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조기 발견 지름길

췌장암은 5년 생존율이 11.4%에 불과해 ‘난공불락’으로 통한다.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늦게 발견되는 데다 암세포 전이가 잘 되는 탓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절망할 질병은 아니다. 속도는 더디지만 생존율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췌장암 치료 성적을 끌어올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조기 진단이다. 11월 ‘세계 췌장암의 달’을 계기로 증상과 위험 요인을 알아둬 의심 단계에서 적극적인 대처를 할 수 있도록 대비하자.

췌장암은 국내 암 발생률 9위인 데 반해 사망률은 5위일 정도로 치명적이다. 이는 췌장의 특징과 관련이 있다. 췌장은 길이 약 15㎝의 가늘고 긴 모양의 장기다. 복강 뒤쪽에 자리 잡고 있어 겉에서 만져지지도, 개복해서 봐도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여러 장기에 둘러싸여 있기도 하다. 국립암센터 한성식 간담도췌장암센터장은 “췌장은 몸에서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장기”라며 “기능이 저하돼도 좀처럼 특이적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다.

췌장암에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법은 수술이다. 그러나 환자 대부분이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3~4기)로 발견돼 수술이 가능한 경우가 20%에 불과하다. 수술해도 미세한 전이가 진행돼 재발하는 사례 역시 꽤 많다. 그나마 다행인 건 치료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엔 항암제 치료로 암세포의 크기를 줄여 수술이 가능한 상태로 만들고, 수술 후에도 보조 항암 치료나 합병증 관리로 생존 기간을 늘려가고 있다. 한 센터장은 “수술받은 환자의 5년 생존율은 30~40%로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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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 치료법 발전으로 생존율 높아져

수술이 가능하려면 암을 초기에 발견해야 한다. 의심 증상에 세심한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김모(63)씨는 지난해 수시로 소화가 안 돼 동네 병원에서 위 내시경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정상. 위염 소견이 있어 치료했으나 증상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김씨는 걱정스러워 검진센터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받았고 췌장에서 종양(2기)이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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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은 소화 효소와 호르몬 분비 기능을 한다. 췌장에 종양이 생기면 특이적이진 않지만 기능과 관련된 증상이 나타난다. 한 센터장은 “췌장암 초기 환자는 ‘소화가 잘 안 된다’는 말을 많이 한다”며 “위 내시경을 하고 위염 치료를 받으면 대개 좋아지지만 증상 호전 없이 계속 나빠지면 췌장 문제와 연관돼 있을 가능성을 꼭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화가 잘 안 되면 식욕이 줄고 영양소 흡수율이 떨어져 체중이 빠진다. 다이어트를 하지 않았는데도 식욕 저하로 수개월 이내에 평소 체중의 10% 이상 감소한다면 췌장암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당뇨병이 갑자기 발생하거나 기존에 앓던 당뇨병이 악화해도 췌장암 탓일 수 있다. 한 센터장은 “췌장암 환자의 90%가 당뇨병을 앓고 있다”며 “당뇨병을 오래 앓았거나 가족력이 없는 데도 당뇨병 진단을 받은 사람은 췌장암 검사를 받길 권한다”고 했다.

복통도 췌장암의 주 증상이다. 암이 췌장 머리 쪽에 있으면 명치 부위, 꼬리 쪽에 있으면 왼쪽 윗배 부위에 주로 통증을 느낀다. 위나 담석 질환이 없는 데도 복통이 이어진다면 병원을 찾는 게 좋다. 또 다른 특징은 황달이다. 췌장 머리 부위에 발생한 암 덩어리가 담관을 폐쇄하면 피부나 눈의 흰자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이 나타난다.

췌장암 발생의 위험 요인을 알고 관리하는 것도 발병률을 줄이고 조기 발견을 돕는 길이다. 흡연은 췌장암의 확실한 위험 요인이다. 을지대병원 소화기내과 전제혁 교수는 “흡연자의 췌장암 발생 위험도는 비흡연자의 2~5배”라며 “금연은 췌장암 발병을 줄이는 데 필수”라고 했다.

음주 자체는 췌장암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만성 췌장염을 유발할 수 있다. 췌장염은 드물게 췌장암으로 진행하므로 과도한 음주를 삼가야 한다. 당뇨병은 췌장암의 결과이면서 원인일 수 있다. 췌장은 인슐린 호르몬을 생성·분비하고 혈당 조절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췌장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으면 당뇨병 발생 확률이 높다. 비만의 원인이 되는 고지방식·고칼로리식도 위험도를 높인다. 건강한 식생활과 운동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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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자 췌장암 위험 비흡연자의 2~5배

의심 증상이 있거나 위험 요인이 있는 사람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 말고 검사를 받도록 한다. ▶최근 급격히 체중이 줄었거나 ▶원인을 잘 모르는 등과 윗배 통증이 있을 때 ▶소화관(내시경) 검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소화불량 ▶가족력이나 비만이 없는 데도 최근에 당뇨병이 생긴 경우 조기 진단을 위해 적극적으로 검사를 받는 게 좋다. 가족 중 췌장암 환자가 있는 사람이나 만성 췌장염 환자도 검사 대상이다.

췌장 질환을 진단하는 데는 초음파가 널리 쓰인다. 다만 췌장이 다른 장기에 파묻혀 있어 때때로 잘 관찰하지 못하는 사례가 나온다. 장에 가스가 차 있거나 배가 많이 나온 사람은 췌장 자체를 식별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위험 요인이 있거나 췌장암이 의심되는 사람은 복부 CT를 찍는 게 도움이 된다. 전 교수는 “초음파나 복부 CT 등 검진을 꾸준히 받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라며 “당뇨병, 만성 췌장염이 있을 땐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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