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7 (금)

이슈 5세대 이동통신

5G로 안방서 트랙터 원격제어... 무인경작 시대 온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일보

29일 경기 고양시 법곳동 농지에서 농부 김수영씨가 실제 트랙터처럼 구현된 조종관에 앉아 뒤에 떨어져 있는 무인 트랙터를 원격 조종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농부 A씨의 아침은 마당으로 가 트랙터에 시동을 거는 대신 스마트폰을 집어 드는 것으로 시작된다. 스마트폰을 터치해 시동을 켜고 트랙터 앞에 달려있는 카메라가 비추는 모습을 화면으로 보면서 스마트폰 조종기로 트랙터를 밭까지 이동시킨다. 이날 트랙터가 갈아 엎어야 할 농지를 따라 작업 경로를 설정한다. 트랙터가 열심히 움직이는 동안 A씨는 인터넷으로 비료도 주문하고 최근 몇 개월간 수확한 작물 판매 현황도 들여다본다. 몇 년 전만해도 뙤약볕이나 갑자기 내리는 빗 속에서 밭일을 하면 오랜 시간 체력 소모가 컸지만, 이젠 트랙터 카메라 화면을 슬쩍슬쩍 보면서 2~3배의 작업량을 채울 수 있다. 스마트폰에 “트랙터 에어클리너 교체 시기가 다가왔습니다”라는 음성 알람이 울리자 A씨는 태블릿PC를 챙긴다. 마당으로 돌아온 트랙터에 태블릿PC 카메라를 비춰 증강현실(AR) 가상 이미지가 알려주는 대로 능숙하게 부품을 교체한다.

폭염이나 갑자기 쏟아지는 비 때문에 작업이 지체되거나, 고장 나 멈춰선 농기계를 바라보며 AS 기사의 출장을 기다려야 하는 요즘 농촌과 확연히 다른 A씨의 하루는 2021년 펼쳐질 5G 시대 농촌 일상이다. LG유플러스가 5G로 농기계를 원격 조종해 무인 경작하고 AR로 농부 스스로 농기계를 정비하는 시스템 개발에 성공해 내년 시범 서비스를 거쳐 2021년 상용화에 나선다.

LG유플러스는 29일 5G 기반 트랙터 원격제어 및 무인경작ㆍ원격진단 시스템을 시연했다. 경기 고양시 법곳동 농지 6,611㎡(약 2,000평)에서 진행된 이번 시연에서는 농지 한 가운데 운전자가 없는 트랙터를 작업 시작점으로 이동시켜 무인경작을 명령하고, 트랙터를 3차원(D) 모델로 구현한 태블릿PC 화면에 부품 소모 현황, 교체 방법 등이 AR로 표시되는 과정이 소개됐다.

이날 시연자는 수십 미터 떨어진 곳에 앉아 트랙터 앞 카메라가 풀고화질(FHD)로 찍는 정면 모습을 보며 트랙터를 원격 조종했고, 로터리(회전하며 토양을 부스러뜨리는 작업기) 작동과 이동경로를 설정하자 트랙터가 경로대로 이동하며 농지를 갈아 엎었다. AR 시연에서 태블릿PC로 트랙터를 비추자 실제 트랙터 모양을 3D로 본뜬 화면이 펼쳐졌다. 동시에 부품에 달려 있는 감지기(센서)들이 분석한 부품 소모 정도가 수치로 제시됐다. 부품 교체 시연 때는 ‘보닛을 여세요’, ‘커버를 분리하세요’ 등 문구와 함께 AR로 구현된 가상 이미지가 교체 방법을 실감나게 보여줬다.

이 같은 시스템이 가능한 이유는 5G가 초고속ㆍ초저지연으로 트랙터의 움직임 등 데이터를 실시간 전송해 주기 때문이다. 특히 5G 기반 초정밀 측위 시스템은 트랙터 위치를 3~10㎝ 단위로 정밀하게 측정해 정확히 이동시킨다. 현재 시스템은 트랙터 중심이지만 콤바인, 이양기 등 농기계와 굴삭기, 지게차 등 다양한 이동형 장비로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내년 지방자치단체, 대학연구소와 협력해 첨단 농업 단지 내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2021년엔 대규모 경작을 하는 영농법인 등을 대상으로 요금제도 출시할 계획이다. 장비 경량화, 작동법 교육 등을 통해 개인 농가 대상 서비스도 준비할 계획이다.

이해성 LG유플러스 미래기술개발그룹 상무는 “한국 농업은 농가 인구 감소, 고령화 등 문제를 안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농업 패러다임의 획기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5G와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농촌 변화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