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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일)

이슈 고령사회로 접어든 대한민국

문 대통령 모친, 北여동생 재회 못한채 별세…이산가족 고령화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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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금강산서 여동생 만나…90세 이상 이산가족 23.2%

北, 남북관계 경색 속 조전 보낼 가능성 크지 않아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모친 강한옥 여사 별세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인 강한옥 여사가 29일 향년 92세로 별세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당시 청와대 사회문화수석)이 지난 2004년 7월 11일 금강산 온정각휴게소에서 열린 제10차 남북이산가족 첫 단체상봉에서 어머니 강한옥 여사(왼쪽)와 함께 북측의 작은 이모인 강병옥 씨를 만나고 있는 모습. 2019.10.29 [연합뉴스 자료사진]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홍유담 기자 = "내 장남 문재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 강한옥 여사는 2004년 7월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때 50여년만에 해후한 북쪽의 여동생 병옥씨에게 처음으로 아들을 소개했다.

고령의 두 자매는 처음엔 서로 얼싸 안고 아무 말도 못한 채 눈물을 쏟아내다가 북받치는 감정을 가까스로 추스르고 밀렸던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당시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신분이었지만, 수차례 신청 끝에 이산가족 상봉 추첨에 뽑힌 강 여사를 가족동반으로 동행해 생면부지의 이모를 만날 수 있었다.

생면부지의 이모를 만난 문 대통령은 서먹한 상태에서 상봉을 했지만 어머니와 이모의 얼싸안은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며 눈물을 훔쳤다.



당시 문 대통령은 상봉 행사에서 "어머님이 가족들이 모두 돌아가시기 전에 이렇게 이모를 만나 염원의 1만 분의 1이라도 풀어서 기쁘다"고 말했으며, 공동 오찬에서 어머니와 함께 강 씨와 건배를 하는 등 정을 나눴다.

강 여사는 함경남도 함주 출신으로, 흥남 출신인 문 대통령의 선친(문용형.78년 작고)과 함께 1950년 12월 흥남 철수 당시 메러디스 빅토리호를 타고 경남 거제로 피란했다. 강 여사와 여동생 강 씨는 이때 이산가족이 됐다.

남과 북으로 갈라진 두 자매는 장남이자 조카인 문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어쩌면 다시한번 만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를 품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13일 출연한 KBS '추석특별기획 2019 만남의 강은 흐른다' 방송에서 "제가 아마 평생 어머니에게 제일 효도했던 것이 이때 어머니를 모시고 갔던 게 아닌가 싶다"며 "다른 일들은 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산가족 상봉만큼은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인도주의적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함주군, 흥남시의 우리 옛날 살던 곳, 어머니 외갓집을 한번 갈 수 있으면 더 소원이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남북관계 경색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강 여사가 별세하면서 실날같은 기대마저 사라져버렸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모친 강한옥 여사 향년 92세로 별세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인 강한옥 여사가 29일 향년 92세로 별세했다. 사진은 지난 2004년 7월 금강산 김정숙휴양소에서 열린 제10차 남북이산가족 공동 오찬에서 문재인 대통령(당시 청와대 사회문화수석)이 어머니 강한옥 여사와 함께 북측의 작은 이모 강병옥 씨를 상봉한 모습. 2019.10.29 [연합뉴스 자료사진] photo@yna.co.kr



이처럼 분단 후 65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 이산가족이 고령화되면서 헤어진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세상을 뜨는 사례가 많아졌다.

지난 4일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가 공동 운영하는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남쪽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사람 10명 중 6명은 이미 세상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1988년부터 지난달 30일까지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중 사망자는 총 7만9천786명으로, 전체 신청자인 13만3천360명의 약 59.8%다.

또 신청자의 연령대는 80∼89세가 40.5%로 가장 많았으며, 90세 이상도 23.2%를 차지해 고령화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9월 한 달 동안에만 이산가족 신청자 320명이 눈을 감은 것으로 집계돼 이산가족들의 한을 풀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한편 일각에서는 북한이 문 대통령의 모친상에 조전을 보내는 등 조의를 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는다.

그러나 북한이 최근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를 주장하고 그와 관련된 정부의 실무회담 요청을 반려하는 등 남북 관계 경색 국면이 이어지는 것을 고려하면, 북한 측에서 문 대통령이나 정부 앞으로 조전을 보내는 등 공식적인 조의를 표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yd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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