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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2016년 노벨상 탄 ‘별난 물질’ 측정기술 개발…“양자소자 활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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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론으로만 존재했던 ‘위상물질(topological matter)’을 양자컴퓨팅, 양자통신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세계 최초로 위상물질의 활용성을 높일 측정기술이 개발된 것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서준호 KRISS 책임연구원과 김건우 독일 쾰른대학교 연구위원 연구팀이 나노역학소자의 공진 주파수를 분석해 위상물질의 특성을 측정하는 기술을 선보였다고 23일 밝혔다.

서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위상물질 기반 나노역학소자 관련 세계 최초 결과"라며 "기존 전기전도 측정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위상 물질 표면의 전자 상태밀도 정보를 역학계 고유 진동 변화의 정밀 측정을 통해 알아낸 성과"라고 설명했다.

조선비즈

위상물질 기반 나노역학소자. 가운데 기타 줄처럼 고정된 부분이 나노선(nanowire)이다. 이 나노선의 진동을 통해 위상물질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위상물질은 ‘위상학(topology)’이라는 수학적 개념을 물리학에 도입해 나온 상상 속의 물질로 ‘별난 물질(exotic matter)’이라고도 부른다. 데이비드 사울리스(워싱턴대), 던컨 홀데인(프린스턴대), 마이클 코스털리츠(브라운대) 교수는 지난 2016년 별난물질 연구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위상물질은 구멍의 수로 상태를 구분한다. 예를 들면 도넛과 반지의 겉모습은 다르다. 하지만 위상학적으로는 같은 상태로 본다. 반면, 고무공은 구멍이 없기 때문에 도넛과 다른 상태로 판단한다.

이러한 위상물질로 전자소자를 제작하면 물질량의 최소단위인 양자 수준의 빠른 신호처리와 고감도 센서 등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현재 과학계의 정설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위상물질 자체가 이론에만 국한돼 있어 물질 자체의 특성을 완벽히 이해하기에는 어렵다.

연구팀의 이번 연구 성과는 위상물질의 중용한 특성 중 하나인 전자상태 밀도를 측정하는 방법을 발견했다는 데 있다. 머리카락 굵기의 1000분의 1 수준인 나노 선(線)으로 된 소자를 제작하고 이 진동수를 측정하면서 위상물질을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이 나노선 역학소자는 나노선의 양 끝을 고정해 공중에 띄운 형태다. 마치 기타 줄과 같다. 이 줄을 튕기면 위 아래로 진동하면서 위상물질의 상태를 알 수 있다. 즉 위상물질에 구멍이 몇 개나 있는 지 확인이 가능하다.

실제 실험은 비스무스셀레나이드(Bi2Se3) 화합물로 나노선을 만든 다음, 금속 박막 전극에서 수십 나노미터 떨어져 진동하도록 하여 전극을 통해 역학적 공진을 유도 및 측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연구팀은 위상물질의 전기적 특성은 물론 상태밀도에 따른 공진주파수 변화까지 동시에 측정했다. 또 이 실험이 나노선의 진동과 그 표면에 존재하는 전자계의 상호작용에 의한 양자현상에 기인한다는 사실도 이론 계산을 통해 밝혀냈다.

서 책임연구원은 "대표적인 반도체 소자인 트랜지스터가 나오기 전까지 실리콘이라는 반도체 물질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에만 수십 년이 걸렸다"며 "이번 측정기술 또한 큐빗, 스핀트로닉스 소자 등 미래 양자소자에 활용할 수 있는 위상물질의 특성을 파악하는 중요한 성과"라고 말했다.

한편 연구 논문은 이달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다.

김태환 기자(tope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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