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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교사의 사상 독재·끔찍한 사상 주입 중단해야"...인헌고 학생들, 방과후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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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편향 교육’ 논란 인헌고, 방과 후 정문 앞서 기자회견
"학생의 ‘사상의 자유’ 보장" 요구…"전국 他고교와 연대 희망"
‘조국 사퇴’ 서울대 집회 추진위도 참석…지지서한문 전달
4개 보수단체, 24일 학교 앞 ‘침묵시위’ 예정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반일 구호’를 외치도록 강요하는 등 정치 편향적 교육을 했다는 논란이 제기된 서울 인헌고 학생들이 23일 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들의 사상과 자유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오후 4시 30분 서울 관악구 봉천동 인헌고 정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인헌고등학교 학생수호연합’(학생수호연합) 대표와 대변인을 맡고 있는 이 학교 3학년 김화랑(18)군과 최모(18)군 등 2명이 참석했다. 학생 측 변호인은 "학생수호연합 측 학생들이 얼굴과 실명이 공개되는 것에 불안함을 느껴 일단 두 학생만 기자회견에 참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언론 보도를 통해 기자회견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헌고 정문 앞에는 보수단체 회원과 시민 100여 명이 모여들었다.

앞서 지난 17일 열린 ‘인헌고 달리기 걷기 어울림 한마당’이란 행사에서 일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반일 구호를 외치도록 강요한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또한 "반일 구호에 동의하지 않는 학생은 ‘일베회원’ 등으로 매도했다" "조국 전 법무장관 관련 뉴스는 모두 ‘가짜 뉴스’라고 했다"는 학생들의 주장도 나와 논란이 커졌다.

다음 날인 18일 김군 등 일부 인헌고 학생들이 정치편향 교육에 맞서기 위해 학생수호연합을 만들어 페이스북 등을 통해 피해 사례를 모아왔다. 학생수호연합에는 이 학교 전교생 530여 명 중 15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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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인헌고등학교 학생수호연합’의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대변인을 맡은 3학년 최모군(오른쪽)과 대표 3학년 김화랑군의 모습. /박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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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가짜뉴스 믿으면 개돼지"라고 해…학생들 "교사의 사상 독재는 교육법 위반"
학생수호연합 대표 김화랑군은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학생들은 사상 주입 교육에 무참히 노출돼 오면서도 묵인해 왔다"며 "괜히 말했다가 생활기록부에 안 좋게 쓰여질 수도 있고, 수업 분위기를 망칠 수 있지 않을까 했던 우려들이 지금의 사태를 야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저는 현재 살아가는 이 시대와 인헌고를 스스로 지켜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김군은 "오늘부로 인헌고 학생수호연합을 필두로 해서 전국 각지의 다른 학교들과 연대를 희망한다"며 "비슷한 사상 주입을 겪거나 피해 사례를 고발하려는 전국 각지 모든 깨어있는 학생들은 언제든지 연락을 부탁한다"고도 했다.

대변인인 최군은 그동안 인헌고에서 발생했던 정치 편향 교육 논란 사례를 밝히며 "교사의 정치적 중립은 의무이다. 인헌고 교사들의 정치적 발언과 사상 독재는 기본교육법에 위반되는 행위"라며 "우리는 우리의 기본권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학생들의 사상의 자유를 보장해달라"고 했다.

최군은 "한 교사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한 날 학생들에게 ‘무고한 조국을 사악한 검찰이 악의적으로 사퇴를 시켰다’라는 뉘앙스로 언급했다"며 "학생들이 다른 의견을 제시하자, ‘그런 가짜뉴스 믿지 마. 자기 아내 압수수색하면 기분 좋을 것 같니? 검찰이 자기 가족들 계속 조사해서 힘들게 하고 지치게 해서 사퇴시킨 거야. 가짜뉴스 믿는 사람들 다 개돼지야’라고 했다"고 밝혔다.

