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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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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말기 심부전 환자 심장이식 후 10년 생존율 75%나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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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영남 세브란스병원 교수

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고령자가 등장하는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서 59세 다니엘은 심부전을 진단받는다. 일상생활이 힘들 만큼 숨이 찰 정도로 병이 급격히 악화한다. 심부전은 노화·심근경색 같은 여러 원인 탓에 심장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다. 10명 중 3명이 2년 안에 사망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치명적인 고령사회의 복병이다. 세브란스병원 윤영남 교수(심장혈관외과)에게 심부전에서의 이식 치료에 관해 들었다.

중앙일보

윤영남 교수는 ’고령 심부전 환자도 심장 재활을 통해 이식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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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부전이 위험한 이유는.

“심장은 혈액을 펌프질하면서 전신에 산소·영양분을 공급한다. 심장 기능이 떨어지면 산소·영양분에 민감한 뇌·간·콩팥까지 문제가 생겨 전신이 망가진다. 중증 심부전 환자는 가만히 있어도 숨이 차 집 밖으로 못 나간다. 심부전인 줄 모르고 방치했거나 치료를 받아도 점차 악화해 중증이 되는 환자가 적지 않다.”

-중증 심부전은 심장이식을 해야 하나.

“그렇다. 심부전은 4단계로 나뉜다. 1~3단계까지는 약물·시술로 심부전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한다. 하지만 4단계로 넘어가면 심장이식을 해야 한다. 뇌사자의 심장을 받기까지 대기 기간이 100~200일이다. 그동안 생명과 건강을 유지해 주는 장치가 인공심장으로 불리는 ‘심실 보조장치(VAD)’다. 최신 장치의 경우 지름이 8㎝가량 되는데 심장에 이식하면 피를 내뿜는 좌심실 기능을 돕는다. 그러면 약해졌던 간·콩팥 등이 조금씩 재생한다. 지난해 10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의 비용 부담이 줄었다. 기대여명이 적거나 심장이식이 불가하면 심실 보조장치를 이식해 남은 수명을 살고, 그렇지 않다면 심장이식을 받으면 된다.”

-고령 환자에게 부담스럽진 않나.

“심장이식에 대해 오해가 좀 있다. ‘얼마나 산다고 이식까지 해야 하나’ 체념하거나 ‘이식하면 오히려 얼마 더 못 사는 것 아닐까’하고 염려한다. 하지만 심장이식 후 건강하게 생활하는 분이 많다. 외국의 경우 10년 생존율이 55~60%다. 우리나라는 성적이 더 좋다.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심장이식 후 10년 생존율이 75%, 20년 생존율이 58% 정도다. 심장이식 평균 연령은 70세 정도다.”

-이식 후 생존율이 높은데 배경은.

“2000년 세브란스병원은 말기 심부전 환자에게 국내 첫 심실 보조장치 이식술에 성공했다. 2018년에는 전 세계 3건밖에 보고되지 않은 ‘베체트병 환자의 심장이식’을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 심장 혈관에 반복적인 염증이 발생한 희귀 난치병 환자였다. 지난 20년간 치료 성적을 획기적으로 올리는 의료기술이 발달한 덕분이다. 심장 재활과 심부전 다학제도 치료 성적을 견인한 시스템이다. 심부전 환자를 위한 특수한 심장 재활 운동 기구들이 있다. 심장 부담을 줄이면서 관상동맥의 혈류 개선을 돕고, 운동 강도를 안전하게 자동 조절하는 재활치료다. 이식 전후 재활로 기초 체력과 영양을 끌어올린다. 심부전 환자 치료에는 심장내과·심장혈관외과·신장내과·신경과 등의 의료진이 모여 치료 전반에 걸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하고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논의한다.”

-말기 환자도 이식받을 수 있나.

“치료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식의 길이 열렸다. 지난 4월 세브란스병원에서 심장이식을 받은 72세 환자가 대표적이다.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실려 왔는데 숨이 차 잘 먹지 못해 영양 상태가 심각했고, 콩팥 기능이 떨어져 복수가 찼다. 스스로 앉을 수 없을 만큼 거동하지 못했다. 과거에는 이런 환자를 수술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에크모(체외막 산소화 장치)라는 기계를 변형시킨 ‘체외 좌심실 보조장치’로 환자의 전신 상태를 끌어올린 뒤 심장이식을 한다. 에크모는 폐·심장을 일시적으로 대체하는 인공 장기 같은 장치다. 환자의 혈액을 몸 밖으로 빼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산소를 첨가해 몸속으로 다시 넣어준다. 하지만 2주 이상 사용하면 환자의 전신 상태가 오히려 안 좋아진다. 이런 에크모의 단점을 보완해 장기간 사용해도 전신 상태 악화 없이 장기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체외 좌심실 보조장치’다. 이 환자는 보조장치를 49일간 착용하면서 침상 위 재활운동, 영양·항생제 치료를 한 다음 심장이식을 받았다. 퇴원 후 무리 없이 일상생활을 보내고 있다.”

-심부전 예방과 관리법은.

“65세 이상이면 증상이 없어도 X선·심전도 검사를 2년에 한 번 정도 해보길 권한다. 심장 비대나 폐부종 같은 이상 증상을 발견할 수 있다. 심부전은 진행 속도를 예측하기 쉽지 않고 치료가 까다롭다. 심장 비대를 막는 이뇨제, 혈압조절제 등 수많은 약을 원인 질환과 상태에 맞게 0.125㎎ 단위로 조절하면서 복용한다. 환자는 병원에 자주 가는 걸 꺼리지 말아야 한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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