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진으로 자영업자들의 신용 위기에 대한 염려가 커지는 가운데 3일 서울 중구 무교동 소재 한 은행에 자영업 소상공인 대출 안내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이승환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인건비를 아끼려고 이미 하루 15시간을 일하고 있는데 더 이상 어디에서 비용을 줄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서울 중구 명동에서 포차를 운영하는 50대 초반 A씨는 최근 두 번째 대출을 고민하고 있다. 가게 운영을 시작하며 처음 진 빚 1억5500만원의 거치기간이 올해로 만료되면서 내년부터 원금 상환이 시작되지만 지난해보다 매출이 줄어 사실상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는 "월 매출이 20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데 임대료 700만원과 직원 2명의 인건비, 재료비 등을 내고 나면 사실상 남는 게 없다"고 울상을 지었다. 명동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B씨는 "주류를 판매하는 점주 대다수는 점포를 얻으면서 한 번, 주류 제조업체로부터 또 한 번의 대출을 받는다"며 "불황이 지속돼 소득이 나지 않는 기간이 길어지면 제2금융권과 카드론 대출밖에는 믿을 구석이 없다"고 토로했다.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자영업자들이 빚무덤으로 내몰리고 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에 매출 부진이 겹치면서 대출을 늘리고, 이로 인해 신용등급이 낮아지자 더 높은 이자의 대출을 받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활동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를 쉽게 감지할 수 있다. 회원 수 35만명이 넘는 한 커뮤니티에서 '대출'을 키워드로 검색되는 게시글 수는 지난해 하반기 69개에서 올해 하반기 들어 154개로 늘었다. 대출받기 좋은 기관을 문의하거나 대출을 또 다른 대출로 막는 '대출 갈아타기'를 홍보하는 게시글이 대부분이다. 최근 이 커뮤니티에는 복수의 대출 중 어떤 것을 먼저 갚아야 할지를 묻는 게시글이 올라와 치열한 논쟁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자를 경비처리할 수 있고 중도상환 이자 1.4%가 있는 창업비용대출(금리 연 3.5%)과 남편 명의로 받은 일반대출(금리 연 2.8%·이자 경비처리 안됨) 중 어떤 것을 먼저 갚아야 할까요'라는 글을 두고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이다. 사업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금융에 대한 관심이 커진 현재의 분위기를 반영한다는 해석이다.
자영업 대출에 대한 '잠재부실률'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부분도 문제다. 잠재부실률은 개인사업자 대출을 보유한 사람 가운데 30일 이상 연체차주 비율을 말한다. 올해 2분기 개인사업자대출을 보유한 자영업자의 잠재부실률은 2.97%로 지난해보다 0.34%포인트가 상승했다.
서울신용보증재단 관계자는 "최근 서울 강남·명동 등 핵심 상권에서 음식점을 하는 자영업자들 가운데 카드론이나 현금 서비스를 4~5곳 이용한 분들을 찾기가 어렵지 않다"며 "카드론을 통해 대출을 받으면 금리가 연 20% 내외인 데다 신용등급이 떨어져 상환 부담이 높아지는데도 이런 대출을 10개까지 받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히 명동처럼 외국인들의 유입이 많은 상권은 반일 감정과 한한령 등의 이유로 매출이 급락하는 때가 있어 이러한 경우가 잦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국내 자영업자들 가운데 폐업률이 가장 높은 외식업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전반적인 수요 부진 탓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조사해 발표하는 외식산업경기지수는 지난 3분기 66.01을 기록했다. 이 수치가 측정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3분기 수치로는 최저치다. 이 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고객 수·식재료 원가·종업원 수·투자활동 등을 바탕으로 한국 외식산업의 경기를 보여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측은 "전반적인 내수 경기 침체 현상과 외식 업체를 둘러싼 외부 환경적 요인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들이 대출을 받기 전에 신용보증재단 자영업지원센터 등의 상담을 거쳐 다양한 선택지를 충분히 살펴볼 것을 조언했다. 서울신용보증재단 관계자는 "(재단은) 업종·입지에 따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재무·세무 등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폐업 시 자금 손실로 인한 신용관리까지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인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