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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뜻밖의 김정은 조의문, 얼어붙은 남북관계 해빙 계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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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고 안 보냈는데 먼저 조의…상대국 지도자에 대한 예우

당장 남북관계 변화는 없을 듯…"의례적 차원의 예의 표시"

연합뉴스

모친 빈소 지키는 문 대통령
(부산=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부산 남천성당에 마련된 모친 고 강한옥 여사의 빈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19.10.30 [청와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남북관계 경색 국면이 계속되는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수의 예상을 깨고 문재인 대통령 모친상에 조의문을 보내면서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까지 직접 지시하면서 남측을 냉대해온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개인적인 친분만큼은 이어가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되지만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 남북 교착 분위기가 당장 반전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31일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고(故) 강한옥 여사 별세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30일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조의문을 전달해왔다"며 "김 위원장은 조의문에서 강 여사 별세에 대해 깊은 추모와 애도의 뜻을 나타내고 문 대통령께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조의문은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이 전날 오후 판문점을 통해 전달받았다.

사실 북측이 최근 남북관계 경색 국면에서 조의를 표할 것이라 생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북한이 바로 이틀 전 금강산관광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실무회담마저 거부하는 등 최대한 남측과 만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해왔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조문이나 조화를 받지 않고 가족상으로 조용히 치르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사를 존중해 북측에 모친상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아직 북측이 조문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우리가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북측에 부고를 보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김 위원장이 먼저 조의를 표한 것은 현 남북관계와 무관하게 북한 최고지도자로서 상대국 지도자에 대한 예우를 갖추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남북관계가 아무리 차가워도 작년 세 차례나 정상회담을 한 남측 최고지도자의 모친상을 외면하는 것은 도리가 아닌 만큼 예의를 중시하는 최고지도자의 덕목을 과시하려는 속내가 읽힌다.

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라며 직설적으로 비판하기도 했지만, 모친상을 당한 문 대통령의 개인적인 불행에 대해서는 예의는 지킨 셈이다.

주목되는 것은 김 위원장의 조의 표명이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번 조의 표명이 말 그대로 문 대통령의 모친상에 대해 조의만 전하며 예를 차린 것일 뿐 당장 남북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이희호 여사 별세 때에도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직접 보내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했지만, 이후 남북관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북한이 남측의 금강산 실무회담 제의를 하루 만에 거절한 것을 보면 조문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문재인 대통령은 세 차례나 정상회담을 함께 한 지도자"라면서 "북한에서는 지도자와 단순히 '면담'만 한 경우에도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이번 조의 표시는 의례적 차원의 예의 표시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해 이후 정세가 경색 국면으로 전환됐다 해도 아무런 조의를 표하지 않는 것은 외부에서 볼 때 도의적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외교적 성의를 다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 관계자도 "조의문을 전달받으면서 남북 간 (현안과 관련한) 다른 얘기는 없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이번 조의문 전달을 계기로 남북 정상 간 신뢰가 이어지고 이를 바탕으로 대화의 문이 다시 열릴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경색된 남북관계를 반전시킬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양 정상 간에 아직 상호 존중이 남아있다는 징표"라며 "바로 남북관계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이런 '조의 정치'가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약간 녹일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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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 전달하는 김여정
(판문점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12일 오후 이희호 여사 서거와 관련, 판문점 통일각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에게 김 위원장이 보내는 조화를 전달하고 있다. 2019.6.12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photo@yna.co.kr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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