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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이슈 세계 금리 흐름

기준금리 인하에도 시장금리 급등…韓 채권금리 다시 美 웃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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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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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한국은행이 사상 최저 수준인 1.25%로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시장 금리는 연일 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역전됐던 한국과 미국의 시장 금리가 10년물에 이어 5년물에서도 재역전됐다. 7일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5년물·10년물 금리는 각각 1.541%, 1.668%, 1.822%를 기록했다. 반면 지난 6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국채 금리는 3년물·5년물·10년물이 각각 1.6117%, 1.6311%, 1.8283%를 기록했다. 만기가 짧은 국채 3년물은 아직 미국이 여전히 높지만 국채 5년물은 지난해 2월 중순 이후 약 1년9개월 만에 다시 한국 금리가 미국 금리 위로 올라섰다. 10년물 역시 지난 4일 재역전된 후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미 양국 간 시장 금리는 2016년부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들어가면서 역전됐다.

역대 최저 수준인 연 1.25%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렸는데도 정작 국내 채권시장 금리가 오르는 이유는 당분간 한은이 '금리카드'를 쓰지 않을 것이라고 시장이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내년 대규모 국채 발행에 따른 수급 부담도 작용하고 있으며, 수출과 반도체 경기 회복 가능성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 현상도 금리 상승(채권값 하락)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달 금리 인하에도 한은은 비교적 명확한 '금리 인하 신중론' 신호를 보내고 있다. 금리 인하 직후 이주열 한은 총재는 "두 차례(7월과 10월) 금리인하 효과를 살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6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동결한 상황에서도 두 명의 소수 의견이 금리 인하를 시사하자 시중 금리가 하락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추가 금리 인하까지 기간을 둘 수 있다는 한은의 시그널로 인해 외국인이 장기물 중심으로 채권 매도에 나섰다"고 해석했다.

여기에다 연말을 앞둔 기관들의 북클로징으로 현재 채권 매수 세력 공백이 나타나고 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연말이 다가오면서 기관들은 한 해 운용 성과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일부 손실을 확정하기 위해 채권을 매도한다"며 "올해는 이런 북클로징 현상이 유난히 빨리 나타나면서 기관들이 채권시장에서 빠져 수급 차원에서 불균형이 생겼다"고 말했다. 특히 외국인들도 내년 적자 재정에 따른 채권 공급 증가와 채권 가격 하락을 예상하고 채권 선물을 매도하고 있다.

송민규 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은 "정부가 확장 재정을 발표하면서 내년 국채 발행이 확대될 것으로 시장이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지출 계획이 커지면서 재원 조달을 위한 국채 발행도 늘어날 거라는 해석이다. 기획재정부가 밝힌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국고채 발행 규모는 올해 대비 29조원 증가한 130조6000억원이다.

경기 측면에서 봤을 때도 지금이 바닥이라는 심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한은이 더 이상 금리를 내리지 않을 거라는 기대를 증폭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협상이 잘 풀릴 것 같다는 낙관론이 커지고 있고, 우리나라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반도체 경기도 올해 3분기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 매출이 1000억달러를 넘어서는 등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시장금리가 다시 장기물 위주로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금리 펀더멘털이라 할 수 있는 성장률이나 물가상승률은 한국이 더 나쁜 상태이지만 한국은 이미 선반영돼 많이 내려와 있고 미국은 기대감이 높았던 상황에서 최근 빠르게 내려가며 양국 금리가 역전되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과 미국 간 금리가 재역전됐다고 해서 외국인 자금이 국내로 추가로 유입될 것이란 기대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국 금리가 미국보다 낮은 상황에서도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기보다는 오히려 계속 들어왔기 때문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보다 금리가 낮은 나라가 대부분이다보니 이자율 차이가 국가 간 자본 이동을 설명하는 데 별로 유의미한 요소가 아니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 안갑성 기자 /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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