최군은 "그 순간에 수많은 학생들은 개돼지가 돼버렸다"며 "이제는 끔찍한 사상 주입을 끝내야만 한다. 비판할 줄 모르고 무조건 찬양하는 것이 진정한 개돼지일 것"이라고 했다.

인헌고 학생들은 이날 자신들의 행동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최군은 "순수하게 학생들의 사상의 자유를 이야기하고 있다"며 "정치적 색깔을 입히는 행위는 지양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인헌고 학생회장단 측도 기자회견 직전 "인헌고 내의 문제이므로 학교 내에서 먼저 해결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인헌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달라"는 입장문을 냈다. 학생수호연합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이날 "(학생수호연합 측에 반대 의견을 쓴 학생들에게) ‘좌빨’ ‘빨갱이’라고 욕설을 하는 외부인이 있다"며 "학생들에게 욕설을 자제해주길 바란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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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찾은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정문 앞의 모습. /박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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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30여 분 동안 학교 정문을 사이에 두고 일부 학생과 시민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학생수호연합 측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 학생 10여 명이 정문 안에 모여 발언 내내 "거짓말 치지 마라" "인헌고는 문제없다"고 외쳤다. 그러자 정문 바깥에 서 있던 일부 시민이 "조용히 하라"고 학생에게 소리치면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사상의 자유 침해하는 학대행위"…서울대 집회 추진위·4개 보수단체 등 지지
이 자리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서울대 복직 반대 목소리를 내온 ‘서울대 집회 추진위원회’도 함께 참여해 지지 서한문을 발표했다. 김근태(재료공학부 박사과정) 서울대 집회 추진위원장은 "서울대도 조국 교수가 복직한 상황에서 정당한 교육 권리를 올바른 교육자로부터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며 "바로 인근에 있는 인헌고에서도 우리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단 점을 인지하고, 지지 입장을 발표하기 위해 여기 섰다"고 했다.

서울대 집회 추진위는 △학생들에게 편향된 정치 사상을 주입하고 정치도구화한 점 △민주주의를 왜곡하고 학생들을 모욕한 점 △선생들에 의해 학생의 사상적 자유가 침해되는 학대 행위 등을 규탄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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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서울대 집회 추진위원회’ 김근태 위원장이 학생수호연합 학생들에게 지지서한문을 전달하고 있다. /박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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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에는 인헌고 학생들을 지지하는 보수단체의 집회가 열린다. 전국학부모단체연합·자유대한호국단·자유법치센터·턴라이트 등 4개 단체는 24일 오전 8시부터 인헌고 인근에서 침묵 시위를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점심시간을 이용해 인헌고 학생수호연합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한편 서울시교육청과 동작관악교육지원청은 이날 인헌고를 대상으로 특별장학에 나섰다. 서울시교육청에서 10명, 동작관악교육지원청에서 10명이 파견됐다. 만약 특별장학을 통해 사실 여부가 확인되면 본격적인 감사에 착수하게 되고, 감사 결과에 따라 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앞서 인헌고 재학생 150여명은 전날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서울시교육청에 청원서를 접수했다. 이들은 청원서에서 "인헌고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정치 편향적이며 특정 정파적 입장을 두둔하고 학생들의 가치관·양심의 자유를 억압하는 교직원의 행태는 학생의 인권을 짓밟는 폭거와 다름없다"며 "조속히 감사에 착수하고, 학교 측의 해당 학생들에 대한 부당한 처우가 발생되지 않도록 지도·감독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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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오전 ‘인헌고등학교 학생수호연합’ 측 변호인이 서울시교육청에 접수한 청원서. /채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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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수호연합 측 변호인은 "서울교육청의 특별 장학을 일단 믿고 지켜보기로 했다"면서 "납득이 되지 않는 교육청 측의 조사 결과가 나온다면, 관련 교사 등 책임자에 대해서 형사 고발 조치까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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