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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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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대표로 왔다” 마크롱에 “美 견제” 손맞잡은 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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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佛 경제협력 17조원 ‘선물’… 트럼프 기후협약 탈퇴 비난하며

기후변화 문건 공동발간도 약속… EU대표단 30여명도 함께 찾아

中, 최고예우 의전 펼치며 환영

“나는 전체 유럽인을 위한 사절입니다.”

4∼6일 중국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한 말이다. 프랑스를 넘어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중국과 글로벌 파트너가 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셈이다. 이는 유럽이 일방주의로 갈등을 유발하는 미국 대신에 중국 비중을 크게 늘리려는 행보로 풀이된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AP통신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과 시 주석은 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에어버스사 항공기 구매와 엔진 개발 협력, 농업 분야 협력 강화, 무역과 금융 확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중국-프랑스 관계 행동계획’에 합의했다. 이날 양국이 체결한 경제협력 규모만 150억 달러(약 17조3900억 원)에 달한다.

두 정상은 무역전쟁, 이란 핵문제, 기후변화 등 국제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중국은 유엔을 비롯해 주요 20개국(G20) 등 다자주의 안에서 협력을 강화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에 화답하듯 마크롱 대통령도 “한 나라의 고립된 선택은 세상의 흐름을 바꿀 수 없다”고 밝혔다. 자국 이익만 좇으며 고립주의와 일방주의에 매진하는 미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4일 지구온난화 주범인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국제협약인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한 것에 대해서도 “EU와 중국, 러시아는 협약을 잘 지키고 있다”며 미국이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장악한 세계 금융의 균열도 예고됐다. 시 주석은 마크롱 대통령에게 “중국은 최근 프랑스에서 유로화 표시 채권 40억 유로(약 5조1154억 원)를 발행했다”며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이번 정상 회담은 ‘프랑스와 중국’을 넘어 ‘EU와 중국’ 차원의 의제들도 다룬 셈이다. 마크롱 대통령도 자국뿐만 아니라 아냐 칼릭제크 독일 교육부 장관, 필 호건 EU 무역위원, 에어버스 등 유럽 주요 기업 대표 30여 명과 함께 중국을 방문했다. 중국 역시 마크롱 대통령을 ‘유럽의 대표’ 차원에서 황제급 의전을 펼쳤다.

시 주석은 5일 수입박람회 개막식 연설 직후 프랑스 전시관부터 방문해 마크롱 대통령과 와인을 마셨다. 이날 저녁에는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와 함께 상하이의 전통정원 위위안(豫園·예원)에서 마크롱 대통령 부부와 산책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 역시 6일 마크롱 대통령을 만나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중국 지도부 서열 1, 2위 인사들이 동시에 외국 지도자를 만나 협력 강화를 외친 건 최고의 의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코넬대 경제학자 출신 에스와르 프라사드 전 국제통화기금(IMF) 중국본부장은 AP통신 인터뷰에서 “미국은 이제 다른 나라들에 신뢰받지 못하는 파트너”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다자주의에 대한 반감, 국제협정 거부, 오랜 동맹에 대한 적대감이 미국의 영향력을 잠식했다”고 말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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