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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대통령은 "정시 확대" vs 대학은 "30% 미만이 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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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전체 대비수능 위주 전형의적정한 비율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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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4년제 대학 중 절반 이상이 대입의 정시 비중을 "30% 미만으로 두는 게 적정하다"고 응답했다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설문 결과가 나왔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정시 확대'를 공언한 상황이라, 정시 확대를 추진하는 정부와 이를 망설이는 대학 간의 갈등이 예상된다.

23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대교협으로부터 '대입전형 운영 개선을 위한 회원대학 의견수렴 설문조사'의 결과를 제출받았다. 지난 8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된 설문조사엔 대교협 회원 대학 198개 중 89개교가 응답했다.

대학의 전체 모집인원 중 수능 위주 전형의 적정 비율에 대해 응답 대학 중 47곳(52.8%)이 '30% 미만'이라고 답했다. 이어 '30% 이상~40% 미만'이라고 응답한 대학(31곳, 34.8%)이 많았다. '40% 이상~50% 미만'은 5곳(5.6%), 50% 이상은 한 곳도 없었다.

대학들의 이런 인식은 정시 확대를 추진하는 정부의 움직임과 배치된다. 지난해 국가교육회의의 공론화 결과에 따라 교육부는 2022 대입까지 정시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키로 했다. 22일 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대입 정시 비율의 상향을 포함한 입시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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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 수시·정시 선발 비중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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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의 절반 이상(56.2%)이 대입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전형자료로 활용하는 학교생활기록부의 항목 축소에 대체로 반대했다. 특히 학종 선발 비중이 높은 수도권대에서 축소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76.9%).

당·정·청이 학종 개선의 일환으로 검토 중인 자기소개서 폐지에 대해서도 수도권대 중 74.4%가 반대했다. 자기소개서 폐지에 반대하는 대학들은 "학생 활동의 과정 중심 평가에 필요하다"(46.8%), "학생부의 제한적 정보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34%)는 이유를 들었다. 기타를 선택한 대학 중 6곳은 "지원 동기 등 학생 입장을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자료"라는 점을 들었다.

교육부는 2022학년도 대입부터 수상경력, 자율동아리의 기재 수를 제한하고 진로희망사항과 진로활동, 소논문, 방과 후 활동 등의 기재를 금지하거나 대학에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 부정 의혹이 제기된 이후 당·정·청은학종 개선책의 일환으로비교과활동 폐지 등 학생부의 대입 반영 폭을 좀 더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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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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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설문 결과는 정부가 검토 중인 정시 확대에 대학들이 선뜻 응하지 않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22일 대통령의 시정 연설 직후 교육부는 "당·정·청 협의에 따라 수시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상위권 대학들이 정시를 확대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시 확대를 포함한 당·정·청의 최종안은 다음 달 말 발표 예정인 교육부의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에 담긴다.

대학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수도권 4년제 대학의 입학처장은 "법적으로 대학에 학생 선발의 자율권이 있는데도 대학과의 협의 없이 정치적 논리만을 고려해 정책을 세우고 대학에 강요하려 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서울 4년제 사립대의 입학처장도 "4차 혁명에 걸맞은 미래 인재를 양성하자면서 구시대적인 오지선다형 수능을 강요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10여년간 교육부가 학생부 종합전형 확대를 유도했다가 인제 와서 대학들에 몇 년 뒤로 돌아가라고 하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학가에선 현행 대입 수능의 개선에는 무관심하면서 정시 확대만을 주장하는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불만도 높다. 지난 21일 국회 교육위 종합감사에 출석한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정시 확대에 대한 답변을 유보하면서 “자기 의견을 낼 수 있는 게 필요하다. 서술형 문제를 포함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하지만 정부가 대학 재정지원사업 등과 연계해 정시 확대를 추진할 경우 상당수 대학이 이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왔다. 충청권의 한 사립대 부총장은 "10년 동안 등록금이 동결돼 재정이 어려운 상황이라 '돈줄'(재정지원)을 쥐고 있는 교육부의 뜻을 거스르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천인성 기자

guc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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