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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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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흥행 ‘기생충’ 한국영화 첫 아카데미상 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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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 작품상 후보로도 점쳐

호평 속에 상영관도 크게 늘어

중앙일보

3일(현지시간) 미국 LA에서 열린 제23회 할리우드 필름 어워드에서 배우 시에나 밀러(왼쪽)와 나란히 선 봉준호 감독. 봉 감독은 이날 할리우드 필름 메이커상을 받았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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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은 마치 영어 영화처럼 성공을 거두고 있다.”

지난달 미국 매체 ‘인디와이어’의 보도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기생충’(감독 봉준호)이 미국에서도 흥행 하면서 내년도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전망을 밝히고 있다.

4일 CJ ENM은 북미 박스오피스 집계 사이트 모조를 인용해 “‘기생충’이 1일(현지시간) 누적 박스오피스 매출 565만 달러(약 66억원)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3년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갖고 있던 누적 박스오피스 매출 456만 달러(53억 원)를 넘어선 기록이다. 당시 ‘설국열차’는 8개 상영관에서 개봉해 오프닝 스코어 17만 달러(2억원)를 기록했다. 이후 상영관 수를 최대 356관까지 확장하는 등 북미서 큰 화제를 모았다.

‘기생충’은 지난달 11일 뉴욕과 LA 등 미국 내 3개 상영관에서 개봉해 오프닝 스코어 38만4216달러(4억4818만원)를 기록했다. 극장당 12만8072달러(1억4901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이는 역대 북미 개봉한 외국어 영화의 극장당 최고 평균 매출 기록이자 미국 영화 포함 전체 영화로는 2016년 개봉한 ‘라라랜드’ 이후 가장 높은 성적이다.

북미 내 상영관 숫자도 대폭 늘어났다. 단 3개관으로 시작해 2주차인 18일엔 33개관, 4주차에 접어든 지난 1일엔 460여 개관으로 확장됐다. 매출 상승세도 매섭다. 지난 주말(1~3일) 사흘간 262만 달러(30억원)를 벌어들이며 박스오피스 11위에 올랐다. 이는 전주 동기간 대비 43.7% 증가한 수치다.

내년 2월 9일 열리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최우수 국제영화상 부문을 넘어선 수상도 점쳐진다. 기존의 외국어영화상에서 이번부터 이름이 바뀐 이 부문에서 한국영화는 올해 ‘버닝’이 예비 후보 9편에 포함된 적이 있지만, 최종 후보에는 오른 적이 없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현지 매체는 지난 칸영화제 직후 이미 ‘기생충’이 이 부문 최초 한국영화 진출작이자, 강력한 후보가 될 것이라 내다봤다.

‘기생충’은 지난해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스페인어 영화 ‘로마’의 수상기록을 능가할 것이란 과감한 예측도 나온다. 당시 ‘로마’는 투자·제작사 넷플릭스의 대대적 홍보전에 힘입어 작품상 등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감독상·촬영상·외국어영화상 3관왕을 차지했다. ‘기생충’의 경우 비영어권 영화로는 이례적인 북미 흥행 성적을 거둔 것이 ‘로마’보다 유리한 입지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현지 매체 버라이어티 등은 ‘기생충’을 시상식의 꽃인 작품상 유력 후보로도 점치고 있다. 토드 필립스 감독의 ‘조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 인 할리우드’ 등과 함께다.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협회 회원명단이 백인 남성 위주에서 최근 5년간 여성, 유색인종, 젊은 세대 등으로 다양화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역대 아카데미 최다 후보·수상 기록을 겸비한 비영어권 영화는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촬영상·외국어영화상·미술상·음악상 4관왕에 올랐다.

‘기생충’은 평단을 비롯해 할리우드에서도 극찬이 잇따른다. 명장 마틴 스코시즈 감독은 “최고의 시네마다. 봉준호는 진정한 천재”라 호평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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