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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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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추워지면 잘 생기는 치질 … 화장실선 스마트폰 오래 쓰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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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배변시간, 찬 변기에 항문 혹사

경증 땐 좌욕, 식습관 개선 효과적

돌출된 조직, 염증은 외과적 처치"

날씨에 민감한 항문 날씨가 추워질수록 조심해야 하는 병이 있다. 치질 같은 항문병이다. 항문은 음식이 식도·위·소장·대장을 거쳐서 신체 밖으로 배출되는 마지막 관문이다. 그런데 추울 땐 모세혈관이 수축해 배변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항문 조직이 늘어나기 쉽다. 화장실에 20~30분씩 오랫동안 쪼그려 앉아있으면 항문의 모세혈관에 압력이 높아져 혈액이 몰리면서 부풀어 오른다. 이렇게 탄력성을 잃고 늘어진 항문 혈관·근육이 외부로 노출되면서 치질로 진행한다. 남모를 고통에 고생하는 치질에 대해 알아봤다.

치질은 항문 안팎에 생기는 질환을 통칭한다. 구체적으로 항문이 어떤 상태인지에 따라 ▶항문 혈관·근육 등이 밀려 나와 돌출된 덩어리가 만져진다면 ‘치핵’ ▶딱딱해진 변이 항문을 긁고 지나가 상처가 생기면 ‘치열’ ▶배변 시 윤활 작용을 하는 분비물이 나오는 항문샘에 염증이 생겨 항문 주변이 곪았을 땐 ‘치루’로 구분한다. 치질의 3대 유형이다. 치질은 주로 항문 내 조직이 돌출한 치핵이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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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고·크림·좌약 사용은 임시방편

치질은 부끄러움이 키우는 병이다. 매일 배변할 때 불편함을 느끼고, 출혈·통증으로 삶의 질이 떨어져도 드러내기엔 민감한 부분이다 보니 병원 진료받기를 주저한다. 바르는 연고·크림·좌약 등은 치질로 인한 통증·부기·가려움증 등을 일시적으로 완화할 뿐이다. 서울아산병원 대장항문외과 김진천 교수는 “참을 수 있을 때까지 견디다 항문 구조가 변하는 중증으로 진행한 다음에야 뒤늦게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치질은 시간이 지난다고 저절로 낫지 않는다. 반복적으로 항문을 혹사하는 습관을 고쳐야 한다. 스마트폰을 들고 화장실에서 들어가 5분 이상 앉아 있는 배변 습관이 대표적이다. 서울송도병원 황도연 부원장은 “쪼그려 앉아 있으면 자연스럽게 항문이 열리면서 압력이 쏠린다”며 “이 상태로 오래 있으면 항문을 완전히 밀폐하는 항문 괄약근의 지지력이 약해져 치질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하루 대부분을 앉아서 지내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항문 혈관의 혈액순환이 정체돼 혈전이 만들어지고 체중이 아래로 집중돼 항문이 빠지기 쉽다. 앉은 자세는 누운 자세보다 정맥압이 세 배 정도 높다. 요즘처럼 추울 때 차가운 바닥이나 변기에 오래 앉아 있으면 항문 혈관이 수축해 치질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반복적 변비도 한몫한다. 치질을 유발하는 핵심 요인이다. 다이어트로 먹는 양이 적어져 변비가 생긴다. 배변 횟수가 줄고 장의 운동 능력이 약해져 배변이 어려워진다. 고대구로병원 대장항문외과 강상희 교수는 “배에 있는 힘을 줘 밀어내거나 나올 때까지 변기에 앉아 기다리면서 항문 주변에 압력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단단하게 뭉친 변이 나오는 과정에서 항문 조직이 찢기면서 출혈·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손으로 조직 넣어야 할 땐 수술

치료는 중증도에 따라 다르다. 김진천 교수는 “치질로 부풀어 오른 항문 혈관은 시간이 지나면 점점 덩어리져 커지면서 출혈이 늘고 항문 밖으로 돌출된다”고 말했다. 크게 출혈·돌출·통증 정도에 따라 4단계로 구분한다. 1단계는 배변 후 소량의 혈흔이 묻어나오는 상태다. 2단계는 배변할 때 출혈이 비치고, 부풀어 오른 항문 혈관이 일시적으로 항문 밖으로 나왔다가 저절로 돌아온다. 3단계부터는 증상이 심해진다. 배변 시 돌출된 항문이 손가락으로 넣어야 들어간다. 4단계는 배변 시뿐 아니라 평소에도 힘만 주면 돌출되고, 튀어나온 부분이 단단해져 손가락으로 넣어도 잘 들어가지 않는다.

치질이라고 무조건 수술하지는 않는다. 기준은 항문 복원력이다. 배변 후 늘어난 항문이 스스로 들어갈 정도라면 좌욕, 배변 훈련, 식습관 개선 같은 보존적 요법으로도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40도 정도의 미지근한 물에 엉덩이를 푹 담그고 3분 정도 앉는 좌욕은 항문 괄약근의 긴장을 풀어줘 통증을 줄여준다. 변기에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는 배변 훈련도 필수다. 항문 조직이 늘어나는 것을 최소화해 치질이 악화하는 것을 막는다. 식습관 개선도 중요하다. 과일·채소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단으로 아침을 챙긴다. 식이섬유는 대장에서 수분을 빨아들여 변을 부드럽게 한다. 아침에 음식물을 먹으면 ‘위·결장 반사’ 작용으로 배변이 편하다.

외과적 처치를 고려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항문 혈관이 늘어진 상태로 그대로 있을 때다. 항문 점막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변형된 조직을 제거한다. 튀어나온 조직의 위치와 크기에 따라 치료법에 차이가 있다. 항문 안쪽에 위치하고 비교적 작다면 특수 고무밴드로 묶거나 부식제를 주입해 괴사를 유도하거나 적외선·레이저 등을 활용해 돌출된 치핵의 크기를 줄여준다. 항문 밖으로 밀려 나올 정도로 크다면 늘어난 치핵 조직을 잘라내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최근엔 항문과 연결된 직장 점막을 잘라내 튀어나온 부분을 다시 해부학적 위치로 복원시켜 치료하기도 한다.

항문 안쪽에 염증·고름이 생기는 치루도 외과적 치료가 중요하다. 오염 물질이 외부로 터져 나오면서 항문 괄약근을 침범한다. 드물지만 염증이 10년 이상 반복·지속하면 세포가 변형돼 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곪은 부위를 완벽하게 긁어내고 다시 봉합해야 재발이 없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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