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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고 장자연 사건

세금으로 윤지오에 숙박·렌트비 주고 '기부자'라 속인 여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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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경 여가부 차관 "내가 윤지오 위해 사적 기부금 전달"

중앙일보

고 장자연 사건의 주요 증언자로 알려졌던 배우 윤지오 씨가 지난 4월 24일 오후 캐나다로 출국하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들어서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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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가 산하기관인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배우 윤지오(32)씨를 위한 숙박비ㆍ렌트카 등을 지원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윤 씨에게 숙소 비용을 지원한 익명의 기부자는 김희경 여가부 차관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23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러한 사실이 담긴 여가부 공문을 공개했다. 김 의원이 공개한 공문 내용을 보면 여가부는 지난 3월 12일 ‘과거사 진상조사 관련 참고인 지원 협조사항 안’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진흥원에 발송했다.

윤씨는 지난 3월 자신이 고(故) 장자연씨 사망 사건 증언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생명의 위협을 당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후원금을 모금하고 책을 펴내는 등 활동을 이어가다가 지난 4월 캐나다로 출국했다. 이후 거짓말 의혹이 일었고 후원금 반환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현재 윤 씨는 건강상의 이유로 경찰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이 공개한 공문에는 “‘과거사 진상조사 관련 고 장자연 사건 윤지오 참고인이 요청서를 통하여 주거 및 이동, 신변 등에서 불안을 느껴 보호를 요청한 바, 숙소 및 차량지원 등에 대하여 지원 협조를 아래와 같이 요청드립니다”라고 적혀있다. 요청내용으로는 주거 불안에 따른 안전한 숙소 필요, 증언 및 인터뷰 등에 따른 이동수단 지원, 신변보호를 위한 동행조력자 요청이 담겨있다.

공문에 첨부된 지원 계획에는 지원기관이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성매매방지중앙지원센터로 지정돼 있고, 지원대상은 윤지오(고 장자연 사건 증인)라고 명시돼있다. 지원 기간은 3월12~29일 18일로 예상 소요예산은 156만8000원으로 표기돼있다. 구체적으로 “안전한 숙소로 서울여성프라자 교육생 숙소의 공실을 대관”하도록 지시했다. 또 숙박 대관료 96만8000원, 차량임차료 K5 1개월 임차 60만원 또는 LF소나타 1주일 임차 35만원으로 책정했다.

여가부는 이러한 사실이 논란이 되자 "윤 씨에 대한 숙소는 3월 12일부터 15일까지 지원됐고, 여가부 예산이 아닌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기부금을 사용했다. 실제 숙소 지원을 위해 지출된 금액은 15만8400원"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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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2일 여성가족부가 산하기관인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윤지오에 숙박비와 렌트카 등을 지원하라"며 내려보낸 공문 [김현아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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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2일 여성가족부가 산하기관인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윤지오에 숙박비와 렌트카 등을 지원하라"며 내려보낸 공문 [김현아 의원실]



김 의원은 “윤 씨가 고 장자연씨 (사건의) 목격자라고 본인이 커밍아웃하고 나서 경찰 보호를 받기 전까지 진흥원에서 보호를 했다. 무슨 근거로 지원한 것이냐”라며 “성폭력방지및피해자보호법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구성원에 대한 지원근거가 있다. 윤씨가 성폭력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박봉정숙 여성인권진흥원장은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이 아니지만 그 당시 이 사안이 중요했다”라고 답변했다. 이어 김 의원은 “이 분(윤씨)이 지금 증언이 거짓말이라고 해서 경찰 소환을 받고 도망다니고 있다. 뭘 믿고 진흥원이 나서서 도왔냐. 앞으로 누구든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증언을 하면 사실 확인도 안하고 법적 근거도 없이 도와줄 것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김희경 여가부 차관은 “숙소 지원과 관련해선 법률적 근거가 없어 예산을 쓰지 않았다”며 “(익명의) 기부금을 받았고, 사적 기부금을 여가부가 진흥원에 현금으로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여가부가 예산을 쓰려고 하다가 여의치 않아서 기부금을 만든 것이 아니냐”며 “윤지오라는 사람은 정치권에서 스타를 만들어 놓고, 지금은 경찰 조사를 피해 다니고 있는 아주 이상한 모양새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국에 성폭력 피해자 등 여가부가 보듬어야 할 사람이 많은데 방치하고 있다. 돈의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여가부가 쓸데없는 짓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여가부가 법적 근거도 없는 예산을 활용해 윤 씨를 지원한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김 차관은 자신이 해당 기부금을 냈다고 털어놨다. 김 차관은 “당시 윤지오 씨에게 15만8천400원을 기부한 사람은 나”라며 “당시 윤지오 씨가 장자연 사건 관련 방송에 출연해 여성단체를 비판하고 검찰 진상조사단 출석을 앞두고 숙소 지원을 요청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검토 결과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해 내가 예산검토를 중단했다. 그래서 내가 사비를 내서 대방동에 있는 서울여성플라자에 3일간 숙박을 하도록 했다. (3월) 15일부터는 (윤씨가) 경찰 숙소로 이동했다”고 덧붙였다.

김 차관은 “사적 기부이기 때문에 공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면서도 “기부금 출처를 물어봤을 때 (공개했다면) 이게 미담으로 회자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차관은 이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제가 사적인 기부를 통해 윤지오씨한테 쓰이도록 한 것에 대해, 경찰 증인 보호 프로그램 시작 전에 임시 조치하면서 예산 쓸 수 없어서 사적 기부했다고 말씀드렸다. 당시에는 그렇게 했으나 지금 시점에서 적절치 않다는 의원님들 말씀을 겸허히 수용하고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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