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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슈 미술의 세계

영원한 소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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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는 서브컬처-79] 신카이 마코토 감독(46)은 어른이 되길 거부하는 소년이다. 그리고 그 소년이 꿈꾸는 세계는 작고 아름답고, 그래서 완전하다. 일본 애니메이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너의 이름은.' 감독이자 최근 개봉한 '날씨의 아이'를 연출한 신카이 감독은 독특한 존재다. 그는 '미미(美微·아름답고 작다)한 세계'라는 자신의 영역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스스로의 마이너한 취향을 더욱 갈고닦아 유례없는 경지로 끌어올렸고 독보적인 신카이 월드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다. '날씨의 아이' 개봉을 기념해 신카이 감독 작품 세계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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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별의 목소리`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포스터는 TV애니메이션으로 다시 제작된 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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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그녀의 고양이'(1999)

신카이 감독이 연출한 첫 번째 단편이다. 스토리랄 게 없는 단순하고 정적인 소품(小品)이지만, 감독 특유의 정서와 연출이 마치 낙관처럼 고스란히 드러난다. 5분 길이에 불과하지만 직장인(게임 제작사인 팔콤에 근무)이었던 감독이 퇴근 후 틈틈이 만드느라 제작에만 1년이 걸렸다. 1인 제작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움직임은 최소화하고 음향과 연출로 시간의 흐름을 표현했지만, 그런 부분마저 '저렴하게 때웠다'가 아닌 '미묘한 감정선을 잘 표현했다'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신카이 감독의 미덕이다. 독신 여성 집에 동거 중인 수컷 고양이의 애정 어린 시선과 내레이션(고양이 목소리는 감독이 직접 연기했다)을 통해 전개된다. 제12회 CG애니메이션 콘테스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면서 신카이 감독은 전업 감독으로서 길을 걷게 됐다. 해당 작품은 후술할 '별의 목소리' DVD에 수록됐다. 유튜브로도 볼 수 있다. 2016년 프리퀄 작품이 TV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다.

☞'별의 목소리'(2002)

고퀄리티 1인 제작 애니메이션. 불가능한 두 단어의 조합에 성공하며 신카이 감독 이름을 널리 알린 출세작이다. 본래 애니메이션은 노동 집약적인 산업이다. 영상 1초당 적게는 8프레임, 최대 24프레임에 달하는 원화(原畵)와 동화(動畵)를 그려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대한 애니메이터 프레데리크 백이 5년에 걸쳐 탄생시킨 걸작 '나무를 심은 사람들'(1987)처럼 (거의) 혼자 만들어낸 애니메이션도 있다. 신카이 감독 역시 25분짜리 이 작품에서 원화와 동화, 연출, 미술, 편집, 스토리, 주인공 성우까지 모조리 담당하며 진정한 '원맨밴드'의 위업을 달성한다. 컴퓨터 그래픽, 특히 3D 모델링 기술을 적극 활용한 점 역시 1인 제작 체제를 가능하게 만든 요소다.

'별의 목소리'는 최첨단 전투병기 파일럿으로 징발된 중학교 3학년 여학생 미카코가 지구에 있는 평소 호감을 갖고 있던 동급생 노보루와 메일을 주고받는 내용이다. 문제는 둘 사이 거리가 점점 멀어질수록 통신에 소요되는 시간도 길어진다는 것. 특히 8.6광년 거리 성계로 긴급 워프한 이후에 미카코가 보내는 메일의 도착 예정 시간은 8년224일 뒤가 된다. 우주와 지상, 과거와 미래로 헤어진 두 남녀 이야기인 셈이다. 일본 미디어 예술 100선 애니메이션 부문에 선정됐고, 애니메이션 고베에서 작품상과 SF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성운상을 받았다.

