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