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시리아 침공해 존립토대 집단방위 흔들려"
불안근원은 트럼피즘…"미국 태도 따져 현실 재평가해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dpa=연합뉴스 자료사진] |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뇌사 진단'을 내린 근거는 터키의 노골적 돌출행동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우리는 나토의 뇌사를 겪고 있다"며 터키의 시리아 침공을 나토 조직력 약화의 상징적 사례로 지목했다.
그는 "나토 동맹국인 터키가 나토의 이해관계가 달린 지역에서 통제되지 않은 공격행위를 저질렀고 여기에 동맹국 간의 계획이나 조율은 전혀 없었다"고 비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터키의 일방적 군사행동 때문에 나토를 존속하게 하는 근간인 집단방위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대서양조약 5조는 나토 동맹국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공격을 받을 경우 그것을 전체 동맹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대응한다는 집단안보 의무를 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만약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이 터키에 보복한다면 우리가 북대서양조약 5조를 충실하게 이행하겠느냐"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터키가 나토 주축국가들과 자유 민주주의, 법치 등에 대한 기본적 가치관이 다르고 일방적인 행동을 일삼고 있으나 동맹에서 축출하는 방안은 검토 사안이 아닌 것으로 관측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터키가 (나토의) 틀 안에서 책임감 있는 사고방식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동맹에 유리할 것"이라며 돌출행위에 대한 구속력이 필요하다는 입장만 밝혔다.
"미국과 터키 때문에 서방 안보동맹 위협받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나토 뇌사진단.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
터키 일방행보의 책임이 상당 부분 나토를 주도하는 미국에 있고 미국 그 자체가 나토의 기능을 저해하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는 진단도 뒤따랐다.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주둔군 철수 결정은 터키가 쿠르드족을 축출하기 위해 시리아를 침공하도록 한 승인 메시지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해석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 때문에 극단주의 무장조직 IS(이슬람국가)와의 격퇴전에 앞장섰던 쿠르드 민병대 시리아민주군(SDF)이 희생됐다고 비판했다.
SDF는 시리아 내전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동맹 세력이었다.
자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이 안보에 무임승차한다며 방위비 분담 증액을 요구하거나 집단방위를 확약하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계속 나토를 흔들어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집단방위 조항이 아직 유효한 것인지 모른다며 "동맹은 최후 수단의 보증인이 그 기능을 할 때만 작동한다"며 "미국이 조약에 얼마나 충실한지를 고려해 나토의 현실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마크롱 대통령의 '나토 뇌사론'을 두고는 너무 나간 게 아니냐는 비판도 뒤따랐다.
프랑스의 안보 전문가 프랑수아 에스부르는 미국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나토 주축 동맹국 수장이 아니라 정책과 유리된 전문가의 발언 같다"고 말했다.
토머스 라이트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미국·유럽센터국장도 마크롱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 5조가 전쟁 억지력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 "모르겠다"고 답한 것이 오히려 나토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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