'별의 목소리'는 신카이 감독 작품의 특징이 골고루 포진해있다는 점에서 '신카이 월드'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첫 번째 특징은 세카이계 작품이라는 것이다. 세카이계란 2002년 이후 일본 서브컬처 업계에 등장한 장르적 특성을 지칭하는데, 구체적으로는 주인공(나)과 히로인(너)을 중심으로 한 작은 관계성이 세계(世界, 일본어식 음독으로는 '세카이')의 멸망이나 위기로 직결되는 작품군을 뜻한다. 세카이계 작품에서는 너와 나의 관계, 나의 감정이 '사회적 영역'을 건너뛰고 세계의 운명으로 이어진다. 평론가들은 '신세기 에반게리온'(1995)이 이 같은 세카이계 작품들의 요람이라고 평가한다. 만화 '최종병기 그녀'나 라이트노벨 '이리야의 하늘, UFO의 여름', 그리고 '별의 목소리' 등이 대표적인 세카이계 작품으로 꼽힌다. 신카이 감독은 자신의 작품 속에서 주로 소년과 소녀, 혹은 그 시절의 감정선을 간직하고 있는 성인 남녀의 관계를 다룬다. 후술할 '언어의 정원'이나 '초속 5센티미터' 같은 작품은 마치 카메라 렌즈를 바짝 들이댄 것처럼 주인공 남녀의 관계성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흐릿한 배경처럼 아웃포커싱한다. 하지만 '별의 목소리'나 '너의 이름은.'은 여주인공에게 세계의 운명이 걸려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전 지구적 혹은 우주적 레벨로 스케일을 키우면서도, 플롯상의 사건에 주인공 남녀의 섬세한 감정선을 일치시키는 건 신카이 감독의 특기다.

두 번째 특징은 남녀 주인공의 거리감이다. 서로 닿을 수 없는 관계에서 피어나는 애절함의 정서가 신카이 월드에서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첫 작품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에서는 고양이와 인간이라는 종(種)의 차이, '별의 목소리'에서는 8.6광년이라는 시공간의 격차, '너의 이름은.'에서는 아예 다른 시간대에서 살아가고 있는 남녀를 그린다. '너의 이름은.' 이전까지 신카이 감독에 대한 평가가 '커플지옥 솔로천국'이었던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세 번째 특징은 내레이션이다. '나의 감정'에 집중하는 세카이계 작품과 맞닿은 특성이기도 하다. 대화가 사건을 진행시킨다면 독백은 인물 속으로 깊게 파고든다. 신카이 월드에서 내레이션은 한발 더 나아가 대화보다 더 농밀하고 근원적인 수준의 연결, 남녀 주인공의 일체감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별의 목소리'를 비롯한 신카이 감독의 작품 속에서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던 남녀가 마치 대화하듯 독백을 주고받다가 아예 같은 말을 함께 읊조리는 장면은 신카이 월드의 감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정수다.

네 번째 특징은 아름다운 배경이다. 신카이 감독 작품은 빛의 마술사라는 별명답게, 빛과 그림자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그려낸 미려한 배경과 섬세한 디테일로 유명하다. 구름 사이로 쏟아져 나오는 석양, 멀리서 다가오는 열차보다 먼저 선로를 따라 달리는 반사광, 빗방울이 막 쏟아져 내리는 순간의 풍경 등 일상 속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하는 심미안(審美眼)은 신카이 감독 작품에 찍히는 낙관과도 같다. 다만 인물에는 유독 약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별의 목소리'는 신카이 감독의 아쉬운 캐릭터 디자인이 반영된 마지막 작품이다.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2004)

신카이 감독이 최초로 만든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다. 남북으로 나뉜 가상의 일본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으로, 평행우주를 비롯한 SF 요소가 진하게 녹아 있어 신카이 감독 필모그래피 중 유독 취향을 타는 편이다. 하지만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로서 상업용 애니메이션 감독 영역에 첫발을 내딛은 신카이 감독의 철학과 감성이 잘 담겨 있는 입문서 같은 작품이기도 하다. 10여 년이 지난 뒤 개봉한 '너의 이름은.'과 설정·스토리 구조에서 많은 부분이 유사하다. 그래서 일부 평론가는 이 작품에 대해 "'너의 이름은.' 습작 버전"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개봉한 해에 마이니치 영화 콩쿠르에서 애니메이션 영화상을 받았는데, 당시 경쟁했던 작품이 무려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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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초속 5센티미터` `별을 쫓는 아이:아가르타의 전설` `언어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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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속 5센티미터'(2007)

