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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이슈 홍콩 대규모 시위

시진핑, 홍콩 캐리 람 만나 “폭력 제압하라” 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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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4명, 시위 후 처음으로 반정부 기자회견 파장
한국일보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4일 상하이에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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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 사태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을 만나 시위를 조속히 진압하라고 엄명을 내렸다. 이 자리에는 자오커즈(趙克志) 공안부장도 배석해 중국의 강력한 개입 의지를 내비쳤다. 이런 가운데 홍콩 공무원 4명이 반정부 대열에 합세해 기자회견을 하면서 중국을 더 자극하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4일 밤 수입박람회 계기로 상하이(上海)에서 람 장관을 만나 “폭력과 혼란을 제압하고 질서를 회복하는 것은 홍콩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임무”라며 “법에 따라 폭력 행위를 진압하고 처벌하는 것은 주민들의 안녕을 수호하는 것으로 절대 흔들림 없이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홍콩의 (송환법) 수정안 풍파가 이미 5개월째 지속되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는 람 장관을 신뢰하고 행정부처의 업무처리를 충분히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홍콩 사태 장기화에 따른 질책과 동시에 문책성 인사는 없다며 일단 람 장관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중국은 지난주 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를 거치면서 “헌법과 기본법에 따라 특별행정구에 전면적 통제권을 행사하는 제도를 완비할 것”이라며 본격 개입에 앞선 발언의 강도를 높였다. 중국 공산당은 5일 이를 구체화한 4중전회 결정내용 전문을 공개하기도 했다. 시 주석도 람 장관에게 “홍콩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일국양제(一國兩制ㆍ한 국가 두 체제) 정책과 홍콩 기본법을 엄중히 준수해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중국의 치안과 사법을 총괄하는 자오 부장이 모습을 드러낸 점도 강경 신호의 일환이다. 그는 시위 열기가 한창 고조되던 지난 8월 홍콩과 인접한 광둥(廣東)성을 시찰하며 중국의 개입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홍콩의 소방, 이민, 세관 공무원 4명이 5일 검은 옷을 입고 복면을 쓴 채 경찰의 과잉진압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전했다. 앞서 4중전회를 통해 중국이 “홍콩 행정장관을 비롯한 주요 관원에 대한 임면 체제도 개선하겠다”고 천명한 것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셈이다. 향후 공무원 이탈 행렬이 늘어날 경우 중국의 중대 결심이 더 빨라질 수도 있는 대목이다.

람 장관은 6일 베이징(北京)을 찾아 한정(韓正) 국무원 부총리를 공식 면담할 예정이다. 한 부총리는 중국 내 권력서열 7위로, 홍콩과 마카오 관련 사무를 총괄한다. 시 주석이 당분간 람 장관에게 면죄부를 주면서, 한 부총리는 우선 4중전회를 통해 공산당이 결정한 홍콩 시위 대응 방침을 하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긴급법(우리의 계엄령) 적용 확대 등의 비상조치가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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