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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본능적 투혼의 스포츠, 격투기

[이사람] 양성훈 감독 "종합격투기는 몸으로 두는 바둑···작전 잘 세워 승부 뒤집을때 짜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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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A는 원초적인 스포츠 아닌

전략·전술 역할이 중요한 종목

선수때 성적 나쁘지 않았지만

가르치는 것 즐거워 지도자 길

'자기방식 고집' 리더 승리 못해

선수 장점 살려 맞춤훈련 시켜야

김동현·강경호·마동현 등 지도

15년간 경험 책한권으로 정리도

美처럼 대중적 경기로 성장할 것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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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매체 가디언은 최근 종합격투기(Mixed Martial Arts·MMA)의 성장을 다룬 한 기획기사에서 “MMA 단체 UFC가 여는 대형 이벤트는 메이저리그 야구보다 더 많은 유료 시청자층을 확보했다”며 “MMA는 현시점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포츠”라고 평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MMA 선수인 예멜리야넨코 표도르의 팬으로 그의 경기장을 직접 찾기도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UFC 웰터급 선수 콜비 커빙턴을 백악관으로 초청하는 등 MMA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MMA는 미국과 달리 비주류 스포츠 중 하나지만 그럼에도 세계적인 수준의 격투기 선수는 꾸준히 나온다. 격투계의 메이저리그로 불리는 UFC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진출해 세계랭킹 6위까지 올랐던 김동현 선수가 대표적이다. 그의 뒤를 이어 강경호·마동현·최두호 등 내로라하는 국내 선수들이 꿈의 무대 UFC에 진출했다. 그리고 이 선수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팀매드라는 한 팀에 소속돼 있고 양성훈(40·사진) 팀매드 감독의 지도를 받는다는 점이다.

<가르치는 것이 즐거워 시작한 지도자의 길>

본지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양 감독은 “MMA는 복싱과 킥복싱·무에타이·레슬링·주짓수·유도 등 여러 종목이 섞여 있는 만큼 경우의 수가 만 가지가 넘는 종목”이라며 “가장 원초적인 스포츠라 보기에는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사실 바둑과 같이 전략과 전술의 역할이 무엇보다 큰 종목”이라고 소개했다.

양 감독은 국내 1세대 MMA 감독이다. 지난 2005년 팀매드를 창립한 후 수많은 유망주를 세계적인 선수로 육성했다. 현재 팀매드에 소속된 선수만 100여명, 전국에 15개 지부를 두고 있다. 10개 이상의 지부를 가진 MMA팀은 세계에서도 이례적이다.

MMA 감독은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 양 감독은 “체육관 관장의 경우 선수들은 그의 훈련법에 따라야 하는 절대적인 사람인 반면, 감독은 프로 선수들이 활약할 수 있도록 전문 코치를 두고 팀을 이끄는 리더”라고 설명했다. 체육관 운영이 주 역할이 아니라 프로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드는 것이 MMA 감독의 소임이고 그의 역할이다.

그가 처음 팀매드를 창단한 것은 2005년 3월. 고향을 떠나 약 3년 동안 서울에서 선수생활을 하다 다시 2004년 겨울께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왔다. 선수 당시 전적은 15전 12승 1무 3패. 나쁜 전적은 아니지만 그는 “스스로 봤을 때 운동신경이 떨어지고 선수로 크게 될 것 같지 않아 내려왔다”고 했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가르치는 게 너무 즐거웠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도자가 되고 싶었다.

처음에는 지인의 태권도장 한쪽을 빌려 운동했다. 멤버는 MMA에 관심이 있는 지망생 3명과 양 감독 본인을 포함해 총 4명. 그렇게 운동하다 2005년 3월 체육관을 열었다. 지금 팀매드 본관이 있는 곳이 처음 팀매드가 탄생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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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는 고집을 버려야”>

업계에서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팀매드를 창단한 지 약 3년이 지난 2007년께다. 당시 양 감독의 지도를 받던 선수들이 국내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휩쓸자 신생팀 팀매드에 대한 보도와 관심이 이어졌다. 특히 당시 우승한 선수들이 모두 기존 선수가 아닌 일반인 관원 출신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양 감독의 지도방식이나 기술체계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김동현 선수도 이 시기 양 감독을 찾아왔으며 양 감독과 함께 운동한 지 1년여 만에 UFC 입성에 성공했다.