공상의 세계에 머물던 신카이 감독이 현실로 내려왔다. 조금 더 어른스러워졌고, 그만큼 씁쓸해졌다. 에피소드 세 편을 묶어 냈는데 타카키라는 소년이 초등학생(1부)과 고등학생(2부), 그리고 어른(3부)이 된 시점을 각각 다루고 있다. 세상을 지키거나 무너뜨리는 거대한 이야기 대신에 타카키가 첫사랑인 아카리와 가까워지고 이윽고 멀어지는 과정을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그래서 많은 관객의 트라우마 버튼이 됐다. 감독 역시 위로의 방법이 잘못된 것 같다며 반성하기도 했다. '초속 5센티미터'라는 제목은 한 팬이 이메일을 통해 알려준 '벚꽃잎이 떨어지는 속도'에서 착안해 붙였다고 밝혔다. 그 덕분에 작품 내내 만개한 벚꽃을 질리도록 볼 수 있다. 가수 야마자키 마사요시의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가 주제곡으로 쓰이고 있는데, 1997년 곡임에도 작품 정서와 일맥상통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별을 쫓는 아이:아가르타의 전설'(2011)

판타지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했지만, 비평과 흥행 양쪽에서 모두 아쉬운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지하 세계 아가르타로 여행을 떠난 소녀 아스나의 이미지는 미야자키 감독의 '천공의 성 라퓨타'와 겹친다. 전반적으로 지브리스튜디오 영향을 많이 받은 작품으로, 신카이 감독의 평소 색채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

☞'언어의 정원'(2013)

전작에서 아쉬운 평가를 받았던 신카이 감독이 절치부심 끝에 내놓은 '가장 그다운 작품'이다. 상영시간은 극장용 애니메이션치고는 짧은 편으로 46분에 불과하다. 비 내리는 풍경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뛰어난 작화와 연출로 비 오는 여름날의 도심을 세밀하게 그려냈다.

남녀의 관계와 사랑에 관해서는 이전 작품에서 주로 다뤘던 단절과 상실이란 테마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이해에 이르는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 선생과 학생이라는 나이와 지위 차이에도 서로에 대해 조금씩 마음을 여는 이유다. 신카이 감독 작품의 또 다른 특징으로 작품을 관통하는 음악을 빼놓을 수 없는데, 이 작품에서도 남녀 주인공이 억눌린 감정을 터뜨릴 때 흘러나오는 주제가이자 엔딩 테마곡인 하타 모토히로의 'Rain'을 기억하는 팬들이 많다. 짧은 상영시간에 남녀 주인공 감정선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이렇다 할 사건이랄 게 없이 담백하고 느슨하게 전개되지만, 이 지점에서 이 작품의 가치를 찾는 의견도 많다. 개봉한 해에 애니메이션 고베 작품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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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정원`은 제1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국내 최초로 상영했는데, 필자와 동행했던 지인이 감독에게 직접 질문하고 친필 사인(사진)을 선물로 받은 바 있다. 지금 그 지인은 와이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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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2016)

'너의 이름은.'을 설명하는 수식어는 많다. 신카이 감독 최고 흥행작이자 일본 애니메이션 역사에 남을 정도의 화제작,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평단과 관객의 사랑을 받은 수작. 신카이 감독은 자신의 감성과 상업성이 일치하는 지점에서 '너의 이름은.'이란 대박을 터뜨렸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런 대박은 그의 인생에 두 번은 없을 것이다.

'너의 이름은.'에는 신카이 월드 특징이 모두 담겨 있다. 남녀 주인공이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살아가고, 아름다운 영상미를 뽐내며, 남녀 주인공 행위에 세계의 존망이 달려 있고, 내레이션을 통해 속내를 드러낸다. 작품 완성도를 끌어올려 주는 래드윔프스(RADWIMPS)의 음악까지 더해져 말 그대로 '가장 완벽한 신카이 월드'를 구현해 낸다. 하지만 '초속 5센티미터'나 '언어의 정원'에서 보여줬던 느릿하고 담담한 특유의 정서는 많이 희석됐다. 감독 스스로도 10대와 20대가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을 정도로 요즘의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적극적으로 품었다. 드림팀도 꾸렸다. 다나카 마사요시의 매력적인(모에한) 캐릭터 디자인에, 지브리 출신 애니메이터 안도 마사시가 작화감독을 맡아 흔들림 없는 고퀄리티 작화를 보탠다. 감독 자신도 보다 대중적이고 가벼운 방식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면서 신카이 월드의 문턱을 낮췄다. 그 덕분에 '너의 이름은.'은 일본에서만 누적수익 250억엔, 2000만 관객에 육박하는 미친 흥행을 기록했다. 전 세계에서 3억6000만달러를 벌어들이며 일본 영화 수익 1위를 차치하기도 했다(지금은 중국에서 뒤늦게 개봉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선두를 빼앗겼다). 흥행 돌풍은 국내에서도 매서웠다. 371만명이 관람해 비영어권 외화 흥행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여러 평론가가 호평했지만 무엇보다 '박평의 대가' 박평식 평론가가 7점을 주며 "신카이 마코토, 일본 애니의 축복"이라고 치켜세운 것이 이채롭다. 박 평론가가 7점을 준 작품 중엔 '다크나이트' '어벤져스:인피니티 워' 등이 있다.

