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대가 중국 관영 매체인 신화통신 홍콩사무소를 습격했다. 중국 기관에 대한 전면적 공격은 시위 22주째 만에 처음이다. 중국이 제19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를 통해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시민들은 홍콩 정부를 넘어 중국 본토와 전면전을 불사하며 격렬하게 맞서고 있다.
시위대는 2일 완차이에 있는 신화통신 홍콩사무소의 유리문과 창문을 부수고 로비에 불을 질렀다. 건물 내에 직원들이 있었지만 불길을 신속히 잡아 인명 피해는 없었다. 신화통신은 중국을 대표하는 관영 언론사로 국무원 산하 기관이다. 공산당과 정보부에 직접 보고하는 체계를 갖춘 중국 정부 최대 정보수집기관이기도 하다. 전 세계 107개국에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홍콩 시위대는 앞서 7월 입법회(우리의 국회)를 점거해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와 중국 문양을 훼손하고, 지난달 7일에는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 막사 건물로 몰려가 레이저 빔을 쏘면서 한동안 대치하는 등 중국을 향한 분노 표출의 수위를 높여 왔다. 급기야 중국 기관을 상대로 직접 공격을 가한 건 퇴로 없는 일전을 각오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또 중국은행, 친중 성향의 베스트마트 360, 홍콩 정부에 협조적인 스타벅스 등 다수의 상점과 기업을 향해 화염병을 던졌다.
이에 신화통신 대변인은 2일 밤 성명을 내고 “폭도들의 만행에 극도로 분개하고 야만 행위를 강력 규탄한다”며 “홍콩 경찰이 사건을 엄중히 조사하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폭도들이 중국의 상징적 기관인 신화사를 파괴한 것은 홍콩 법치의 치욕일 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와 중국 본토에 대한 도발”이라며 “폭력으로 홍콩의 모순을 격화시키려는 범죄자들의 망상”이라고 비난했다.
이날 수천 명의 시위대는 언론과 집회의 자유가 차단됐다며 경찰과 맞섰다. 시위를 주도해온 조슈아 웡(黃之鋒)의 이달 24일 구의원 출마가 금지되고, 주말 집회를 경찰이 또다시 불허하면서 시민들은 시내 곳곳에서 경찰과 격렬히 충돌했다. 이에 경찰은 ‘방어 후 진압’에 나서던 기존 방침을 바꿔 처음부터 시위대 해산에 나서는 적극적인 대처로 최소 2명의 구의원 선거 후보자를 포함해 200여명의 시위 참가자를 체포했다.
3일에는 한 시민이 정치적 견해가 다른 시민들을 흉기로 공격해 도심 한가운데서 유혈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이날 오후 타이쿠 지역의 한 쇼핑몰에서 중국 정부 지지자로 추정되는 한 남성은 다른 시민과 정치적 논쟁을 벌이던 중 주변 4명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이로 인해 중상자 2명을 포함해 6명이 부상을 입었고, 부상자 중 한 명인 앤드루 치우 구의원은 용의자에게 귀를 물어뜯기기도 했다.
한편 홍콩 정부수반인 캐리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 6일 베이징을 찾아 홍콩을 관할하는 한정(韓正) 부총리와 회동할 예정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3일 전했다. 지난 6월 홍콩 사태가 본격화된 이후 양측의 첫 공식 만남이다. 지난주 4중전회 이후 홍콩을 바짝 옥죄려는 중국이 어떤 조치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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