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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주택금융공사 직원들의 외침 “주금공 = 죽음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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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까지 안심대출 심사 24만건

하루 최대 40건까지 강제 할당

“기한 압박으로 부실심사 우려”


최근 금융당국이 출시한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의 심사를 맡고 있는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가 소속 직원들에게 하루 처리 건수를 최대 40건까지 강제로 할당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심사 기한을 맞추기 위해 무리수를 두면서 부실심사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주금공에 따르면 주금공 경영진은 지난 14일 이러한 내용의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배분안 변경 통보’ 문건을 사내에 공지했다. 문건에는 대출 심사 경험이 없는 본사 직원은 하루 10건, 대출 심사 경험이 있는 지사 직원은 하루 32건, 대출 심사를 전담하는 본사의 심사지원반 소속 직원은 하루 40건 등 ‘1인당 1일 심사 처리 건수’가 포함됐다.

또 처리 실적에 따라 연말 성과평가에 가점을 주고 상위 5명에겐 ‘심사왕’이란 타이틀과 함께 개인당 20만원의 포상금을 줄 계획이라고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심사 경험이 많은 베테랑도 하루에 심사 건수가 20건을 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달 16~29일 신청 마감한 안심전환대출 건수는 총 63만4875건으로 이 중 주금공 홈페이지를 통한 접수는 55만5928건이다. 자격 요건 미비자 등을 고려하면 주금공이 심사해야 할 건수는 대략 24만건 정도다. 하지만 접수 마감 후 3주가 지난 21일 현재 처리하지 못한 건수는 22만건에 달한다.

주금공은 지난주 심사전담인력을 확충하는 등 총 666명이 대출 심사를 맡고 있다고 밝혔다. 주금공 관계자는 “투입된 인력과 잔여 심사 건수를 단순 계산하면 심사 마감 기한인 11월 말까지 1인당 하루 평균 처리 건수는 18건 정도”라고 말했다.

주금공 노조는 심사인력 중엔 전산부서, 연구소, 감사실 등 대출심사와 무관한 부서 직원들이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정영석 주금공 노조위원장은 “경험이 전무한 직원들이 경영진의 압박에 쫓기다보면 심사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며 “금융위와 주금공 등 당국이 대출 수요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을 힘없는 직원들에게 전가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주금공 블라인드 앱에 주금공 직원으로 추정되는 게시자가 ‘주금공=죽음공 현 상황을 모두 알아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실적을 강요하는 주금공 경영진을 비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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