흥행도 작품도 이례적이다. 자신의 색채와 대중성, 그리고 작품성까지 겸비한 산물은 때론 창작자에겐 독(毒)이 된다. 신카이 감독은 남은 평생을 자신이 낳은 '너의 이름은.'과 싸워야 할 것이다. 그리고 3년 뒤 '날씨의 아이'가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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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이 감독의 최고 흥행작 `너의 이름은.`(왼쪽)과 최근 개봉한 `날씨의 아이`(오른쪽). 그리고 두 작품의 국내 수입 배급사이자 최근 논란의 중심이 된 미디어캐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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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의 아이'(2019)

지난달 30일 개봉한 '날씨의 아이'에 대한 반응은 생각보다 조용하다. '너의 이름은.'보다 대중성이 줄어들고 그만큼 신카이 감독 색채가 짙어졌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관객 1000만명을 넘어서며 흥행 가도를 달렸지만, 국내에서는 '너의 이름은.'의 이례적 흥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수입·배급사인 미디어캐슬에서 지난 4일 흥행 저조에 대한 입장문을 올리면서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갔다. 수입사 측에서는 흥행 저조의 이유를 오로지 일본 상품 불매운동과 반일감정에서 찾으며 "일본 영화를 향한 편견을 거둬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관객을 불매운동이라는 영화 외적인 요소에 휘둘려 판단하는 몰이성적인 무리로만 취급한 점, 전작인 '너의 이름은.'의 명성만 보고 흥행을 예상했던 수입사와 홍보사의 안일한 태도는 간과했다는 점에서 입장문은 공감은커녕 빈축만 샀다. 게다가 '날씨의 아이' 흥행 성적은 수치만 보자면 나쁜 편도 아니다. 입장문이 올라온 시점인 개봉 1주 차에 33만명이 관람했고, 현재까지 41만명이 극장을 찾았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산케이신문이 '날씨의 아이 불매운동과 배급사의 호소'라는 내용의 기사를 내면서 일본 내 극우 혐한세력의 불구덩이에 장작을 던져 주는 꼴이 돼 버렸다. 오호통재라.

작품은 신카이 감독답다. 가출 소년 호다카가 하늘을 맑게 만드는 '100% 맑음 소녀' 히나를 만나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 이상기후로 비가 그치지 않는 도쿄를 배경으로, 두 사람의 만남과 로맨스가 세계의 이변과 직결된다. 날씨의 변화에 따라 180도 달라지는 도심 풍경은 여전히 아름답다. 오락영화로서 엔터테인먼트는 충실하게 제공하고 있지만, 어른 세계를 거부하고 소년소녀의 순수함에 접근하는 방식은 감독의 초기작과 닮아 있다.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너의 이름은.'의 완성형 발랄함보다 전작의 처연한 감성을 좋아했던 팬이라면 빠져들 만한 작품이다.

하지만 작풍의 회귀와는 별개로 감독의 시각은 더 날카롭게 벼려져 있다. 공상 속에서 유영하던 소년이 이제는 현실에 두 발을 단단히 딛고 있는 느낌이다. 영화 개봉을 기념해 한국을 찾은 신카이 감독은 날씨라는 소재에 대해 "우리 주변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고 운을 떼며 "일본에선 이상기후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작품 속 두 주인공이 어른에게 보호받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묘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너의 이름은.'을 만들 당시엔 영화 속 공간을 반짝거리는 느낌으로 표현했지만 3년 만에 사회 분위기가 바뀌었다. 요즘 청년들은 동경하는 대상을 보더라도 불가능할 것이라 여기고 많은 걸 포기하며 살고 있다. 힘든 일상에서 노력하는 인물들을 그리고 싶었다."

지난 20년간 신카이 감독은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왔다. 이야기가 크든 작든, 어른의 상실이든 아이의 사랑이든, 현실과 판타지 어디에서든 독보적인 색채와 감성을 보여줬다. 앞으로의 신카이 월드가 어디를 향하든 기대를 접을 수 없는 이유다.

[홍성윤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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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애니메이션 `날씨의 아이`를 연출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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