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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이슈 자율형 사립고와 교육계

학종으로 대학 갈 확률 과학고가 일반고의 ‘3배’… 서열화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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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종 실태조사 결과①] 13개 주요大 대상

세계일보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0일 앞으로 다가온 4일 서울 동작구 종로학원 노량진본원에서 수험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 대학들의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학종) 합격률이 특수목적고(특목고)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일반고 순으로 뚜렷하게 서열화돼 있는 것으로 교육부 조사 결과 확인됐다. 특히 과학고·영재고의 학종 합격률은 일반고의 3배가량이나 됐다. 교육부는 이들 대학이 학교에 등급을 매겨 학생 평가에 활용하는 ‘고교 등급제’를 적용했는지 추가로 조사할 방침이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16∼2019학년도 서울대 등 13개 주요 대학들의 학종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 대학은 건국대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포항공대, 춘천교대, 한국교원대, 홍익대다. 앞서 교육부는 이들 대학으로부터 2016∼2019학년도 전형자료 총 202만여건을 제출받아 분석을 해왔다.

교육부는 조사 결과 이들 대학이 현행 입시제도에서 금지돼 있는 고교 등급제를 적용한 명백한 증거를 포착하지는 못했으나, 그 개연성과 함께 고착화된 고교 서열구조를 밝혀냈다. 이들 대학의 고교 유형별 학종 합격률을 살펴보면, 과학고·영재고는 26.1%, 외국어고·국제고는 13.9%, 자사고는 10.2%, 일반고는 9.1% 순이었다. 학교 유형에 따라 합격률이 최대 3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셈이다.

이날 발표에서 한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들이 학종 선발 시 고교 등급제를 적용했느냐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학교 유형뿐만 아니라 지역별로도 대학 합격률에 차이가 있었다. 서울 소재 고교의 학생 수는 전국의 약 17.2%였으나 대학 합격자 비중은 학종에서 27.4%,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위주의 정시에서 37.8%로 학생 수에 비해 합격률이 월등히 높은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일보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13개 주요 대학을 대상으로 벌인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교육부는 또 이번 조사에서 일부 고교가 편법으로 과거 졸업자의 대학진학실적이나 학생의 어학성적 등을 제공한 사실도 파악했다. 아울러 자기소개서와 추천서에 기재가 금지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드러나는 내용이 들어가는 등 위반 사항이 366건 적발됐고, 표절로 추정되는 자소서도 228건 발견됐다. 특기자전형에서 특정 고교생이 일부 계열 합격자의 70%를 차지한 사례도 있었다.

이번 조사는 2007년 대입에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고, 이후 학종으로 발전한 지 12년 만에 처음으로 이뤄진 실태조사다. 얼마 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을 둘러싼 ‘입시비리’ 의혹 등을 계기로 ‘공정’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자 교육부는 학종 선발비율이 높으면서 특목고·자사고 등 특정학교 출신 선발이 많은 이들 13개 대학을 선정해 지난달부터 학종 등 대입전형 관련 실태조사를 벌여왔다.

교육부는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고교 정보 제공방식을 개선하고 자소서 등 비교과 영역의 대입 반영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학종을 개선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이들 대학이 과거 고교별 대학진학실적 등을 이용해 편법으로 신입생을 선발한 건 아닌지 여부도 추가로 조사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한편으로는 일부 대학의 정시 비중을 현행보다 늘리는 등 대입 전반의 개선 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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