양 감독은 “지도자는 고집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도자 자신이 잘하는 기술보다는 선수들 각자의 특성에 더 초점을 둬야 한다”며 “감독이 아웃복싱 스타일로 금메달을 딴 경력이 있으면 아웃복싱을 잘 알려줄 수는 있겠지만 선수들이 다 아웃복싱을 소화할 만큼 발이 빠른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보통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일수록 경주마처럼 자신의 방식에 몰입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러나 지도자로서 큰 팀을 만들려면 그런 고집보다는 선수 개개인의 장점을 살리는 것이 맞다는 점을 항상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감독으로서 700경기 이상을 치렀지만 양 감독은 아직도 선수들의 해외 경기에 동행할 때면 현지의 유명 체육관을 방문해 함께 운동을 해본다고 했다. 배우기 위해서다. 그는 “만 가지의 경우의 수가 발생하는 종목을 가르치는데 정작 코치들은 2~3가지 정도의 경우의 수만 대처할 수 있는 전략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선수 개개인의 장점을 살리도록 하기 위해서는 많이 보고 배우면서 새로운 경우의 수를 발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런 점에서 감독인 내가 선수보다 훨씬 많은 지식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실제 양 감독은 선수생활 할 때부터 정리해둔 선수의 특성이나 상황에 따른 전략전술이 지금은 책 한 권이 됐다고 한다. 그는 “상대선수가 분류상 83번 스타일이라면 5번 전략으로 대응하면 되는데 우리 선수가 5번을 수행할 조건이 되지 않는다면 3번을 먼저 수행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책을 공개할 의사가 있는지 묻자 “영업비밀”이라며 “이건 안 된다”고 했다.

<예측 뒤집는 승부 만들 때 보람>

양 감독은 이런 전략전술을 이용해 예측을 뒤집는 승부를 만들어낼 때가 감독으로서 가장 보람된 순간이라고 했다. 그는 “사실 대진이 잡히는 순간 어느 선수가 더 강한지 곧바로 판단이 선다”며 “질 걸 알지만 받아들였을 때, 준비 기간 작전을 잘 짜서 실제 경기를 이겼을 때는 정말 기쁘다”고 했다. 양 감독은 2017년 김동현 선수와 브라질 선수인 에릭 시우바와의 경기가 그런 사례라고 말했다.

당시 시우바 선수는 브라질의 떠오르는 신예였다. 양 감독은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에서 맞섰을 때 상대의 타격이 워낙 막강하기 때문에 아예 거리를 좁히는 전략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김동현 선수는 그 경기에서 펀치에 의한 KO승을 거뒀다. 그 경기는 김동현 선수 입장에서는 UFC 내 입지를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반대로 그 시합 이후 시우바를 상대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거리를 좁히는 전략을 들고 나왔고, 시우바는 이에 연패를 하다 UFC와의 계약이 해제됐다. 양 감독의 전략전술로 한 선수의 경기능력 파훼법이 나온 셈이다.

그는 “배드민턴은 기본 9개의 기술을 바탕으로 순발력과 센스 등을 겨루는 종목이라 나보다 실력이 뛰어난 상대에게는 무슨 수를 써도 이길 수 없다고 한다”며 “MMA는 이와 달리 기술뿐 아니라 체력·멘탈 등 수많은 경우의 수가 있어 전략전술이 정말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양 감독이 팀매드를 운영하는 또 다른 특성은 자율성이다. 현재 전국 15개의 팀매드는 모두 출신 선수들이 관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별도의 금전적 대가 없이 팀매드라는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하고 있다. 이런 구조가 가능한 것은 양 감독이 선수부를 발탁할 때부터 인성을 선수의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양 감독은 이에 대해 “대기업이라면 워낙 조직이 탄탄해 1~2명의 인성적 결함도 조직구조로 보완할 수 있지만 구성원이 크지 않은 곳인 만큼 한두명의 행동이 전체의 목표나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며 “운동선수가 되려는 의지나 인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런 선수들이 팀매드 지부를 운영하기 때문에 각 관장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하더라도 현재까지 큰 문제는 없었다”고 했다.

양 감독은 MMA가 앞으로 더욱 대중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해외 경기를 나가보면 경기장이 있는 숙소 로비에서 선수들의 사인을 받으려고 팬들이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 MMA의 세계적인 성장세를 체감한다”며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부터 MMA가 확산되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 윷놀이가 가장 대중적인 놀이였지만 지금은 잘 하지 않듯이 세상은 계속 바뀐다”며 “보기에 폭력적일 수 있지만 열심히 준비해서 선수와 팀의 의지가 부딪히는 감동적인 스포츠”라고 강조했다. /글·사진=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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